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그림책모임 오티움의 선정도서로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보니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치게 되어 그런지 알고 있던 표지가 아님에 아쉬웠다.
백 살이 되면. 제목만 봤을 때는 백 살이 된다면 무얼 하고 싶고, 무얼 먹고 싶고, 어디를 가고 싶은지 그런 소망들이 차례차례 나열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책을 펼치고 “백 살이 되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궁금증 유발하는 설렘 가득 첫 문장을 지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전개.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아도 된다면 좋겠다” 응? 이게 무슨 소리일까?
창문을 바라보는 주인공 남자의 표정이 꽤나 무기력하고 우울해 보였다. 마치 세상을 다 산 사람의 표정인 듯했다. 아침에 일어나라고 깨우러 간 부모님의 관심이 귀찮고, 날 좀 내버려두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 부분에서 나 또한 결혼하기 이전에 부모님과 함께 살 때 아침마다 날 깨우러 오고, 끊임없이 내 일에 간섭하는 부모님이 떠올랐다. 그땐 그게 그렇게 성가시고 싫었는데. 내가 막상 엄마가 되어보니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이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일종의 부모들의 자식을 향한 사랑의 표현 방식이랄까.
그렇게 부모가 곁을 떠나고 난 뒤 주인공 남자 혼자 남았다. 혼자 남은 남자는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안 들리던 자연의 소리들에 집중하게 되었고, 자연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이 바로 힐링 아니었을까? 나 또한 요즘 혼자 있을 때 산에 가고, 바다를 찾기도 하고, 숲을 걸으며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쉰다. 자연을 보고 느끼면 마음의 걱정과 근심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어 주인공처럼 온전히 자연을 느끼는 시간을 좋아한다.
백 살이 되면 빛을 받고 뿌리를 뻗으며 오래 평화롭게 잠들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백 살이 되면 잠에서 깼을 때 여전히 한낮이면 좋겠다고도 했다.
백 살이 되면 부드러운 오후의 빛 속에서 온 가족이 모여 내 침대를 둘러싸고 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요즘은 백세시대 라고 한다. 이 책을 보고 난 후 내가 백 살이 된다면 과연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곱씹어 봤다. 아니, 살고 있기는 할까? 만약 살고 있다면 건강하게 살고 싶은데.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가고 싶은 곳 다 가면서 나중에 눈을 감을 때 후회하지 않게끔 말이다.
엄마의 지인분이 평소처럼 잘 건강하게 지내시다가 김장하고 난 후 밤에 잠들고, 다음날 일어나지 못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누군가 죽음에 대해 물어보면, 고통스럽고 아프고 싶지 않아 오랜 잠에 빠지듯 편하게 가고 싶다는 말을 했던 적이 있었다.
이 책의 말미에는 “잘 쉬었어? 오늘은 기분이 어때?”라고 물어봐 주길 바라는 주인공이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나는 마음이 많이 힘들고,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 끝에는 내게 매번 함께 있어도 외롭다고 하소연을 해왔던 남편이 유독 많이 떠올랐던 그림책이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을 봤을 때 결국 주인공은 돌봄과 관심, 사랑을 필요로 했던 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그림책이라 그런지 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봤을 때보다 두 번째 보니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