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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Aug 09. 2024

호랭면

무더위에 지친 김낭자 이도령 박도령 아홉 살 삼총사 아이들이 너무 더워 대청마루에 누워있던 김낭자가 우연히 보던 한 책에서 녹지 않는 얼음이 있다는 구범폭포를 찾아 떠나게 되는 모험기를 그린 그림책이다.


무더위에 녹지 않는 전설의 얼음이 있다는 구범폭포를 찾으러 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징검다리도 건너고, 배를 타고 노도 젓고 언덕도 오르며 도대체 어디인가 한창 지쳐 포기하고 다 돌아가고 싶다 생각했던 찰나에 마침내 스산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삼총사 아이들은 그 바람길이 반가워서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곳은 바로 김낭자가 처음 책에서 발견했던 구범폭포의 풍경이었다. “아홉 살 인생 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은 처음 본다”는 말에서 빵 터지기도 했었다. 구범폭포 한가운데 호랑이 모양의 돌을 발견하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렇게 힘을 내어 절벽 너머를 올라가는데 절벽 끝에서 위태로운 아기 고양이(?)의 우는 소리가 들렸다. 삼총사 아이들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하는데 김낭자는 치맛자락으로 길게 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끈을 절벽 아래로 늘어뜨려 서로 손을 잡고 아기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애를 썼다. 닿을락 말락 했던 손. 이대로 어떻게 되는 거지? 했는데 손이 닿았다. 그렇게 위로 올라오기만 하면 됐었는데 치맛자락 끈이 그만 끊어져버리고 말았다.


이들은 서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김낭자는 어떻게든 아기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끌어안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눈이 떠진 곳은 바로 어두컴컴한 동굴 안이었다. 살았다는 기쁨도 잠시 갑자기 아기 고양이(?)는 동굴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고양이를 따라가 보니 바로 폭포가 보이는 게 아니겠는가.


이 폭포는 바로 냉면이었다. 하루종일 구범폭포를 찾느라 지치고 배고팠던 삼총사 아이들은 냉면을 보자마자 한 젓가락만 먹겠다는 것이 일곱 젓가락, 열일곱 젓가락, 스무 젓가락 그렇게 점점 늘어났다. 그만큼 냉면은 시원하고 맛있었다.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쉽사리 냉면을 향한 젓가락을 놓지 못하고 계속 먹고 있었는데 아이들 사이로 바람과 얼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이들이 책에서 봤던 그 녹지 않는 신비한 얼음. 그리고 그 바람과 얼음 사이로 냉면의 주인인 호랑이가 나타났다.


호랑이는 자신의 냉면에 손을 댄 이 삼총사 친구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렇게 호랑이가 아이들을 잡아먹으려던 찰나 삼총사 아이들이 구해줬던 고양이인줄 알았던 동물이 실은 호랑이의 막내 아기 호랑이였던 것이었다. 막내 아기 호랑이는 호랑이에게 다가가 이들이 자신을 구해줬다고 이야기를 해주었고, 막내 아기 호랑이를 구해줘 고맙다며 호랑이는 삼총사 아이들을 살려주었다. 그러나 삼총사 아이들이 냉면을 다 먹어버려 냉면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었다. 그때 호랑이는 다시 냉면을 만들어냈다.


호랑이가 냉면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요즘 같은 폭염주의보가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에 절로 시원해지는 장면이었다.


호랑이들과 삼총사 친구들은 호랑이가 만든 냉면, 호랭면을 실컷 먹고 호랑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알 수 없는 바구니와 함께.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삼총사 아이들은 마을 사람들과 잔치를 벌였다. 가재가 빨갛게 익고, 닭이 삶은 달걀을 낳았다고 할 만큼 무더위에 찌들었던 마을은 이들이 준비한 잔치음식과 함께 겨울이 온 것만큼 시원해졌다. 오죽하면 추워서 눈썹이 꽁꽁 얼고 눈사람이 되었다나.


요즘 나도 무더위에 폭염주의보에 바깥을 다니기가 힘들고, 집에서 계속 에어컨을 켜놓거나 정말 1일 1 시원한 냉면을 먹고 싶을 정도로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그런 날 잠시잠깐 이 그림책을 보며 감정 이입도 할 수 있었고, 간담이 서늘한 구범폭포에서 호랑이가 만들어주는 냉면이라. 시원한 냉면을 먹고 싶게 만드는 그림책이었다. 그림체가 귀엽고, 만화 같고 또 책 곳곳에 나오는 귀여운 막내 아기 호랑이를 함께 찾아보며 아이와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그림책이었다.


1년 새에 여름을 맞아 표지가 리커버 되어 나왔다고 한다. 나는 도서관에서 빌릴 때 옛날 표지의 그림책이었는데 표지 개정판 그림책을 그림책모임에서 다른 분들이 보여주셨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책 내용과 더 어울리는 표지는 아무래도 요즘 새로 나온 표지의 그림책인 것 같다. 더 직관적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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