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아이

by 방구석여행자

겨울이불을 읽고 난 후 내가 선택한 그림책. 꼭 같이보고 싶었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책인 안녕달 그림책이기도 했고, 너무 추운 겨울 생각나는 겨울이불과 눈이 오는지도 모르게 눈이 쌓여버린, 심지어 눈이 또 온다고 하니 아껴놨던 눈아이 책을 꺼낼 때가 되었다.


이 책은 우선 소년과 눈아이의 아름다운 우정이야기다. 그 속에서 계절이 변해가면서 눈아이와 소년의 관계에 대한 변화도 엿볼 수 있었다.


눈사람이 움직인다?! 눈사람이 움직여?! 잘못 본 줄 알았던 눈사람이 스스로 움직여서 내 곁으로 온다면? 주인공 아이는 눈사람에게 손과 팔, 발과 다리를 만들어줬다. 눈이랑 입도 그려주었다. 눈사람은 눈아이라고 불린다. 그렇게 소년과 눈사람 둘은 친구가 되었다.


배고파졌다. 둘은 서로 눈으로 만든 빵을 나눠먹지만, 소년에겐 차가운 그 눈으로 만든 빵이 눈아이에겐 그저 맛있는 빵이었다. 소년은 눈아이에게 많이 나누어주었다. 소년은 눈아이와 함께 눈을 밟으며 걸었다. 눈아이와 손잡고 눈길 위를 걷고 싶었던 소년은 눈아이의 손을 잡는데, 눈아이의 손이 녹아내렸다. 손이 따뜻해서 녹아내렸겠지. 손을 잡고 걷고 싶었던 소년의 마음을 알겠어서, 눈아이 또한 녹고 싶어 녹은 게 아니란 걸 알기에 안타까웠다. 그래서 소년은 장갑을 끼고 눈아이와 최대한 닿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눈아이는 계속 눈을 맞으며 점점 커져만 갔다. 마치 거인이라도 된 것 같았다. 처음에 봤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둘은 함께 썰매를 타기도 했다. 눈아이는 소년과 썰매를 같이 탔다가 데굴데굴 구르게 되어 넘어졌는데 나뭇잎 같은 더러운 것들이 몸 전체에 묻었다. 소년이 달려가 눈아이 몸에 붙은 나뭇잎 같은 지저분한 것들을 떼주기도 했다. 호 하고 불으니 눈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눈아이를 자신과 같은 사람처럼 대하며 호 했을 때 왜 눈아이의 눈에 눈물이 흘렀는지 물어보던 소년의 마음에서 순수함이 느껴졌다. 눈이 오던 날씨에서 해가 비치자 눈아이는 몸 전체가 점점 녹아내려갔다.


겨울의 끝에서 눈아이는 소년에게 숨바꼭질을 제안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눈이 녹아 봄이 되고, 여름이 되고, 가을이 되어 자신이 없어지는 걸 숨바꼭질로 표현했던 점이 아름다웠다. 눈아이도 소년을 진정한 친구로 생각했기에 소년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서로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아름다워 더 이 책을 보는 내내 마음이 아렸던 것 같다. 계절이 변해도 서로를 잃지 않고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마침내 겨울이 되었고, 눈이 내렸다. 할아버지와 함께 눈사람을 만든 소년. 드디어 길고 길었던 숨바꼭질이 다시 눈아이를 찾으며 끝이 났다.


눈사람과 친구가 된다는 설정이 작가가 아직 동심을 잃지 않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도 지금 30대 중반을 달려가고 있지만, 아직도 소복소복 내리는 하얀 눈이 좋고, 눈이 많이 내려서 여기저기 쌓여있으면 좋겠고, 눈 쌓인 땅에 아무도 밟지 않은 데에 내가 첫 발자국을 내고 싶고, 눈싸움도 하고 싶고, 눈사람도 만들고 싶다. 눈이 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원래겨울을 추워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눈 오는 게 좋아서 겨울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런 내가 이 책을 보는데 계속 마음이 아렸다.


“내가 더러운 물이 되어도 우린 친구야?”

“응”

이 구절이 가장 와닿았다. 어떤 모습과 형태일지라도 한번 맺은 친구로서의 인연은 끝까지 지킨다는 눈아이와 소년의 의리와 둘만의 아름다운 우정이 돋보였다. 나는 과연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누군가가 아프게 되거나 힘들어지게 되더라도 마음이 변치 않고, 진심으로 그와 우정을 나눌 수 있을까?라고 되짚어보게 된다. 아마 나는 이러한 상황이 생긴다면 내가 사는 환경에 따라 많이 좌지우지가 될 것 같다. 이건 진짜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게 아니겠지? 눈아이는 점점 작아지고, 더러운 물이 되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눈아이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부터 이렇지 못한 모습인데 이 모습에서 요즘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생각할 수 있길 바라는 건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다른 아이는 모르겠고, 내 아이만은 여기 나오는 소년처럼 순수하고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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