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공원에서 만난 작은 인어공주상
세계에서 가장 허무한 랜드마크 Top 10 목록에 올라있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랜드마크인 작은 인어공주 동상. 그런 말을 들어서인지 덴마크 코펜하겐 여행을 할 때 보러 갈까, 가지 말까 꽤나 고민을 했었다. 그래도 덴마크까지 갔는데 인어공주 안 보고 오면 섭섭할 것 같아서 보러 갔었는데 정말 들었던 그대로였다. 나 같은 주위를 잘 살피지 않는 길치에 방향치인 사람은 눈을 크게 뜨고 보지 않으면 그대로 지나칠 수도 있었을 것 같았던 작은 인어공주 동상.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정말 그 허무하고도 작은 동상 앞에 사람들이 많았었기에 나 같은 사람도 충분히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붐볐던 관계로 가까이 다가갈 엄두가 안 났고, 그냥 먼발치에서 보고 오는 것에 만족해야 했었다. 그때 그 짧았던 만남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의 작은 인어공주 동상과 마지막 만남이었다.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사무실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와중에 잠깐 시간을 내어 직장 근처였던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산책을 갔었다. 평소와 똑같이 산책을 했는데 반가운 동상이 눈에 띄었고, 바로 달려갔었다.
'네가 왜 거기 있어?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만 봤던 작은 인어공주 동상을 서울에서 볼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었다. 서울과 코펜하겐이 서로 우호도시협약을 체결함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호도시협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그 나라의 상징과도 같은 동상이 세워지진 않는데 동상이 만들어졌다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코펜하겐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가까이 다가갈 수조차 없었던 네가 서울에서는 그렇게나 많이 쓸쓸하고 외로워 보일 수가 없었다. 덕분에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건 좋았지만.
뜻밖에도 한강공원 한복판에서 덴마크의 코펜하겐을 추억하게 될 줄은 몰랐다. 갑작스러운 만남은 따분하고 지쳐있던 일상에 작은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지금은 회사가 멀어져 자주 가볼 순 없지만 가끔 덴마크 코펜하겐이 생각날 때, 코펜하겐이 너무 가고 싶어 참을 수 없을 때 한강공원에 있는 작은 인어공주 동상이라도 보면서 마음을 달랠 요량이다.
'걱정 마, 서울에서의 쓸쓸함, 내가 다 채워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