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박9일 도쿄여행기
(지난화 요약)
도쿄로 도착. 지하철 티켓을 구입.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시내로 들어오는 선택지가 매우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당황했지만, 케이세이 스카이엑세스 티켓을 사는 게 가성비가 가장 좋다고 생각해서 구입을 했다.
케이세이 스카이엑세스 티켓은 현장에서 직접 구매하였다. 공항을 나와 유심히 여러 이정표들을 보다 보면 화살표와 함께 스카이엑세스라고 쓰여 있었던 것 같다. 참고로 케이세이 전철에서 운용하는 철도를 이용해 나리타 공항에서 도쿄 시내로 가는 방법에는 아래의 세 가지 방법이 있었다.
숙소의 위치에 따라서 적절한 전철을 잘 골라서 타야 한다. 쓰다 보니 도쿄의 교통에 대해서 너무 길게 써 버린 감이 없잖아 있는데, 그만큼 외국인 입장에서는 좀 복잡하다고 느꼈다. 구글 지도로 경로를 찾았을 때에는 스카이엑세스 노선이 오시아게까지이고 이후 아사쿠사선으로 바뀌는 것으로 나와 있어서 J와 함께 오시아게에서 환승을 해야 하는 것인지 계속 타고 있으라는 것인지 우왕좌왕 했던 것 같다.
위 그림을 다시 보니 오시아게에서 시나가와까지는 분홍색으로 해서 아사쿠사선으로 표현이 되어 있다. 그렇다면 회사가 케이세이 전철에서 도에이 지하철로 바뀌는 것이니 티켓값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그러진 않았다. 공항에서 구매한 스카이엑세스 특급 티켓으로 아사쿠사 선을 타고 목적지인 다이몬 역까지 환승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아마 두 전철 회사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을 듯.
아무튼 우리의 첫 숙소는 다이몬 역에서 걸어서 7분 거리에 있는 시바 파크 호텔이었다. M이 합류하기 전까지는 이 숙소의 트윈 룸에서 묵을 요량이었다. 호텔의 외부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꽤 깔끔한 호텔이었고, 내부에는 작은 인공폭포도 있었던 것 같다. 호텔의 로비로 들어가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넓은 공간에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고 체크인 카운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체크인 카운터에는 다행히 한국인 안내원과 지배원이 있었어서 체크인을 하는 것 이외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런데 호텔 예약 과정에서 전달이 잘못된 것인지 호텔 지배인은 트윈 룸이 아닌 더블 룸을 준비해놓았던 모양이다. (지구마불 세계여행을 보셨다면 익숙한 광경.) 그러나 J와 내가 사귀는 것도 아니고, 한 침대에서 자기는 좀 그래서 트윈 룸으로 변경이 가능하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트윈 룸을 원한다면 방을 업그레이드 하는 대신 인당 하루 1,000엔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면 가능하다고 했다.
비용이 추가로 드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긴 했지만 이것은 결과적으로는 매우 좋았다. 일본 호텔의 방 사이즈는 대개 매우 좁기로 유명하기에 항상 방의 면적을 보고 숙소를 고르는 편이다. 이 호텔의 기존 트윈 룸의 면적이 21 ㎡였는데 이 정도의 공간도 사실 도쿄 도심에 있는 호텔의 숙소 중에서는 꽤나 넓은 편이지만, 우리가 업그레이드 받은 방은 디럭스 트윈룸이었는데 면적이 무려 32 ㎡ (약 10평)였던 것이다.
위 사진과 같이 넓었다. 1박의 가격이 다소 비싼 감은 있지만, 시기를 노려 위 호텔을 잘 예약하면 매우 쾌적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트윈룸과 디럭스 트윈룸 간의 가격 차이가 그렇게 크지도 않다!)
아무튼 그렇게 객실 업그레이드를 받고, 한국인인 지배인에게 근처에서 늦게까지 하는 이자카야가 있는지 물어봤다. 도쿄까지 왔는데 당장 맥주 한 잔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은 늦게까지 하는 술집들이 많이 있지만 일본은 또 모르는 거니깐. 다행히도 다이몬 역 근처에는 새벽 4시 반까지 하는 이자카야도 있다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목 축일 곳을 추천받고 숙소로 들어와 짐을 풀고 바로 나왔다.
지배인에게 추천받아 갔던 이자카야는 丸一酒場 浜松町이라는 곳이었는데 한글로 직역하면 '마루이치 바 하마마츠쵸점'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다. 丸一은 마루이치[まるいち]라고 읽는데 여기에 日을 붙여 丸一日이라고 하면 하루 종일, 온종일이라는 뜻이 있다고 하니 丸一는 모든(all) 정도의 의미인 것 같다. 酒場은 사카바[さかば]라고 읽는데 그 자체가 술집, 바라는 의미다. 浜松町는 하마마츠쵸[はままつちょう]라고 읽는데 다이몬 역에서 좀 더 가면 JR 동일본의 하마마츠쵸 역이 있어서 하마마츠쵸점이라고 이야기하는 듯 하다. 사실 다이몬 역 바로 앞이긴 한데, 잘은 모르지만 하마마츠쵸 역이 훨씬 더 전에 생겼나 보다, 라고 글을 적고 찾아보니 하마마츠쵸 역의 개업일은 무려 1909년 12월 16일이란다. 대단하다.
본격 메뉴판 분석에 들어가보겠다.
첫 장에는 마루이치 바의 명물! 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니 이 가게의 대표 메뉴로 내세우는 메뉴들인 듯 하다.
