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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Sep 23. 2024

고약한 결점

이 책을 처음 만났던 건 프랑스어 그림책 읽어보기 모임에서였다. 그때 원서랑 비교하여 읽어보면서 이 책을 잠깐 소개해주셨었는데 이 책은 원서보다 우리나라 번역본이 훨씬 잘 되어있다고 하셔서 인상 깊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잠깐 훑어보듯이 읽어보고 단점에 관한 그림책인 <빨간 점>을 읽으면서 생각이 나 다시 펼쳐보게 되었다.


주인공 남자아이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의 아주 작은 결점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자라났고, 그만큼 결점도 점점 커나갔다. 그 커진 결점은 아이를 옭아매고 괴롭히기 시작했다. 친구들과도 놀지 못했다. 공부도 못하게 하고, 다른 이들의 말도 못 듣게 두 귀를 막아버리기도 했다. 결국 결점 때문에 학교에서 벌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결점은 신기하게도 혼자 있을 땐 나타나지 않았다. 혼자 있으니 하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학교에만 가면 다시 나타나는 고약한 결점에 결국 ‘내 자체가 결점인 건가?’라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사람들의 조언대로 결점을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결점이 더 두드러지게 보일뿐.


결점을 고치기 위해 의사 선생님에게 찾아갔지만, 뚜렷한 치료법을 찾을 순 없었다. 그러다가 한 특별한 의사 선생님을 찾아갔다. 그 의사 선생님은 결점이 있는 의사 선생님이었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의 결점은 아주 작아서 눈에 보이지 않았다.


“결점에는 여러 종류가 있단다. 잘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결점도 있고,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하거나 잘 읽지 못하게 하는 결점도 있지. 그런데 말이야, 이 결점들이 큰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전혀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어. “


이렇게 말하는 의사 선생님의 결점은 처음에는 엄청 컸었단다. 그러나 그러한 결점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더니 그 결점이 아주 작아져서 눈에 띄지 않게 됐다고.


그리고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온 아이에게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커다랗던 결점이 개미만큼 작아진 것. 그러나 학교에 가니 고약한 결점이 다시 커져서 괴롭혔다. 그런데 그 결점을 신경 쓰지 않았더니 결점은 점점 작아지고 작아져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결점을 내가 먼저 신경 쓰지 않았더니 다른 사람들도 그 결점에 대해 전혀 문제 삼지 않았고, 학교에서 친구들과도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작가는 누구에게나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결점이 한두 가지는 있다고 했다. 나도 어렸을 적에 공부에 대한 자격지심이라는 결점이 있었다. 나 자신이 머리가 나쁜 아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왜 이렇게 머리가 나쁜 걸까?’라는 생각을 계속했었다. 그에 반해 공부를 많이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공부를 나보다 훨씬 잘했던 동생이 좋진 않았었다. 그 자격지심이라는 결점은 그렇게 나를 오랫동안 괴롭혀왔었다. 꿈은 많고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학교 성적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좌절도 하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도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딱히 누군가의 조언을 얻었던 건 아니었지만,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생각이 별안간 스쳤다. 누군가를 위해 사는 것도 아니었고, 오직 나를 위해 사는 것이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꼭 공부만이 길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신경을 안 쓰려고 하고, 멀리하려고 하다 보니 정말 괜찮아지게 되었다. 지금처럼 사는 것도 재밌고, 나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 아이 또한 이 그림책에 있는 아이처럼 결점을 가지고 있다. 아이가 이 결점에 대해 의기소침하지 않고, 결점에 대해 신경 안 쓰고 밝고 건강하게 커나가길 바라는 엄마 마음이다. 엄마인 나 또한 이 결점을 결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아이를 대하는 태도 또한 중요하겠지.


정말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다 한 가지씩의 결점은 가지고 태어난다. 그 결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결점의 모양과 크기는 제각각이 된다. 결점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은 나 자신이 결점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대한 마음가짐과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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