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정 Jun 28. 2022

지구가 멸망 중이었던 건지 아님 전쟁 중이었던 건지 모르겠다. 아파트 앞이 아수라장이었다. 나와 남편은 본능에 이끌려 아파트 안으로 질주했고, 서둘러 계단으로 뛰어 올라갔다. 숨이 차서 가슴팍이 아플 지경이었다.

온 힘을 다해 뛰다가 어느 순간 보니 달콩이가 없었다. 달콩이, 달콩이는 어디있어? 돌아 다시 내려가려 애썼지만, 대피하는 사람들에 떠밀려 어찌어찌 20층에 있는 우리 집까지 올라와 버렸다. 나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베란다로 뛰어가 창문을 열었다. 바깥 세상은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어, 미처 대피하지 못 한 사람들이 힘 없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자동차와 나무들과 함께.
나는 위태롭게 베란다 난간에 매달렸다. 몸을 거의 창밖 뺀 채로. 달콩아, 달콩아 부르다가, 떠내려가는 사람들을 보며 울었다. 양 옆과 아래를 둘러보니 다른 집 사람들 역시 나처럼 몸을 쭉 뺀 채 저마다의 방식으로 울부짖고 있었다.

난간에 뱃가죽을 대고 폴더처럼 몸을 접었다. 그때, 17층 대각선 집 베란다에 달콩이의 꼬리가 삐죽 나와있는 걸 발견했다. 길고 풍성한 베이지 색 꼬리털이었다. 꼬리는 살랑거리며 금세 집 안으로 사라졌다. 달콩아.... 다리에 힘이 풀렸다. 차가운 베란다 타일에 털썩 주저앉으니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이상하리만큼 파란 하늘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그저 나일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