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

by 방구석여행자

도서관에 갔었다. 원래는 대출하려고 책을 정해놓고 가서 그것만 빌려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의 제목에 눈길이 갔다. 첫눈에 반했다고나 할까? 그림책을 보고 나니 우연히 첫눈에 반한 거 치고 참 잘 데려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 동구는 아침부터 집에서는 할머니와 아빠에게, 학교에 가서는 선생님에게서 잔소리를 들었다. 잔소리를 들은 동구는 짜증이 났다. 해바라기도서관을 갔다. 그곳에서 동생이 책을 읽어달래서 읽어주는데 왜 엄마가 없냐는 질문을 했다. 옆에 있던 해바라기선생님이 현명하게 답변을 해주신다.


”난 엄마, 아빠 둘 다 없는데 “


간식시간에 동생은 동구에게 꽈배기와 우유를 건네주지만, 동구는 괜히 동생에게 짜증을 냈다. 바보 멍청이라고 놀리는 친구를 뒤로하고 동구는 눈물이 났다. 흐렸던 하늘에 비가 내렸다. 동구는 비 오는 걸 핑계로 시원하게 울음을 쏟아냈다. 해바라기선생님을 찾아갔던 동구. 선생님은 동구를 안아주면서 등에 스티커를 붙여주셨다. 물론 동구는 그 존재를 몰랐다. 그 스티커가 붙은 순간 사람들이 이상했다. 갑자기 동구에게 관심을 갖고, 친절해졌다. 평소와 다른 사람들에 동구는 이상했다. 그렇지만 동구의 기분은 좋아졌다.


집에 도착한 동구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생일파티현장이었다. 그랬다. 바로 동구의 생일이었다. 동구아빠는 동구를 안으면서 ”미안하고 사랑한다 “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동구는 그 어떤 선물보다도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들어 행복했다.


비를 빌려 시원하게 운 동구. 때로는 너무 힘이 들 때 시원하게 한번 울어주면, 답답하고 응어리졌던 마음이 조금은 풀릴 때가 있다는 걸 나는 성인이 되어서야 알았다. 너무 어렸을 때는 울어도 내 기분이 해소가 되지 않았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남들 앞에서 운다는 게 창피했다. 그런 내가 정말 억울하고 힘들어서 딱 한번 목놓아 울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이것도 우리 집 내 방에서 문을 닫고. 그런데 이 경험으로 인해 정말 힘들 땐 ‘이렇게 한 번씩 울어보는 것도 좋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 책에서도 보듯이 비 온 후 따스하고 엄마 같은 존재였던 해바라기 선생님을 만나고 무지개가 피듯이 말이었다. 동구의 마음을 보듬어줬던 해바라기 선생님이 있어 전체적으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해바라기 선생님이 없었다면 동구는 가족들의 잔소리를 들었을 때 짜증 나고 힘들었어도 버틸 수 있었을까?


이 책을 보면서 사랑을 잔소리와 걱정으로 표현하는 우리네 부모님들이 생각이 났다. 분명 부모님들도 잔소리와 걱정을 하고 싶은 것만은 아닐 텐데. 아무리 잔소리가 관심과 사랑해서 하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잔소리를 하는 게 얼마나 상대방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인지 이 책의 첫 장에서 보면 알 수 있었다. 내 아이가 무슨 말을 듣고 싶어 할지 부모로서의 반성과 자세도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되는 그림책이었고, 과연 나 자신은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 내 안의 나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그림책이었다.


이 책에 특히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앞면지와 뒷면지의 차이였다. 앞면지에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지만, 뒷면지에는 해바라기선생님이 동구뒤에 붙여주었던 쪽지처럼 듣고 싶은 말을 낙서하듯 써내려 있던 게 참 인상적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누구에게 어떤 말을 가장 듣고 싶을까?


지금 당장은 말을 못 하고 주로 행동으로 표현해주고 있지만 언젠가는 작은 입으로 사랑하는 아들에게서 정말이지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 그 말인 ”엄마 사랑해요 “라는 말을 가장 듣고 싶은 나다. 내가 가장 듣고 싶기에, 나름 많이 표현해주기도 하는, 그래서 ”엄마로서 잘하고 있어요 “라는 말도 듣고 싶은 욕심도 있는 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