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견 달콩이의 사진을 처음 본건 5월 말 경이었다. 초롱초롱하면서도 살짝 억울해 보이는 눈망울과, 군데군데 콩고물이 묻다 만 듯한 포실포실한 털. 눈에 비해 살짝 큰, 둥글둥글한 세모 모양의 코가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강아지 입양을 결심한 직후 달콩이의 입양 공고를 발견한 나는 한눈에 반하여 입양 신청을 했다. 유기견을 입양하는 절차는 생각보다 까다롭기에 다소 긴장했지만, 다행히 금방 승인이 났고 계약서에 서명까지 마쳤다.
유기견 출신인 달콩이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보호소에서 구조한 모양이었다. 구조 직후달콩이를 한 달가량 임시 보호해주신 분께서는 달콩이가 아주 순하다고 하셨다. 임보자님은 달콩이와 자매지간인 마루를 함께 임시 보호하셨는데, 마루는 말썽꾸러기인데 비해 달콩이는 말썽을 하나도 피우지 않았다고 덧붙이셨다. 입양 날짜를 기다리며 나와 남편은 입을 모아 말했다. “다행이다.”
말썽을 피우지 않는다는 사실도 물론 반가웠지만 순둥이라는 말이 가장 좋았다. 강아지가 순하다는 뜻은 그만큼 예민하지 않다는 뜻일 테니까. 매사에 예민한 나와 남편이기에 우리의 새 가족만큼은 그저 천진난만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별로 안 똑똑해도 괜찮고 조금 철없어도 좋으니 그저 밥 잘 먹고 건강하고 밝은 아이였으면 좋겠어.”
달콩이를 입양하기로 약속한 날에는 하필 장대비가 쏟아졌다. 캄캄한 저녁 시간, 차의 지붕을 무섭게 때려대는 비를 뚫고 남편과 함께 인천으로 향했다. 가는 길이야 그렇다 쳐도 집으로 오는 길에 혹여나 달콩이가 너무 놀라진 않을까, 멀미를 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겨우 시간에 맞추어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정말이지, 눈물이 날 정도로 예쁜 생명체가 임보자님의 품에 안겨서 차 밖으로 나왔다. 곧이어 그 아기 강아지는 나의 품에 들어왔다. 순간, 이름을 달콩이라고 짓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낯선 사람의 냄새를 맡으려 코를 옷에 파묻는 모습을 보니 당장이라도 그 촉촉한 코에 뽀뽀를 해주고 싶어 졌다. ‘이게 무슨 일이지?’ 달콩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눈을 꿈뻑꿈뻑거리며 우리 차에 탔다. 내 무릎 위에 미리 준비해놓은 푹신한 방석을 깔고, 그 위에 달콩이를 올려주니 꽤나 편한 모습으로 방석 위에 누웠다. 생소한 환경과 요란한 빗소리에 조금 무서워하는 듯하던 달콩이는 간식을 주니 금방 봉인이 해제되었다. 식탐이 어마어마하다고 들었는데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그 사실을 두 눈으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어머... 어쩜... 너 같은 천사가 우리에게 왔니. 웬일이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이 아이를 보며 천사라는 단어 밖에는 생각이 나질 않았다. 기특하게 멀미도 하지 않은 채로 달콩이는 우리 집에 입성했다. 그렇게 결혼 2년 만에 식구가 셋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