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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Sep 15. 2024

틀려도 괜찮아

이 그림책은 작년에 뮤지컬로도 한다는 광고를 봤어서 익히 알고 있던 그림책이었다. 또한 뮤지컬로 나올 만큼 엄청난 스테디셀러의 그림책이기도 하다. 광고만 보고 실제 그림책은 보지 못했었는데 중고마켓에서 우연히 샀던 그림책들 중에 발견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사게 됐던 그림책을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다. 앞표지를 보면 아이들이 밝은 얼굴로 있고, 선생님이 밝은 얼굴로 그 아이들을 포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제목에서처럼 정말 틀려도 괜찮을 것처럼 보인다.


어느 한 교실의 풍경. 너도 나도 손을 번쩍 들어 보인다. 교실에선 틀려도 괜찮은데. 나는 틀린 답을 말한다는 게 두렵고, 친구들이 놀릴까 봐 부끄럽다. 언제나 맞는 답을 말해야 한다는 생각에 입을 꾹 다문채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여기저기서 딴청을 하는 모습들, 할 수 없이 선생님이 설명만 하다 보니 교실의 풍경이 어수선해졌다. 발표하는 것이 왜 이렇게 무섭고 떨리는 걸까? 뭐라고 말하긴 말했는데 너무 떨렸던 나머지 무슨 말을 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고, 얼굴은 빨개지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그리고 꼭 내 순서가 지나고 나서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게 마련이다. 왜 꼭 내 차례에는 머릿속이 하얬었다가 나중에 지나고 나서야 떠오르는 건지 원망스러웠다.


누구나 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다 알고, 다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 또한 어렸을 적 그랬다. 그래서 자신감과 발표력을 키우고자 웅변학원 같은 것도 다녔던 것 같은데 소용이 없었다. 대학생 때는 또 어떤가. 처음 대학교 입학 했을 때 강당 같은 공간에서 혼자 발표자료를 준비해서 읽는데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내려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도 살아가면서 점점 극복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도 물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때나 어디선가 나서서 이야기해야 할 때 머릿속이 새하얘지기도 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종종 잘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다. 꼭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는 것처럼.


그런데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생각이 안 나면 생각이 안 나는 대로. 종이나 펜이 있을 때는 생각이 날 때마다 종이와 펜에 말해야 할 것들을 적어둔다. 아니면 핸드폰에라도 생각이 날 때마다 적어둔다. 그러면 좀 낫다. 적어도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말하는 게 겁이 나거나 하지 않는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할 때도 있고, 적어둔 걸 읽을 때도 있고.


어찌 보면 이 모든 건 다 내가 만들어 낸 내 두려움에 대한 마음가짐이었던 것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틀려도 괜찮아 “라고 자꾸 주문을 외운다면 두근거림도 줄어들고 말하고 싶은 걸 말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정말 어디 있겠는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유명한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여러 번 틀리고, 실패도 하다 보면 자꾸 경험이 쌓이게 되고 그 경험이 쌓여서 성공도 하게 되는 법이다. 틀렸다고 비웃거나 놀리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말자. 틀렸다고 비웃거나 놀리는 사람들이 틀린 것이다.


왜 이 책이 스테디셀러인지 알 것 같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선정한 “초등 저학년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했지만, 아이들 뿐만 아니라 자신감이 부족한, 자존감이 낮은 어른들이 봐도 손색없는 그림책이었다.


틀리는 것을 두려워말자,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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