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제법 많이 내리는 비에 예약해 둔 전시회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생겼다. 그런데 결심했었다. 전시회 기한은 촉박했고, 시간을 쪼개려 해도 도저히 지난 금요일밖에 시간이 나질 않았다. 그렇지만 꼭 보고 싶었던 나의 괴짜친구에게 전시회. 결국 나는 비를 뚫고 약 40km의 거리를 달렸다.
예약한 시간보다 많이 늦게 도착했다. 구경하는데 시간이 모자라면 어쩌지? 다 보지 못하고 오면 어쩌지? 하고 걱정을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었다.
“혹시 예약하신 분 이세요?”
“네”
“아, 저는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이 시간에 예약자는 저 혼자인가요? “
”네 “
비록 규모는 작았다 했을지라도 나의 괴짜친구에게 그림책의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 또 예약자가 나 혼자뿐이었던지라 담당자분께서 말도 많이 걸어주셨고, 그림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 본인이 알고 계신 내용들을 도슨트 해주셔서 기대 이상이었다. 그래서 그림책만 봤더라면 몰랐던 내용들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들을 알 수 있었다.
나의 괴짜친구에게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글렌굴드에 대한 일생이 녹아있는 그림책이다. 글렌굴드의 어린 시절,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피아노에 몰두하고 사랑했던 그의 삶, 50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던 그의 굴곡진 삶을 그림책과 전시회에서 잘 나타내주고 있었다. 책에서 보면 그는 젊은 시절 외모가 출중했는데 그래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했던 그는 강박관념이 있었다고 한다. 그 내용이 이 그림책에 잘 표현되어 있었다. 이 그림책을 그리신 고정순작가님이 얼마나 글렌굴드에 대해 알아보고 그리셨는지 알 수 있었다. 이 그림책에서 처음 그린 그림, 작가님이 특별히 애정하셨던 그림 등 전시회를 통해 담당자분께 많은 것을 듣고 올 수 있었다.
그렇게 그림들을 계속 자세히 보다 보니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었다. 혹시나 해서 담당자분께 여쭤봤었는데 이따가 고정순 작가님이 직접 이 자리를 오신다고 해서 물어봐주고 답해주시겠다고 하셨다.
“글렌굴드는 제가 알아봤을 때 바흐의 연주를 많이 했다고 알고 있는데 나의 괴짜친구에게 그림책 속에는 베토벤 악보가 그려져 있더라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
”이따가 작가님 오시면 꼭 이 질문 기억해 뒀다가 여쭤보고 알려드릴게요 “
하루가 지났는데도 답이 오질 않아 잊어버리신 건가? 아니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건가? 하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려 했는데 답장이 와서 반가웠다. 베토벤 연주를 할 때 제일 고민이 많았기에 고뇌하는 글렌굴드를 베토벤 악보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하셨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몰두하여 글렌굴드를 표현한 그림책인 나의 괴짜친구에게 를 쓰고 그리신 작가님 본인 이야기 같기도 했었다.
내게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작가님을 기다려서 뵙고 인사라도 하고 오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엄청난 비를 뚫고 달려갔었는데 너무나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담당자님과도 또 좋은 전시가 있으면 뵙겠다고 다음을 기약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