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었다. 아빠가 생각나는 그림책을 꺼내봤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하기에는 아빠의 몇십 년의 노고가 있다. 다른 아버지들이 더 일하고 싶은데 찾아온 정년을 앞두고 앞으로 무얼 하며 살아야 하나 걱정이 앞설 때 우리 아빠는 정년이 지난 연세에도 조그만 사업체를 꾸려 가족을 위해 땀을 뻘뻘 흘리시며 일을 하고 계신다. 우리 아빠와 다르게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빠는 오랜 기간 회사를 다니고 퇴직한 아빠였다. 그런 아빠가 재취업하기까지의 아빠의 스토리가 담긴 책이었다. 우리네 아빠, 주변 가족들의 태도까지 현실감 있게 보여준 듯해 많은 공감이 됐다. 이 책에 나온 아빠가 입고 있는 통 큰 주황색바지와 러닝셔츠가 정겹다. 이제 다가올 우리 아빠의 모습이진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다.
모든 가족들이 분주히 보내고 있던 아침. 아빠 또한 가족들의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침 다됐는데 아침 먹고 가지.”
“늦었어.”
정성 가득 아침을 차렸지만, 다들 늦었다며 그냥 나가버린다. 그리고 딸이 등장한다.
“아침 먹고 갈 거지?”
“나도 늦었어.”
결국 딸 마저 아침을 먹지 않는다. 왠지 쓸쓸해 보이는 뒷모습이 우리네 아빠를 보는 듯해 마음이 먹먹하다.
이 책을 보면서 ’ 아빠가 정성스레 아침을 차렸는데 좀 먹고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해 보니 나조차도 아빠가 뭘 물어보면 짜증 섞인 말을 하거나 퉁명스럽게 대답할 때가 있어 괜히 찔렸다.
아빠가 그동안 계속 가족들의 아침을 책임졌던 건 아니었다. 열심히 일해 온 아빠. 그런 아빠가 일 년 전 퇴직을 했다. 처음에 퇴직한 아빠는 괜찮은 줄 알았다. 아빠는 모처럼만에 취미활동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100세 시대가 왔고 정년은 청춘인 시대였다. 아빠가 슬슬 재취업을 준비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자 아빠는 점점 지친 모습이었다. 아빠의 지친 모습에 아빠가 키우시는 화분도 시들어가는 모습에서 아빠의 모습이 더 부각되었다.
세차게 비가 내렸다. 아빠는 항상 비를 맞고 있었다. 같이 쓰자고 해도 아빠는 비를 맞았다.
“아빠 우산 같이 써요.”
“우산도 조그만데 뭘. 너나 써라.”
그런데 이제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제 같이 쓸 수 있어요.”
우산을 아빠와 함께 썼다. 나는 언제쯤 아빠에게 우산을 같이 씌워드릴 수 있을까? 이제는 아빠 혼자 짐을 짊어지지 말고 나눠 짊어지자는 이야기인 것 같아서, 단순히 우산만 씌워드린 게 아닌 삶을 살아갈 힘과 용기, 희망을 내어드린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면이었다.
딸은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다.
“딸, 일찍 일어났구나?”
“아침 먹고 가려고요.”
”같이 먹을까? “
아빠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 얼마 후 아빠는 재취업에 성공한 모습이다.
엄마와는 연락도 자주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시간을 많이 보내는데 비해 아빠와는 데면데면한 날들이 많다. 오죽하면 아빠가 생각나서 전화를 걸었던 딸에게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 걸 잘못한 거 아니냐며 웬일이냐고 물어보셨던 아빠. 한편에는 밝은 톤이 들려와서 자주 전화드려야겠다 했었지만 그러지 못했었다. 그리고 어버이날, 가족을 위해 항상 고생하시는 아빠가 생각이 났다. 결혼하고도 계속 신세 지는 딸은 힘들게 일하시는 아빠에게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짧은 통화였지만 아빠에게 이 말만은 꼭 해드리고 싶었었다.
“아빠 항상 고맙고 사랑해”
앞으로는 자주 아빠의 안부도 물어야겠다.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아빠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