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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정 Nov 13. 2019

나는 어쩌다 나침반을 찾게 되었나

일상에서 찾는 인생의 나침반, 프롤로그

 평범하게 태어나 평범한 환경에서 평범하게 자랐다. 아, 사실 너무 평범한 나머지 타고난 재능이 어디에도 없었다. 하필이면 대충 사는 법도 몰라서 매사에 아등바등 열심히 살아야만 했다. 그게 그렇게까지 괴로울 일이었나? 난 왜 이리 사는 게 항상 버거운 걸까. 내가 힘들어할 자격이나 있긴 한 걸까?


 유독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허허벌판에 그저 나 홀로 우두커니 서 있는, 딱 그런 기분이었다. 내 발걸음을 이끌어줄 만한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 혼자 그곳을 헤쳐나가야만 했다. 참으로 막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 하나라도, 하다못해 내 손에 나침반 하나라도 쥐어져 있다면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방향이라도 알 수 있을 텐데. 내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없는 줄로만 알았다.


 러던 어느 날, 나에게는 이 글이 찾아왔다. 그리고 내 인생에는 작지만 큰 변화가 생겼다.


어떤 표식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친다.
...(중략)
일상 속 어디에서나, 타인과의 대화나 꿈속에서도 삶의 방향을 가리키는 작은 표지판들이 있다. 모두가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찾는 것이 사실은 우리를 찾고 있다.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중 "우리가 찾는 것이 우리를 찾고 있다."


 ‘일상’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포함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 그저 공기처럼 우리 곁에 당연하게 머물렀다가 스쳐 지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시화 선생님의 글처럼, 무심코 지나가는 것들에 귀를 기울인다면? 혹은 한번 더 눈길을 준다면? 신기하게도 삶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음을 경험할 수 있다. 흘려버린 아빠의 잔소리에서도, 우연히 본 영화에서도, 먼지 수북한 기타에서도, 동네 꼬마들의 다툼에서도, 하다못해 집안일을 하다 발견한 먼지에서까지도.


이렇게 나는 일상에서 걸어오는 이야기들을 가만히 듣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금껏 지내온 나의 일상들 하나하나에도, 그것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나의 인생에도 모두 각자의 의미가 담겨있었음을 깨달았다. 난 그것들을 내 인생의 나침반이라 여기며 쫓아가게 되었다.


 여전히 인생은 끊임없는 물음표의 반복이고, 난 서른이 되어서도 삼십춘기를 겪으며 헤매고 있다. 인생길에 정해진 목적지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은 적어도 어떻게 가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표식들을 던져주고 있었다. 나는 그 일상, 그 인생,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한 나침반에 대해 썼다. 덕분에 버거웠던 나의 인생도 생각보다 살만하다,라고 느끼는 중이다.




오늘의 일상,

책을 읽다가 문득.


커버 사진/  필름 카메라 OLYMPUS PEN EE-3으로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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