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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정 Mar 14. 2022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

선택에 대하여, 두 번째

"잘했어. 뭐든,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면 ."

친오빠에게 내가 한 선택과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오빠가 별로라고 이야기해온 길을 굳이 선택한 거였기에, 게다가 나도 그 선택이 조금 부끄러웠기에, 그걸 설명하는 나의 말투에서는 무언가 수습하려는, 혹은 그를 애써 설득하려는 듯한 조급함이 묻어났다. 그런데 변명처럼 횡설수설 늘어놓는 나의 말들을 가르고 날아온 저 간결한 한 마디.

진심이 담긴 오빠의 목소리를 들은 직후 몇 초간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눈앞이 왈칵 뿌예지며 어떤 깨달음이 마음속을 휘몰아쳤다.
 
아. 어쩌면 지금껏 내가 그토록 기다려왔던 게, 저 한마디일지도 모르겠구나.




"그래. 네 생각도 존중해. 하지만..."
부모님이 해주시는 미적지근한 말들이 마음속에 늘 쌓여있었다. 부모님이 내 의견을 존중해주신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란 걸 알고 있다. 게다가 부님이 나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해주시는 조언이란 것도 안다. 그렇지만 '하지만, 그런데, 그러나...'와 같은 접속사 뒤의 말들을 자체 생략하지 못하는 나는, 오히려 그 뒤의 말들이 마음속에 가장 크게 걸려버려서 내가 원하는 걸 선택하지 못하곤 했다. 아니, 만일 내가 원하는 걸 선택했다고 해도 그것이 진정 나의 선택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방황해온 몇 년간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네가 무슨 선택을 하든 나는 널 응원할 거야."라고 이야기해주어도, 나는 그 말들을 내 안에서 백 프로 소화시키지 못했다. 가장 큰 부분을 부모님이 마저 채워주시길 남몰래 바라 왔다. 부모님도 나의 선택을 응원해주려 노력하셨지만, 그 속에는 늘 아쉬움과 찜찜함이 숨겨져 있었으니까.


그간 채우지 못했던 결핍과, 마음 곳곳에 쌓여있던 피해의식들은 결국 그 말을 듣고자 했던 욕심이 만들어낸 것 같다. 부모님 대신 오빠에게 그 말을 듣고 나니, 내가 정확히 어떤 것을 바라 왔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어차피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 수 없는 인생이다. 지금 내가 한 선택도 내가 진짜 바라서 했다기보단 현실과 꿈, 그 중간 어딘가에서 일시적으로 타협한 것에 불과하다. 옳다고 생각되는 길을 권하는 게 부모님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어떤 선택이든 그저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선택한 건 내가 책임질 나이가 되었으니까.


네가 어리석은 선택을 하더라도, 여기로 갔다 저기로 갔다가 줏대 없이 굴더라도, 그 선택에 후회할지라도, 일단은 지금 네 마음이 가는 대로 해봐. 그래도 괜찮아. 큰일 안나.

그러니까,

"가 하고 싶은 대로 한번 해."


아무래도 나는 지금껏 쭉, 그 말을 기다려왔던 것 같다.





커버 사진/ MINOLTA X-300으로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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