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박9일 도쿄여행기
저번에 이자카야 메뉴 글을 발행한 지 벌써 2년이 흘렀다. 와우. 너무나 열심히(?) 메뉴판을 해석한 탓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직장도 옮기고 새로 적응도 해야 해서 정신없이 흘러간 것 같다. 나는 과연 2년 동안 무엇을 이루었는가.
브런치스토리에서 간혹 조회수가 얼마 이상을 돌파했다거나 하는 등의 알림이 올 때마다 가슴이 뜨끔했다. 아, 글 다 못 썼는데. 이어서 써야 하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라기보다, 미완성으로 끝낸 무언가에 대한 미련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 그런 것들이 많다.)
이자카야에서 맥주 마시고 다음 날, 느지막이 일어나서 일본 편의점에 구경을 갔다. 일본 처음 간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사진을 찍어댔을까. 이 때는 일어를 잘 몰라서 일본어로 무언가 쓰여 있으면 계속 찍었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는 아직도 일본 편의점이 한국보다는 갖추어진 게 많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편의점도 굉장히 많은 것들이 생겼지만. 커피의 경우는 한국 사람들이 찬 것을 좋아해서인지 얼음컵에 부어먹는 형태로는 파는 것 같은데, 커피 자판기를 보지는 못한 것 같다. 일본의 모든 편의점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이 날 아침에 방문했던 곳에서는 다양한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커피 자판기가 존재했다. 취급하고 있던 커피는 아래와 같았다.
먼저 따뜻한 종류부터.
블렌드 (ブランド) S, M과 L
블렌드 진하게 (ブランド濃いめ) S와 M
모카 블렌드 (モカブランド) S
핫 카페라떼 (ホットカフェラテ) M과 L
핫 밀크 (ホットミルク) S
차가운 종류는 아래와 같았다.
아이스 커피 (アイスコーヒー) S, M과 L
아이스 카페라떼 (アイスカフェラテ) M과 L
프라페 (フラッペ)
뽑아 먹어 보질 않아서 주문하는 방식은 잘 모르겠다. 컵이 없는 걸로 보아하니 먼저 계산대에서 결제를 하고 컵을 가져가서 뽑아 먹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편의점 직원과의 소통도 두려운데 일반적인 여행객이 이용할 일은 많이 없어 보이네.
참고로 대문짝만하게 붙어있는 世界No.1バリスタがこだわった。(세계 No.1의 바리스타가 엄선하였다.)는 문구의 주인공은 粕谷哲 (Tetsu Kasuya) 씨로 2016년 월드 브루어스 컵에서 우승을 한 챔피언이다. 한국에서도 "테츠 카스야"로 검색하면 꽤 많은 자료가 있는 것으로 보아 유명인사인 듯 하다.
일본은 위스키나 와인이 한국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다. 건강에야 안 좋지만, 이래저래 술 먹고 놀기 좋은 곳이다. 나와 여행을 같이 갔던 J는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몇 차례 일본에 다녀오면서 와인을 많이 사 오더라. 잭다니엘 (ジャックダニエル) 700 mL 가격이 세금 포함 2,405엔인데 한국에서는 4만원 중후반 대 정도 하는 것 같고, 그것 말고도 재패니즈 위스키 (ジャパニーズウィスキー)라고 쓰여 있는 기린 위스키 리쿠(キリンウィスキー陸)나 산토리 위스키 가쿠빈 (角瓶)과 같은 국산 위스키들도 많이 진열되어 있어서 합리적 가격에서 적당한 위스키를 고를 수 있어 보인다. 누구에게서 한국은 위스키 사업하는 게 세금 때문에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하고.
편의점을 들러서 아마 마실 것을 간단히 사고, 점심 식사를 위해서 미리 봐둔 식당을 목표로 천천히 걸어갔다.
일상적인 풍경이지만 거리에 주차된 차량도 없어 한적한 느낌이 들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니 평온한 느낌이 들었다. 날씨가 맑은 것도 아마 한 몫 했겠지. 이것은 여행자의 심리가 아니라 실제로, 일본의 하늘이 한국보다 맑은 기상학적 이유가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
호텔이 위치해있던 골목길에서 나와서 대로변을 따라 걷는다.
도쿄 중에서도 중심지라 그런지 고층 건물들이 꽤 많은 느낌.
이 분은 여기 앞에서 무엇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는데, 궁금하여 우선 사진을 찍어두었었다. 이제 조사해보니 JRA는 일본중앙경마회 (Japan Racing Association)였고, 그 아래에 쓰인 단어는 WINS (장외발매소) 시오도메 (ウインズ汐留)이며, 발매 및 환불시간 (発売·払戻時間)은 9:20~17:00라고 쓰여 있는 것이었다. 아, 경마의 마권(?) 파는 곳으로 안내하시는 분이었구나. 공무원인 줄 알았네.
마침 시간이 맞았는지 보행자천국(歩行者天国) 또는 줄여서 호코텐(ホコてん)이라고 하는 것이 시행되고 있었다. 호코텐이란 1970년대 도쿄 긴자에서 처음 시범 도입된 제도로, 긴자의 중심 도로 일부를 주말 한정으로 차량 통제하고 사람들에게 개방하는 정책이라고 한다. 차량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도시 디자인이라던가. 시행 시간은 매주 토·일요일 12:00~17:00. (#)
이 날 점심에 가기로 했던 식당인 오마카세 스시집에 도착했는데, 웨이팅이 있어서 1시간 정도 기다려야 된다는 이야기를 점원에게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근처를 좀 더 둘러보기로 하고 찾아놨던 곳 중에서 방문한 곳이 카페 드 람브르 (Cafe De L'ambre).
카페도 오픈을 하기 전의 시간이어서 약간 기다렸던 것 같다. 이 곳은 1948년에 긴자에 오픈하여 현재까지 운영 중인 곳이라고 한다. 커피만 파는 가게 (珈琲だけの店)라고 쓰여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른 분의 브런치스토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듯. 이렇듯 일본은 내점을 했을 때 전통있게 운영 중인 곳이 많다는 것이 한국과 다른 점이다. 타국으로부터 침략을 받지 않아서겠지. 한국은 그럴 수 없었지만.
어쩌다보니 옆에 있는 건물(銀座MEビル)의 층 사진을 찍은 듯 하다. '나중에 무슨 내용인지 한 번 봐야지'하고 찍어둔 것이겠지만 이제야 봐 본다. 건물 2층에는 60분에 500엔을 내면 되는 영어 회화 스쿨과 법률회계 사무소, 주식회사가 있었군. 3층과 4층도 비슷한 듯 하고. 5층에는 LEBLANC 파인아트 (ファインアート)라고 쓰여 있고, 이후로도 주식회사와 사무소. 참.. 쓸데없는 정보죠?
내부는 다소 협소한 느낌이었고, 바 쪽으로도 앉을 수 있는 의자들이 몇 개 있었다. 아늑한 느낌의 공간과 조명.
우리가 주문했던 커피는 아마 Cafe Noir과 이 집의 시그니처라고 추천받은 Blanc et Noir "Queen Amber".
현재로서 맛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다른 리뷰를 찾아보니 가격이 많이 오른 듯 싶다. (커피 한 잔 치고는 가격이 비싸긴 하다.) 약간의 독특한 분위기와 협소한 가게,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있었던 게 생각난다.
다음 글에서는 일본에서 방문했던 가성비 스시 오마카세 집에 대한 소개가 주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