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정 Dec 31. 2021

2021년을 마치며

 안전하게 살아가려고 마음먹는 순간 삶은 우리를 절벽으로 밀어뜨린다. 파도가 후려친다면, 그것은 새로운 삶을 살 때가 되었다는 메시지이다. 어떤 상실과 잃음도 괜히 온 게 아니다.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올해 많은 것들을 잃었다. 자주 좌절했고, 아팠다. 하지만 절벽 아래 아득한 곳까지 떨어져 보아야만 그 이상 도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진심을 다해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도, 그러니 당장 눈에 띄는 결과가 없다고 억울해할 필요 없다는 것도 알았다.

 2022년에는 또 어떤 파도가 나를 덮칠까. 나를 향해 돌진해오는 파도를 태연하게 지켜볼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그것 또한 지나갈 거라는 걸 안다. 이유 없는 시련은 없다는 것도, 파도를 무사히 보내고 나면 조금이나마 변화된 삶을 살 게 될 거라는 것도.


 얼마 전 정신의학과 상담 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한 달 전만 해도 온정 씨 엄청 힘들어했잖아요. 어라, 그런데 이렇게 또 지나갔네요? 지금은 괜찮아졌네요, 그렇죠? 앞으로도 똑같을 거예요. 외부에서 오는 문제들을 우리의 힘으로 차단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이것도 지나갈 거라는 사실을 자신이 알고, 그때까지 잘 견뎌보자는 마음가짐을 가질 때. 그때 삶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거예요."


 한 번 더 깨달았으니, 2022년에는 좌절과 불안에 좀 더 능숙하게 대처하는 내가 되기를. 그리고 사랑받은 만큼 담뿍 베풀 줄 아는 내가 되길 바란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 한 해도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





커버 사진/ 정동진 일출/ 필름 카메라 X-300으로 찍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 다시 운동을 시작해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