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하고 기발한 그림책의 대가 요시타케신스케의 그림책 중 하나다. 이 그림책은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책을 바탕으로 그 책의 작가인 이토 아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만든 그림책이라고 한다.
처음에 요시타케신스케의 이 <<보이거나 안 보이거나>>그림책을 접했을 때는 이 사람이 무얼 말하고자 하는 건지 잘 몰랐었다. 그림책 강의를 듣고 요시타케신스케라는 작가의 매력을 알게 된 후 이 작가의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수 있었고 그의 다른 그림책들을 찾아보았다.
‘어떻게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들, 이런 그림들이 나올 수가 있는 거지?’ 그의 기발함에 깜짝 놀라며 그림책을 접했다.
<<보이거나 안보이거나>> 이 그림책은 눈이 두 개인 친구와 뒤에도 눈이 달려 눈이 세 개인 친구가 서로 몰랐던 점에 대해 알게 되고, 보이는 친구와 안 보이는 친구가 서로 몰랐던 점,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 서로의 입장차이에 대해 알려주는 그림책이었다. 우리는 계속 눈이 두 개인 채로 살아왔기에 뒤에도 눈이 달렸던 눈이 세 개인 친구는 앞에만 눈이 두 개 달린 우리에게 불편하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괜찮은 것처럼 우리도 눈이 안 보이는 친구들을 불편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들은 그냥 그렇게 살아왔던, 그들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었다. 또한 눈이 안 보이는 친구들은 보이지 않기에 다른 감각들이 더 뛰어날 수도 있다는 걸 이 책에서 보여주었다.
우리가 평범하게 일정을 적고, 시계를 보고, 길을 찾아가고 하는 것들을 보이지 않는 이들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기에 이들만의 방식으로 일정을 말로 녹음을 해서 저장해 두고, 눈에 보이지 않기에 길을 찾아갈 때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찾아간다. 이것이 그들에겐 평범한 방식이었다.
이 책에서는 보이지 않는 사람은 보이는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고, 보이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한 번쯤 바꿔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로 경험해 본 적 없는 인생이기에 한 번쯤은 바꿔서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살아가면서 종종 만약 지금의 내 인생이 아닌 다른 인생을 살았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을까? 살면서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고민했던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 이러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예전에는 살면서 나와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 부분이 발견되는 사람들은 바로 손절했었다. 친하게 잘 지내다가도 뭔가 어긋나면 바로 연락을 끊곤 했었는데 나이가 점점 들다 보니 모든 사람이 모든 부분에서 다 나와 맞을 순 없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 살아온 환경이 다 다른데 어떻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맞을 수 있겠는가. 하물며 피를 나눈 가족도 나와 똑같지 않은데 말이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점이 참 많았지만 그중 하나를 꼽아보자면 “배고프면 짜증 나는 사람?” 했을 때 다른 질문들은 다 대답이 제각각이었는데 유일하게 모두가 만장일치로 손을 든 질문이었다. 나도 배고프면 짜증이 많아지기에 웃으면서 공감을 했다.
이 책은 눈이 보이고 안 보이고 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각자 살아온 방식과 각자가 느끼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라는 걸 그린 것 같아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발달 속도가 많이 느린 우리 아들 생각이 많이 났다. 우리 아들은 그냥 다른 또래 아이들과 조금 다를 뿐 우리 아이도 자신의 속도에 맞게 성장하고 있다. 나중에 아들이 크면 이 책을 같이 보며 말해주고 싶다. 그냥 너는 조금 다를 뿐이라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는 각자의 속도가 있고, 너도 너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또한 이 책에서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하나하나씩 맞춰가야 한다는 것이라는 걸 알려준다. 똑같은 게 있으면 다른 게 있을 수 있고, 다른 게 있으면 똑같은 게 있을 수 있는 것이었다.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을 느끼면 바로 인간관계를 끊어냈었던 예전의 내가 이 책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때의 내게 추천하고 싶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