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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Sep 12. 2024

평범한 기적

평범한 기적? 제목만 보면 아리송하다. 나는 이 아리송한 부분이 마음에 들어 고민하지 않고 샀던 그림책이었다.  <평범한 기적> 하니까 평범하면서도 기적이라는 단어로 인해 무슨 특별한 일이 꼭 일어나야 할 것만 같았던 제목이 기대감이 들었다. 그렇게 기대감에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겼다.


평소처럼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뭔가 선물을 주고 싶은데 때마침 독립책방이 있을 확률, 그 독립책방에서 친구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있을 확률, 이 친구가 좋아하는 작가를 이 책의 작가의 이름으로 해서 깨알 홍보하는 모습도 눈길이 갔다. 독립책방에는 주인인 아빠가 잠시 나가고 아이만 있었는데 계산해야 했을 때, 손님이 과연 ’ 카드를 줄까? 현금을 줄까?‘조마조마했는데 손님이 웃으며 현금을 줄 때. 그때 만 원짜리에서 세종대왕이 웃는 것 같이 보였을 때.


딱히 좋은 일이 없었는데 기분이 유난히 좋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좋아질 때가 있다. 그리고 그날은 유독 더 일이 잘 풀린다. 나 또한 그러하기에 공감이 많이 됐었다. 그렇게 밤새서 일을 마치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강아지와 산책을 했다. 그러다가 강아지 목줄을 놓칠 확률은? 그러면서 도움이 필요한 여자를 만날 확률은?


새 학기가 되었다. 독립책방 딸이 한 남자아이와 짝꿍이 되었다. 그 짝꿍이 서로 사용하는 손이 달라 불편함을 느낄 확률은? 그리고 머리를 조금 써서 문제를 함께 해결했을 때 그 기분이란. 학교에서 시험을 봤는데 시험을 못 봤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엄마에게 혼날 줄 알았지만 엄마도 시험을 망쳤다. 그래서 아들과 엄마는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치킨이 필요할 때 멀리서 친구가 치킨과 좋아하는 작가의 사인이 담긴 책을 선물로 사 왔다. 조금의 위로가 되지는 않았을까?


이 책은 주인공이 딱히 정해져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서로서로 연결고리를 만들어 옴니버스 형식으로 등장인물들이 연관이 있었다. 이를 보면서 “한 집 건너 다 안다” 이런 어른들의 말도 있듯이 정말 착하게 살아야겠다고도 다짐했다. 다시는 안 만날 줄 알았던 사람들도 다 어디선가 만나더라.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도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그중에 만나봤다는 건 정말 특별한 것 아닐까?


하루하루 평범하게 보내는 듯했지만, 선물 같은 일이 펼쳐졌다. 여러 사람들의 연결되는 하루하루를 보며 나의 하루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나의 하루는 어떻게 보내고 있지? 특별한 게 없는 것 같은 매번 반복되는 일상. 아침에 일어나운동을 하고, 물을 한 잔 마시고, 씻고 옷을 갈아입고 아이를 깨운다. 시간이 되면 그림책도 본다. 아이를 깨우고 나면 아이의 유치원 등원 준비를 시작한다. 밥 해서 먹이고,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그렇게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나면 나의 일상 속 기적의 시간이 시작된다. 등산을 갈 때도 있고, 자전거를 탈 때도 있고 오랜만에 친구나 가족을 만나 커피를 마시거나 밥을 먹을 때도 있다. 그렇게 잠깐 마법 같은 기적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덧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면서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아이 간식을 먹이고, 학원을 같이 가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준비해서 먹이고 씻기고 그림책을 보다 보면 잠에 들며 평범한 하루를 마감한다.


매번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특별한 이벤트이자 기적을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다. 내가 나서는 것. 내가 개척해 나가는 것. 내가 조금만 더 움직이고, 생각을 바꾸고, 먼저 다가간다면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소중한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오늘도 나는 평범한 하루 속에서 기적을 만들어냈다. 비가 왔고, 친한 언니와 산에 다녀왔다. 산이 시시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말을 해보니 함께 산에 갔던 언니조차 그 산이 뭔가 아쉬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러닝을 했고, 그제야 비로소 아쉬움을 채울 수 있었다. 이렇게 평범한 하루 속에서 작은 기적을 하나둘씩 채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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