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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Sep 20. 2024

빨간 점

m이 그림책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단점의 한자어를 풀어보면 빨간 점이었다. 또 단점은 우리가 흔히 많이 알고 있는 대로 일명 콤플렉스라고도 하는,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약점, 숨기고 싶은 것들을 말한다. 이 책은 아이들이 단점을 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해 작가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잘 담겨있는 그림책이었다.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어른들에게도 해당이 됐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는데 갑자기 빨간 점이 하나 생겼다. 그 빨간 점을 숨겨보고자 지워보려고도 하고 닦아보려 했는데 그럴수록 그 빨간 점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몸 전체를 덮어버릴 만큼 커져버린 빨간 점을 어떻게든 가려보고자 흰색 가루를 온몸에 뿌려보고 물감으로 칠해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때 집 밖에서 들려오는 친구들의 “놀자” 는 외침. 어떻게 빨간 점을 가려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결국 옷을 꽁꽁 싸매고 겨우 빨간 점을 가려 나왔다.


그런데 밖에서 노는데 자꾸만 빨간 점이 신경 쓰여 뭘 해도 재밌지 않았다. 그러던 때에 한 친구가 숨바꼭질을 하자고 했다. 빨간 점이 신경 쓰였던 나는 빨간 점을 최대한 안 보이게 하려고 빨간 벽 뒤에 숨었다. 그때 꽁꽁 싸맨 옷사이로 후두두둑 빨간 점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빨간 점은 마침내 폭발해 버렸다. ‘친구들이 내 빨간 점을 보면 놀리겠지?’ 하고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정작 친구들은 각자 자신들에게 신경 쓰느라 나의 빨간 점은 신경도 쓰지 않았었다. 숨바꼭질은 그만하고 다시 놀이터에서 각자 놀기로 했다. 빨간 점을 꽁꽁 숨기고 있을 때보다 오히려 드러내니 더 잘 놀 수 있었다. 그제야 놀이터에서 노는 게 재미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거울을 봤는데 빨간 점은 다시 작아져있었다.


누구나 이런 경험들이 한두 가지씩은 있을 것이다. 나의 치부를 눈치 보고, 숨기고 싶어 하는. 꽁꽁 숨기려고 하다가 더 커져버린 나의 치부들. 나 또한 어렸을 때 얼굴에 난 주근깨가 너무 싫었다. 바닷가에서 신나게 놀다 생긴 주근깨였는데 “주근깨가 없었을 땐 얼굴도 하얗고 예뻤는데”라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얼굴에 난 주근깨 때문에 속이 상해서 빨리 없애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주근깨를 숨기려고 파우더로 열심히 가려도 보고,  피부과에 다니면서 주근깨를 없애는 시술도 받아봤지만 일시적일 뿐이었고, 주근깨가 없어지는 크림도 발라보고 했었지만 주근깨는 어느새 더 불어나 있었다.


언젠가부터 주근깨를 없애려는 노력보다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들었다. 이제 더 이상 주근깨를 나의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주근깨도 나의 일부분이지’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가리려고 노력할 때보다 있는 그대로 자연스러움을 선호하게 되다 보니 더 이상 주근깨를 가리기 위해 파우더를 많이 바르지 않아도 됐고 마음가짐도 훨씬 더 편해졌다. 일각에서는 “더 자연스러워 보이고 괜찮아”라고 말해주기도 한다.


나도 예전에는 남의 이목을 신경 쓰면서 살아갔던 때가 있었다. 다른 이들이 내게 뭐라고 할까봐 전전긍긍하며 살아갔던 나날들이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후회된다. 정말로 살아가다 보니 내가 꽁꽁 숨기고 눈치 보고 했던 나의 단점들, 콤플렉스들에 다른 이들은 아무 관심이 없었다. 이걸 깨달은 순간 나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게 편해졌다. 이미 얼굴에 생겨버린 주근깨는 작아지지 않았지만 나의 마음에 대한 빨간 점만큼은 점점 작아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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