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하고 여유로움이 느껴지던 바다, San Clemento Beach에서
요즘 나는 너무나 바쁘고, 일에 치여 지치는 일상을 살고 있다. 누구보다도 여행이 그립고, 목마른데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떠나지 못하고 답답한 나날들만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꺼낸 사진첩 속에는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가 예전에 꼭 가보라고 추천해주었던 해변인 San Clemento Beach가 있었다. 오랜만에 나는 그곳으로 훌쩍 떠났다. 물론 사진이지만.
몇 년 전 미국에 살고 있는 이모에게 놀러 갔었다. 한국에서 건너온 조카를 위해 모처럼만에 휴가를 냈던 이모와 멀리는 못 가겠고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가 친구에게 추천받았던 해변가인 San Clemento Beach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이모는 흔쾌히 오케이를 했었다. 이모 차를 타고 20분이면 닿았던 그곳은 정말 유토피아라는 곳이 있다면 바로 이런데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적당한 곳에 차를 주차한 우리는 바닷가를 향해 걸었고, 여유롭게 조깅하고, 서핑하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사람들을 지나 우리는 커피 한잔 마시러 친구가 추천해주었던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 홀짝이며 바라보는 전망이 예술이니 꼭 가봤으면 좋겠어"
그러나 아쉽게도 이모와 나는 배가 무진장 고팠었다. 커피만 파는 추천받았던 카페에서 커피 한잔으로 출출함을 때울 순 없었다. 쿠키가 몇 개 있었지만 그걸로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추천받았던 카페는 다음을 기약했고, 우리는 바닷가 피어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가서 아침을 먹었다. 바다 경치 보면서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아서 바깥에 적당한 자리를 잡고 앉아서 주문을 했다. 오랜만에 미국에 놀러 왔으니 미국의 전형적인 아침식사 메뉴인 팬케이크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바다를 바라봤는데 꿀렁꿀렁 파도와 바닷가를 보니 뭐가 그렇게 좋았던 건지. 이런 여유는 다시는 없을 것 같았다.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 마침내 주문했던 팬케이크가 나왔다. 팬케이크를 보고 이모와 나는 놀랐고, 지나가던 행인조차도 놀랄 수준이었다. 땅만 큰 나라가 아닌, 양도 큰 나라. 먹는 걸 좋아하는 나도 이 크고 많은 팬케이크를 다 먹을 수 있을지는 살짝 겁이 났지만 도전해보기로 하고 먹었다. 많을 거라고 생각했던 팬케이크를 꾸역꾸역 먹다 보니 어느덧 빈 접시가 되었고, 먹었으니 좀 걸어보자 싶어 피어를 따라 쭉 걸었다. 사진에는 조그맣게 보이지만, 예쁜 시계탑과 서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금 느껴지는 여유로움. 걸으면서 잠시 이곳도 외국이라는 걸 잊어버렸었던 나는 이모에게 정말 외국에 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더니 이모가 "여기가 외국이야"라고 했던 말에 다시금 이곳도 외국이라는 게 실감이 났었다. 한참을 이야기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덧 피어의 끝에 다다랐고, 뒤를 돌아봤을 때 보이던 촘촘한 하얀 집들이 모여있는 동네는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마치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연상시켜주었다.
이모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서로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층 더 가까워졌다.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때로는 큰언니 같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 같기도 하고, 미국에서 어학연수할 때는 엄마 대신이기도 해서 더 애틋한 이모. 그리고 그런 이모가 있는 미국은 제2의 고향 같기도 해서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외국이라는 느낌이 훨씬 적게 들었다. 그리고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런 나라였는데 전 세계를 덮쳐버린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언제 갈지 기약이 없는 그런 곳이 되어버렸다.
요즘 많이 힘들어서 그런지 평화롭고, 고요해서 일렁이는 파도소리만 들렸던 그런 San clement Beach가 더더욱 생각난다. 그때 그 여유로움도 참 그립다.
참 행복했는데,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