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얼거릴 때마다 무언가 어색하다고 느꼈다. 이전에는 전혀 하지 않았던 종류의 말이라서 그랬다. 돌이켜보면 타인에게는 참 많이도 해온 말이다. "네가 잘 됐으면 좋겠어. 아니, 분명 잘 될 거야. 너니까.” 그런데 나 자신에게는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던가. 보통 힘든 일을 겪을 때면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일까.”라든지, “역시 난 안돼. 내가 문제야.” 와 같은 말부터 쉽게 내뱉었더랬다. 그랬던 내가 나 자신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니. 내 탓을 하지도, 나의 팔자 탓을 하지도 않고서. 자책을 덜 한다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을 강하게 보호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덧붙여 나 자신에 대한 응원까지.
삶은 역시나 끊임없는 미션의 연속이구나, 새삼 느낀다. 잔잔하게 흘러간다 싶을 때쯤이면 한 번씩 새로운 미션이 주어진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 인생의 이치인 걸까. 이번에도 역시 물음표가 그려진 미션 박스가 내 앞에 떨어졌고, 두근두근 열어 본 박스에는 하필 폭탄이 들어있었다. 아슬아슬한 폭탄을 손에 쥔 채 “박스를 열어본 내 탓이야.”라고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꼬. 그저 이 폭탄이 터지지 못하도록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나가는 수밖에.
근 몇 주 동안 최악의 상황을 겪고, 어찌어찌이겨내고 나면 더 최악의 상황이 빼꼼 고개를 들고, 또 이겨내고 나면 더더 최악의 상황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체 끝이 어딜까, 막막한 와중에도 나는 자책 세 번의 보상으로 응원 일곱 번 정도는 나에게 건넸다. 그러고 나니 우울감에 빠져 허둥대는 대신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조금이나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현실적인 부분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울적해지려는 오늘도 자꾸만 되뇌고 있다. 세상은 무너지지 않아. 죽지도 않아. 이 길을 돌고 돌아 결국 나는 잘 될 거야. 진심으로 살고 있으니까. 그랬으면 좋겠어,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