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소년

by 방구석여행자

고슴도치같이 뾰족뾰족한 가시가 가득한 한 소년이 있었다. 친구들에게도 항상 가시 돋친 말을 해서 선생님에게도 혼이 났다. 소년의 몸에 가시가 점점 자라나서 주위 사람들은 소년을 항상 무서워하고,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으며 소년이 다가오면 겁에 질린 얼굴로 쳐다보며 도망을 가곤 했다. 이 가시소년은 정말 사람들이 자신을 무서워하길 바랐던 것일까? 그가 원했던 게 진정 이런 것이었을까?


이 책을 들여다보면 가시소년의 본심은 그게 아니었다. 사실은 누구보다도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싶고, 친해지고 싶었다. 이 가시소년을 보니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장난치고, 고무줄 끊고 가는 짓궂은 남자아이들이 떠올랐다.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고, 자신을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는데. 주목받고 싶었던 것뿐인데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그 방법을 몰랐던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가시소년의 부모님은 불화가 심했다. 부모님이 집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며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어야 했고, 서로 등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조용히 숨죽여 있어야 했다. 자신이 기댈 곳이 없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방법을 몰랐던 것이었다.


남편과 나는 아이가 생기고 한동안 불화가 잦았다. 좋게 말하면 맞춰가는 과정이었다고 하고 싶다. 그런데 서로를 향해 뾰족한 가시를 드러낼 때마다 우리는 아이를 간과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후에 그림책과 각종 부모교육을 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부모의 불화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나와 남편이 가끔씩 보였던 서로에게 가시 돋친 말을 하는 모습에 어쩌면 아이가 말이 느린 이유와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방법을 몰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는 남편과 내가 싸우는 모습을 보면 이 책의 가시소년처럼 소리를 지르거나 자리를 피해 혼자 눈치 보고 주눅 들어 있는 모습을 했다. 아이의 그런 모습을 보며 아이 앞에선 절대 이러면 안 된다고 수십 번, 수백 번 다짐했지만 결국 화가 나면 눈에 뵈는 게 없듯 다시 제자리다. 그래도 요즘, 아이를 위해서라도 남편과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발짝 물러서고, 서로를 생각하니 우리 부부도 웃는 일이 많아졌고, 아이도 자연스레 웃는 일이 많아졌다. 조금씩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무조건 가시 돋친 말들을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면서 알았다. 또한 나의 가시 돋친 말들로 인해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들이 상처받고, 멀어지고, 심지어 가장 가깝고 소중한 사람이 내 곁을 떠날 수도 있겠다는 것도 느꼈다.


이 책 말미에는 소년이 가시를 빼내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시가 없는 소년의 모습은 영락없는 밝고 순박한 모습의 소년이었다.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가시는 감추며 살고 있다. 그러나 그 가시를 어떻게 조절하는가를 가장 먼저 배울 수 있는 건 부모였다. 어리다고 결코 모르는 게 아니었다. 아이는 다 알고 있었다. 모든 교육의 시작은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며 더욱더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더욱더 추천해주고 싶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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