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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렇게 삽니다
주말 다움
by
온정
Mar 22. 2020
습관처럼 7시 반에 눈을 뜨지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지 않는 일
여유롭게 일어나
고
양이 세수를 하는 일
누룽지, 베이글, 과일까지 코스요리로 아침 식사를 하는 일
빈둥빈둥 놀다가 점심쯤 피자를 시켜먹는 일
피자박스를 정리하며 설거지가 없음에 기뻐하는 일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불빛 삼아 책을 읽는 일
떡진 머리 그대로 밖으로 나가 뒷산을 오르는 일
산 정상에 올라
,
그와 타닥타닥 터지는 탄산수를 나누어 마시는 일
집에 돌아와 몸에 따닷한 물줄기를 뿌리며 샤워를 하는 일
머리카락을 덜 말린 채로 뽀송한 침구 속에 기어들어가는 일
그와 손을 잡을 듯 말 듯, 서로의 새끼손가락만 걸어둔 채 낮잠을 자는 일
'헉,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화들짝 놀라며 눈을 뜨는 일
하지만 놀란 뒤에도 한참 뒤에야 부스스 일어나는 일
밥솥에 쌀을 안치고, 그와 함께 닭고기 요리를 하는 일
윤기 나는 밥알 위에 닭 살코기, 그 위에 새콤한 무생채를 올려먹는 일
통통해진 배를 부여잡으면서도,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을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일
서로 본인이 설거지를 하겠다며, 그와 아웅다웅하는 일
건조가 끝난 따듯한 빨래를 껴안는 일
옆집 남매 다투는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는 일
이 모든 것이, 참으로 주말다운 일.
커버 사진/ 필름 카메라 X-300으로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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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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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보는 방식
저자
녹록지 않은 삶 속에도 자그마한 희망 한 움큼쯤 숨어있다고 믿는 사람. 그 신조를 글 짓는 행위로 지켜나가고 있다. 종종 필름 사진을 곁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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