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

by 방구석여행자

이 책은 요즘 공부하고 있는 그림책 심리큐레이션 강의를 들으면서 강사님이 소개해주셔서 알게 된 그림책이었다. 이 책의 줄거리를 시작으로 간단한 책 소개를 해주셨는데 줄거리를 듣자마자 아직 말하는 게 서툰 우리 아들이 딱 생각이 나서 꼭 보고 싶은 그림책이었다. 도서관에서 힘들게 구해서 본 그림책. 이 책을 보면서 마음이 그렇게 먹먹할 수가 없었다. 아들이 너무 생각이 나서, 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을까 싶어서.


이 책은 아이의 심정을 말하는 부분이 검은색바탕에 하얀 글씨로 쓰여있다. 검은색 바탕으로 표현된 것이 아이의 말하기 힘든 심적부담을 표현하는 것만 같았다. 이 책에 나오는 남자아이는 집을 나서면 모든 게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제목에서처럼 말하는 걸 참 힘들어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이에게 건네는 가벼운 인사조차도 아이의 마음은 크게 요동친다.


‘대답해주고 싶은데 어려워.’ , ‘반갑게 인사하고 싶은데 어려워.’


아이는 학교가 복잡하다.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데 들어야 한다. 학교에는 그 애, 저 애, 이 애가 있다. 아이는 친구들의 이름도 다 알고, 부르고 싶다. 인사도 하고 싶은데 역시 어렵다. 친구들은 아마 모를 거다. 아이가 친구들의 이름을 다 알고 있다는 걸. 이름을 한 번도 불러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불현듯 우리 아들의 유치원 생활이 스쳤다. 아들의 유치원 친구들도 과연 우리 아이를 이렇게 바라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요즘에는 내가 유치원 친구들의 이름을 물어보면 들릴 듯 말 듯 작게 이야기해 준다. 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친구들에게 이름을 불러준 적이 없으니 아마 유치원친구들은 우리 아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안다는 걸 모르겠지. 우리도 말 안 하면 서로에 대해 모르듯이 말이다. 말하지 않고,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니 말하고 표현하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에게 조급해하지 말라고 격려해 준다. 언젠가는 말문이 열릴 거라고. 그렇게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말하기를 기다려준다. 나 또한 그랬었다. 괜히 아이에게 말하는 거에 부담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우리 아이에게 말 못 하는 것에 대해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말을 건넬 때 “언젠가는 말문이 열리겠죠, 아이의 때를 기다리는 중이에요.”라고 말하곤 했었다. 믿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믿음에 부합했는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아이는 엄마인 나에게나 익숙한 사람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다만 그 외의 사람에게는 하지 않았다. 아마 이 책에 나오는 아이처럼 말하는 게 어려운 거겠지. 정말 힘들게 힘들게 뱉어내고 있는 거겠지.


사람들은 걱정하는 내게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할 거야. 기다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는 때가 올 거야. “


책 속의 아이는 차창밖을 보는 게 좋다고 한다. 특별한 놀이를 하지 않아도 멍하니 창문을 보는 걸 좋아하는 우리 아이가 떠올랐다.


아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너 또한 이 책 속의 아이처럼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손에서 땀이 나고 숨이 막힐 듯한 기분이 드는지 묻고 싶다. 말한다는 게 얼마나 힘들까? 요즘 아이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고 계속 똑바로 말하라고만 한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안 좋기도 하고 그렇다. 얼마나 말하는 게 힘들지 아이의 마음을 완전히 헤아리진 못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아이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다.


이 책의 작가는 말미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세요.”라고 이야기한다. 이 말이 내 가슴을 후벼 팠다. 병원에서 내게 말하기를 아이의 지금 모습을 받아들이라고 했다. 나는 다 받아들였다고 생각을 했는데 한편으론 자꾸 현실을 부정하려 하고 아직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안된 것 같다. 마음을 비우고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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