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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의 산책

by 방구석여행자

한동안 나를 위해 읽는 그림책과 멀어져 있었다. 대신 아이와 소통하고 즐기며 그림책을 보고 있었다. 매일 똑같은 그림책, 반복된 문장들을 읽어주며 기록에 소홀히 하고 있었다. 그런 내게 줬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방학(?)을 끝내고 다시 그림책에 빠져 그림책을 보고 기록하기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첫 번째 주자는 바로 <로지의 산책>.


이 그림책은 여러 그림책 강의를 들을 때마다 꾸준히 들어왔던 그림책계의 고전 중의 고전 그림책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궁금했는데 이제야 빌려보게 되었다. 1968년에 작가 퍼트리샤 허친스에 의해 나온 그림책은 2003년에 한국 몬테소리출판사에 의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그림책이었다. 그만큼 역사가 깊은 그림책. 그래서 그런지 그림체도 요즘 신간 그림책들과 다르게 예스러웠다.


이 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 책의 주인공은 분명 암탉 로지다. 암탉 로지가 집에서 나와 산책하는 과정을 그린 책인데, 암탉 로지보다는 로지의 뒤를 쫓으며 호시탐탐 로지를 노리는 여우가 꼭 주인공인 것처럼 비치는 그림책이다.


로지를 따라가며 로지를 노렸던 여우는 로지의 뒤를 쫓다 연못에 빠지기도 하고 건초더미에 파묻어지고, 밀가루포대에 맞고, 벌통을 건드려서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되는 등 그때마다 번번이 변을 당했다. 로지는 분명 여우를 해할 의도는 없어 보였다. 단지 본인의 산책길을 유유히 산책하는 것뿐이었는데 본의 아니게 여우를 골탕 먹인 것 같이 보였다. 누군가를 괴롭히려 하는 불순한 의도를 갖는다면 일을 더 그르칠 수 있다는 교훈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이 그림책을 보면서 누군가를 괴롭힐 의도가 없고 순수한 의도였는데 상대가 괜히 골탕 먹는 상황에 대한 경험을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러한 경험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정확히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남편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했었는데 본의 아니게 남편을 곤란하게 했던 적들이 있었다. 이러한 경험들이 다 이 책과 관련 있지 않을까?


글밥이 많지 않아 글보다는 그림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는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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