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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휴식을 찾아서 (2)

기억에 남아있는 핀란드 헬싱키에서의 성지 여행​

by 방구석여행자

코로나 19 바이러스라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질병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하고 싶어도 하기 쉽지 않은 요즘 나는 방구석에 앉아 앨범에 저장된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본의 아니게 방구석 여행을 하고 있다. 요즘 일이 힘들고, 내 뜻대로 잘 되지 않아 스트레스도 많이 받곤 하는데 그럴 때면 여행했을 때 마음이 경건해졌던 핀란드 헬싱키에서 둘러봤던 성지들이 생각이 난다.


#1. 우즈 펜스키 교회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오후에 페리를 타고 출발해 다음날 아침 도착했던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아침 일찍 도착하자마자 내가 찾았던 곳은 우스펜스키 교회(성당)이었다. 페리가 정박했던 터미널에서 내가 갈 수 있는 관광지 중에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했고, 사진 속에서 봤던 황금색 돔 모양의 지붕과 웅장한 건물이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꼭 가보고 싶었다. 가톨릭 신자인 내가 우즈 펜스키 교회 또는 성당이라고 불리는 이 건물을 처음 봤을 땐 내가 알고 봐 왔던 성당과는 다른 모습이었어서 생소했다. 교회나 성당보다는 이슬람 사원의 분위기가 더 났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내가 알고 있는 성당들과는 다른 교파인 러시아 정교회였다. 그래서인지 분위기가 많이 달랐었다. 외관도 그랬고, 내부도 그랬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성인들의 모습이 담긴 그림들이 있었고, 화려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고 싶었지만 막아놨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갈 순 없었다. 그리 넓지 않았던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 외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우연히 바닷가가 보이는 탁 트인 뷰를 발견했는데 전망을 바라보니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고, 드디어 헬싱키에 도착했구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한동안 멍하니 전망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곳에 무사히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2. 헬싱키대 성당

점심을 먹고 난 후 숙소에 체크인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었다. 체크인을 하기 전까지 뭘 하면 좋을까, 어딜 가면 좋을까 하고 고민하던 찰나에 새하얀 눈이 덮인 것 같은 깨끗한 이미지의 헬싱키대성당을 찾았다. 이곳은 루터교라서 그런지, 앞서 봤던 러시아 정교회의 우즈 펜스키 교회(성당)와는 이미지가 사뭇 달랐다. 우즈 펜스키 교회(성당)는 웅장하고, 장엄한 느낌이 들었다면 헬싱키대성당은 뭔가 수줍고, 정갈한 느낌이 들었다. 헬싱키대성당앞에는 원로원광장이라는 시민들의 오래된 만남의 장소도 있어 많은 사람들로 붐볐었다. 헬싱키대성당도 역시나 내부를 들어가 보았다. 바깥에서 느꼈던 순백의 수줍은 이미지에서 안으로 들어가니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초를 봉헌하며 그동안의 여행을 생각하고, 앞으로의 앞날에 대해서도 기도를 드리는 그런 의미 있는 시간도 가졌었다.






#3. 감피고요의교회

숙소에서 체크인을 마친 후 몸을 가볍게 하고, 다시 나왔다. 그러고 나서 내가 찾아간 곳은 헬싱키중앙역 근처에 위치해 있는 감피고요의교회라는 곳이었다. 이곳은 원래 여행을 계획할 때는 찾아갈 생각이 없던 곳이었는데 핀란드에 도착하기 전 여행책을 다시 봤을 때 사진 속 황금색의 머그컵 모양의 도무지 교회라고는 할 수 없는 디자인의 건물이 눈에 띄었다. 막상 교회를 찾아갔을 때 입구가 어딘지 몰라 교회건물 앞에서 애를 먹기도 했지만, 곧 다른 방문객들을 따라서 출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출입구를 찾아서 들어간 감피고요의교회는 이름처럼 들어가는 순간 저절로 마음이 고요해지게 되는 곳이었다. 묵묵히 나와의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그런 묵직한 포스(?)를 풍겼던 교회였다. 또한 예배드리는 예배당의 벽면도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었다.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고,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내림을 느꼈었다.






