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인 듯 회식 아닌 초대에 응했던 날.

by 방구석여행자

갑자기 그만둔다는 이야길 들은 전 회사에서는 왜 그만두는 건지 궁금해했었다. 전 회사의 본부장님이 내가 일하던 사이트로 몇 번 오셔서 꼭 나가야겠느냐고 물어보셨다. 그때 당시에는 근무하고 있던 사이트에서 내가 더 이상 뭔가를 해낼 수 있는 건 없다는 생각도 들었었고, 무료했었다. 그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는데 마침 또 기회가 찾아왔던 것 같아서 나는 핑계를 만들어냈다.


우선 집과 가까운 곳에서 일할 수 있다는 조건에 가장 끌렸다고 이야기를 했고, 연봉도 지금 받고 있는 연봉보다 더 받게 되어 마음에 든다고 이야기를 했다. 역시 직장인은 확실히 비슷한 조건의 근무환경에서 일한다면 돈을 더 많이 주는 회사가 최고였다. 생각해보니 나도 어쩔 수 없는 돈돈돈이었다. 이직에 대한 내 생각이 확고하다는 걸 알고, 두세 번 내가 근무하고 있던 사이트로 설득하러 오셨던 전 회사의 본부장님은 어쩔 수 없겠다는 걸 체감하셨고 사표 수리도 하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수인계도 진행했다.


아직 입사를 하진 않았지만, 새롭게 가게 될 회사의 이사님은 주기적으로 내게 연락을 하셨다. 그리고 연초에 회사의 전 직원이 모여서 사업보고를 진행하는데 와서 전반적인 분위기도 좀 훑어보고, 사람들도 만나고, 사업부가 1년 동안 어떻게 운영될지 연간 보고에 대해서도 듣고, 저녁도 먹고 가라고 초대를 하셨다. 아직 정식 입사를 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라는 생각이 잠시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내가 더 오래 다니게 될 회사니까 가서 얼굴도 익히고, 연간 운영계획도 들어보고 저녁도 먹으면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 있던 회사에는 반차를 내고, 새롭게 가게 될 회사의 사업보고회를 들으러 갔다. 새로운 얼굴들도 만났고, 첫 회사의 팀장님도 만났다. 함께 그동안의 근황에 대해 주고받으며 사업보고를 듣고, 회식장소로 이동했다. 회식장소에는 이 회사로 이끌어주셨던 차장님도 만나뵀다. 반가운 얼굴들도 있었고, 환영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 그날의 자리는 어색하지 않고, 화기애애하게 보낼 수 있었다. 정식 입사는 하지 않았었지만, 마치 회사에 다니고 있던 사람인 것처럼 회식까지 하고, 입사 일자가 정해지길 기다렸다. 회사에서는 급한 만큼 빨리 입사를 했으면 하는 것 같았고, 나는 전 회사를 그만두고 조금의 휴식기간을 갖고 입사를 하고 싶었다. 서로 의견을 조율하여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그때 당시에 명절이 있었는데 명절이 지난 뒤 일주일 뒤에 입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갑자기 연락 와서 일단 출근날은 사무실인 성수동으로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인천에서 일할 수 있다는 근무조건과 맞지 않는 거 같아서 조금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어쩔 수 없었고 그래도 나는 입사일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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