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내가 얘기할 때 빠뜨리지 않는 말. "아...., " "그...., " "뭐였더라, "
하루에 한 번 꼴로 하는 후회. '이런 순서로 얘기했어야 하는데', '이 말이 제일 중요한 건데 왜 빼먹었을까', '이 말은 안 했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말을 잘 못한다. 특히 컨디션에 따라 말솜씨가 많이 좌우되는 편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얘기하고 있자면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의지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그나마 좀 들어줄만하다.
그래서인지 대화를 하고 나면 왠지 모를 후회를 많이 하게 된다. 워낙 신중한 성격이기에 해서는 안될 말을 쉽게 뱉지는 않는다. 하지만 해야 할 말을 못 한 것, 또 논리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항상 따라온다. 그렇다고 일상 대화를 프레젠테이션 발표하는 것처럼 긴장하면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본인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는 사람을 보면 가끔 피곤함을 느끼다가도, '어떻게 지치지 않고 저렇게 이야기를 잘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 이야기를 조금만 오래 해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그만큼 말할 때 쓰는 에너지가 크다는 뜻이겠지. 가끔은 친구들에게 내 힘든 상황을 털어놓는 것조차도 버거울 때가 있다. 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야 상대방도 공감을 해주고 제대로 된 위로를 해줄 수 있을 텐데. 무작정 이야기를 시작했다가 이도 저도 아닌 대화가 될 때가 있다. 덕분에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경청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원래 듣는 것을 잘하는 성향이기도 하지만, 슬프게도 말을 못 해서 입을 열지 않을 때가 참 많다.
정말 진지하고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논리적으로 말이 안 나올 때면 참 난감하다. 정 후회가 될 때면 대화가 다 끝나고 헤어진 뒤에 메시지로 장황한 글을 보내곤 한다. 언제부턴가 이 방법을 꽤 자주 쓰기 시작한 것 같다. '이렇게라도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침묵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말을 못 해서'라는 사실은 조금 부끄럽지만, 한편으로는 글로나마 내 생각을 만족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다. 물론 상대방이 내 글을 보며 항상 만족스러울 수는 없겠지만.
어찌 됐든 나만의 해결 방법은 어느 정도 찾았으나, 말하기는 언제나 나에게 산 넘어 산이다. 그래서 내 생각을 글로 정리해서 표현할 때면 더욱더흥분된다. '글을 꾸준히 쓰면서 내 감정이나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자연히 말하는 실력도 늘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