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밤

by 온정

밤잠은 왜 낮잠과는 다른 걸까?
낮에는 분명 쏟아지는 잠을 참느라 혼났는데.
밤 시간에 침대에 누우면 말똥말똥 뒤척뒤척.

며칠 전 사놓은 로또가 당첨되길 바라며 황금 돼지를 간절히 떠올리며 누웠건만. 황금 돼지꿈은 고사하고 잠에나 들 수 있다면 다행이다.


누군가가 내 머리 위에 걱정거리를 1g씩 얹어주기라도 하는 걸까. 그 1g의 걱정들이 모이고 또 모여서, 하루를 마치고 누우려 치면 머리가 1kg 정도 무거워진 기분.
아니, 물구나무를 서면서 다닌 것도 아닌데 어쩜 그렇게 머리로 다 몰려왔더냐. 차라리 발바닥으로 몰려가주지 그랬냐.

차가운 공기라도 마셔볼까 싶어 베란다로 나가면,

빨간 머리 앤의 하얀 두 볼에 콕콕 박힌 주근깨처럼 까만 하늘에 콕콕 박힌 별들.
군데군데 빠진 할아버지의 치아처럼, 듬성듬성 보이는 아파트의 불빛들.
저 별들도 나처럼 걱정거리가 많은 걸까.
아직 불을 끄지 못한 저 사람들도 나처럼 걱정거리가 많은 걸까.

한숨 포오옥 쉬고 심호흡하고.

다시 침대에 누워본다.
그리고는 상상해본다.

그래, 지금은 낮이야.
나는 달콤한 낮잠을 자는 거야.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따듯한 햇빛이 포근한 이불처럼 나를 감싸지.
러면 머리가 조금 가벼워질 거야.
온몸이 노곤 노곤해지면서 침대로 녹아들게 될 거야.
그렇게 나는 잠에 빠져들게 될 거야.

그렇게 나는 스르륵.





커버 사진/ 필름 카메라 X-300으로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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