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괴짜 친구에게

by 방구석여행자

이 책을 딱 펼치는 순간, 어둡고 몽환적인 밤이 떠올랐다. 고로 밤에 보니 더 좋았다는 이야기. 참고로 내일 이 그림책의 전시회를 예약했다. 북토크에서 한번 대충 살펴본 후 전시회에 가기 전 다시 한번 꺼내본 그림책. 이 책은 글랜굴드라는 피아니스트의 삶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책이었다.


글랜굴드라는 피아니스트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면서 글랜굴드에 대해 찾아보니 글랜굴드는 매우 특이한 연주스타일과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허밍 하면서 연주를 했었다고 한다. 허밍소리가 연주소리보다 더 클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평생을 괴짜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괴짜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사전에서 찾아본 괴짜란 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었다.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항상 두꺼운 외투를 입고 다녔고, 손이 상하지 않기 위해 항상 장갑을 끼고 다녔다고 한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 손을 보호하기 위해 따뜻한 물에 20분 정도 담그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니 우리와 다른,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은 글랜굴드 그가 괴짜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한편으로는 얼마나 삶이 피곤하고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참 안쓰러웠다. 왜 그렇게 그는 자신을 옭죄이며 갑갑한 삶을 살았을까.


이 책을 보면서 우리 아이가 많이 생각이 났다. 우리 아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과 반대방향으로 가는 아이였다. 친구들이 서로 재미나게 장난감을 가지고 함께 놀고 있으면 다른 반대방향 한편에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던 아이. 내가 이 쪽 길로 가는 거야라고 해도 우리 아이는 혼자 반대방향으로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불러도 아이는 뒤돌아보지 않아 내가 아이가 있는 쪽으로 가서 아이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에는 꼭 해야 하는 고집스러운 모습도 종종 보이는 아이. 글랜굴드가 피아노에만 고집스럽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이의 모습이 많이 보였던 게 사실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나의 내면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나는 과연 이렇게 글랜굴드처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몰두하고, 사랑하고, 전념하며 살았던 적이 있었던가? 피아노 하나만 뚝심 있게 사랑한 그의 모습이, 그의 꾸준함이 좋아 보였다. 나는 여태까지 살면서 그러지 못했었기에. 아니면 좋아는 하지만 글랜굴드처럼 열심히, 치열하게 살지 못했었다.


지금의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그림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이가 아직 말이 안 되다 보니 그림책을 읽어주는 게 좋다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다. 이왕이면 잘, 효과적으로 읽어주고 싶은 마음에 그림책 연수도 듣게 되었고, 연수가 끝나고도 매일 최소 한 권의 그림책을 읽으며 내 생각을 정리해나가고 있다. 글랜굴드에게 피아노가 있다면, 내겐 이제 그림책이다. 글랜굴드가 피아노를 사랑한 것처럼 나도 그림책을 사랑하련다.


얼마 전 다른 북토 크긴 했지만, 이 책의 북토크를 진행해 주셨던 작가님이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 꾸준히 해 나가면 언젠가는 결실을 보리라는 것. 글랜굴드가 피아노를 사랑하고, 치열하게 피아노와 살면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된 것처럼 언젠가 나도 꾸준히 한다면 글랜굴드처럼 무언가 이뤄나갈 수 있겠지?!


비록 그의 삶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몇 가지 점은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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