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빨래하는 날

by 온정

띵땅똥땅♪


실로폰 연주하듯 멜로디 흘러나오면,


"앗, 건조기 끝났다!"


그가 베란다로 달려간다.


온몸에 품고 있던 물기를 모두 뒤, 있는 힘껏 팽창해서는, 동그란 공간 속에 꽉꽉 차 있는 불 덩어리. 그는 줄다리기하듯 그 이불을 줄줄 꺼낸다.


그리고는 그 커다란 이불 뭉치를 에 둘둘 말아서 껴안은 채, 소파에 앉아있는 나에게로 달려와 얼굴에 살포시 묻어준다. 아, 이 따듯한 온기와 섬유 유연제 냄새. 그리고 엄마 품 같은 이 포근함.

우리는 이불을 반씩 나눠 들고서는 한참 동안 이불에 얼굴을 부비적댄다. 깨끗하게 세탁한 이불에 우리의 얼굴 기름이 묻어 말짱 도루묵이 될 때까지. 영원히 뜨끈하길 바라는 이 이불의 온기가 공기 중으로 다 흩어져버릴 때까지.




커버 사진/ 필름 카메라 X-700, 남편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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