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앞면지 시작부터 띄어쓰기 간격도 거의 없는 한 문장으로 잔소리가 시작된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계속 이어지는 잔소리. 내가 아기오리였다면 갑갑하고 따발총 같은 느낌이었으리라.
엄마오리와 아기오리들은 나들이를 떠난다. 엄마오리는 아홉 마리의 아기오리들을 데리고 떠났지만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신호등을 잘 건너는지, 하수구에 빠지진 않는지, 높은 계단은 잘 오르는지 위험천만한 순간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돌아보지 않다가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단 두 마리의 아기오리만 있는 걸 보고 그제야 이탈한 아기오리들을 찾아 나선다. 아기오리들의 탓을 하며 화내는 엄마오리. 아기오리들 탓만 할 수 있을까? 엄마오리가 단 한 번만이라도 미리 돌아봤더라면?
엄마오리는 이제 제일 뒤에 아기오리들을 따라갈 테니 먼저 가라고 이야기한다. 신이 난 아기오리들. 천방지축 아기오리들이 이 틈을 놓칠 수 없다. 엄마가 혼자서만 앞서서 갔던 것처럼 아기오리들도 엄마오리를 생각지 않고 자신들 마음대로 간다.
과연 엄마오리의 기분은 어땠을까?
마지막장면에 기진맥진, 힘들어하는 엄마오리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엄마오리는 본인이 아기오리들에게 했던 행동에 대해 느꼈을까?
같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지만 어찌 보면 나들이를 가는 순간에 아이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던 엄마가 자초한 걸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말하는 나 또한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를 잃어버릴 뻔했던 아찔한 상황들을 몇 번 겪었다.
한 번은 집에 다 와서 엘리베이터에서 함께 내렸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늦게 닫히는 바람에 잘 따라오는 줄 알았던 아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버린 걸 미처 살피지 못했던 것이었다. 뒤돌아봤을 때 아이가 없다는 걸 알고 황급히 계단으로 내려가며 엘리베이터를 층마다 누르고 해서 겨우 찾은 아이. 아이들은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기에 주위를 잘 살펴야 함을, 관심을 많이 기울여줘야 함을 상기시켜 주는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