#4. 템펠리아우키오교회

헬싱키에서의 여정이 얼마 안 남았던 어느 날, 템펠리아우키오교회를 찾아갔다. 감피고요의교회처럼 떠나올 때 여정에는 방문할 계획이 없었던 곳이었지만, 돌로 만들어진 교회, 마치 돌탑이 쌓여있는 듯한 모습의 교회라는 게 믿기지가 않아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방문하게 되었다. 진짜 돌로 만들어진 교회일까 반신반의하며 찾았던 곳. 길을 찾다 보니 돌로 쌓인 교회 지붕을 내가 밟고 있었고, 돌이어서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뻔하기도 했던 교회였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역시나 다른 교회들과 마찬가지로 경건하고 엄숙했다. 일렬로 놓여있는 촛불들을 보면서 이곳에서 초를 켜고 기도를 드리면 무슨 기도든 다 잘 들어주실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성당의 벽이 돌이고, 아주 오래된 파이프가 있었다. 천장은 통유리창으로 되어있어 햇살 좋은 날 따뜻한 기운을 받고 올 수 있었다. 헬싱키 사람들이 이곳에서 결혼도 많이 한다고 들었는데 결혼하기에도 정말 최적의 장소인 듯싶었다. 처음에는 돌로 만들어졌다는 특징 때문에 이곳을 찾았었지만, 많은 매력을 보고 왔던 축복의 시간이었다. 만약에 안 갔으면 어쩔 뻔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던 곳이었다.








#5. 칼리오교회

핀란드 헬싱키에서의 마지막 밤 칼리오교회를 찾았다. 이 교회는 여행책자에도 없었던 곳이었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이었는데, 처음 헬싱키에 도착한 날 길을 익히느라 걷던 와중에 높이 솟아있는 한 교회 건물을 보았다. 저곳을 어떻게 찾아갈까, 저곳이 어딜까 고심했지만 찾아갈 방도를 몰랐고 첫째 날은 그냥 그렇게 지나갔었다. 그리고 그 교회는 잊히나 생각했었는데 헬싱키를 떠나기 전날 우연히 지도를 찾아보던 와중에 내가 가고 싶었던 그 교회가 바로 칼리오교회라는 걸 알았다. 나는 그렇게 내 감만을 믿고 무작정 찾아갔다. 교회를 도착하자 그곳은 공사 중이어서 어수선했고, 내가 그곳에 도착했던 시간은 조금만 기다리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톨릭이든 뭐든 그때 당시에는 상관없었다. 평화로움을 찾고 싶었던 나에게 그런 건 중요치 않았었다. 헬싱키에서 1일 1 교회를 찾을 만큼 많은 교회들을 방문했지만, 요즘 말로 여기가 진짜 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기도를 하기 위한 공간이라는 게 느껴졌다. 진짜 기도하기 위해 모인듯한 사람들 속에서 기도에 방해되는 행동을 하지 말아 달라는 문구도 마음에 들었다. 예배가 시작되었고, 핀란드어로 진행되었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한 공간 내에서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 참 좋았었다. 특히나 기억나는 건 목사님이 마지막에 기타를 치면서 불러주셨던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노래를 듣는데 노래가 너무 감미로웠다. 여행의 끝자락에서 지친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었다. 예배가 끝난 후 숙소에 도착해서도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그때 들었던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잊지 못해 그 노래를 한참을 들었다. 아마 여행에서 받았던 큰 위로를 계속 간직하고 싶었으리라 생각된다.









핀란드 헬싱키를 여행하는 내내 다른 관광지들도 많이 둘러보았지만, 유독 핀란드에서 1일 1 성지로 교회를 많이 찾아다녔다. 마지막 나라여서 여행 중 마음이 많이 지쳤던 것인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불안했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기대했던 성지들을 봐서 좋았었고, 기대하지 않았던, 찾아갈 생각이 없었던 곳에도 가게 되어 새로운 곳을 발견하는 기쁨도 맛보았었다. 이러한 좋은 여행 기억이 있기에 지금 마음이 지치고 힘들어도 마음을 다잡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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