① 철판교자(鉄鍋餃子; 테츠나베[てつなべ] 교우자[ギョウザ])
테츠나베는 직역하면 쇠냄비 정도의 뜻인데 한국식으로는 철판이라고 얘기하면 되지 싶다.
붉은색 글씨로 한 입 (一口; 히토쿠치[ひとくち]) 사이즈[サイズ]라고 쓰여 있다.
1인분(1人前; 이치닌마에[いちにんまえ])은 6개(6個; 롯코[ろっこ])로 290엔에 세금이 별도다. 일본 음식점에서는 가격을 표시할 때 10%의 세금을 포함하지 않은 가격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세입(稅入)인지 세별(稅別)인지 주의깊게 봐야 하는 이유다. (몇 인분 세기, 몇 개 세기)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주문은 2인분부터 부탁드린다고 쓰여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교자의 수는 12개 정도이니 2인분을 주문했을 때 저렇게 나온다는 이야기로 이해할 수 있다.
오른쪽에는 "モチモチの皮はカリツ香ばしく、具は野菜多めで見た目よりさつぱりしており、いくらでも食べられてしまいそうなおいしさです。"이라고 쓰여 있다. 내 일어 실력으로는 이 문장을 해석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려서 파파고의 도움을 받았다. "쫄깃쫄깃한 껍질은 바삭하고, 건더기는 야채가 많아 보기보다 바삭바삭해서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맛입니다."라고 한다.
② 명란 모츠나베(明太もつ鍋; 멘타이[めんたい] 모츠나베[もつなべ])
모츠나베는 사실 한국에서도 많이 대중화가 된 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광주의 갓포호사에서 먹었던 모츠나베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빨간색 박스 안에는 자랑스러운(自慢; 지만[じまん]) 하카타(博多) 명물이라고 쓰여 있다. 확실히 후쿠오카는 명란으로 유명하긴 하다.
1인분에 980엔으로 역시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고, 세금은 별도다.
"メには是非!"이 해석이 안 된다. メ가 뜻하는 것이 눈일 수도 있고 여성일 수도 있다고 한다. '눈에는 제발(是非; 제히[ぜひ])!'이라는 뜻일까, '여성에게는 제발!'이라는 뜻일까. 아리까리. 그 아래에는 치즈리조또가 적혀 있다.
매운맛의 레벨을 선택해달라는 표현과 함께 세 단계의 매운맛이 적혀 있다. 레벨 1은 매콤한 맛 (ピリ辛; 피리[ピリ] 카라[から]), 레벨 2는 아주 매운 맛 (激辛; 게키[げき] 카라[から]), 레벨 3은 아주 아주 매운 맛 (超激辛; 쵸우[ちょう] 게키[げき] 카라[から]) 정도로 해석하면 되지 싶다.
③ 와규 모츠나베(和牛もつ鍋; 와규[わぎゅう] 모츠나베)
진한(濃厚; 노우코우[のうこう]) 된장(味噌; 미소[みそ]) 스프라고 상단에 쓰여 있다. 된장 베이스의 모츠나베인 것이군.
1인분에 880엔으로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며 세금은 별도다.
마찬가지로 제발! 아래에는 시메[しめ] 라멘이 쓰여 있다. 시메 라멘이 뭐지? 하고 구글링을 해 보니 술을 즐긴 후에 먹는 음식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특별히 정해진 메뉴는 없지만 탄수화물이나 염분이 포함되어 있는 게 대부분이라고.
아, 그러고보니 이제 メ의 궁금증이 풀렸다! 내가 봤던 글자는 メ가 아니었던 것이다. しめ를 줄여서 표현할 때 사용하는 기호인 것이다. 이 특수기호는 통상적으로 마감, 마무리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일본 요식업계에서는 술을 즐긴 후에 식사로 먹는 음식을 뜻한다고 한다. 그러면 결국 '시메는 제발!' 혹은 '후식은 제발!' 정도로 해석하는 게 맞겠구나.
모츠나베 아래에 추가재료(追加具材; 츠이가[ついか] 구자이[ぐざい])로 선택할 수 있는 것들로 소고기가 480엔, 모듬야채가 280엔이다. 시메로는 조우스이[ぞうすい](雑炊)와 치즈리조또, 시메라멘이 각기 200엔이다.
조우스이란 무엇인가? 조우스이는 나베 요리를 먹을 때 보통 같이 먹게 된다고 하는데, 나베의 건더기를 다 먹고 국물만 남은 냄비 안에 밥과 파나 계란 등을 함께 넣고 끓여 먹는 것이라고 한다. 재밌는 부분이다. 한국의 '마무리 볶음밥' 문화와 유사하지 않은가? 다 먹고 나서 즐기는 탄수화물의 관점으로 보면 샤브샤브를 먹고 나서 넣어먹는 우동 사리나, 부대찌개를 먹고 나서 넣어 먹는 라면 사리도 이와 유사하다.
④ 바카모리[バカ盛り]
바카모리라는 말은 일본 음식점에서 '엄청나게 많은 양의 음식'을 뜻할 때 쓰는 말인 듯 하다.
바카모리 감자튀김이 380엔, 바카모리 샐러드가 480엔이다. 어우, 사진처럼 나오면 저 샐러드는 소한테 여물로 줘야 할 판이다.
스크롤 압박이 심하다. 메뉴판을 해석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정리를 한다고 생각해 보니 배울 것이 많다. 시메를 칭하는 새로운 기호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신기하고, 시메로 조우스이를 먹는 것은 한국과 유사한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중국의 문화는 어떨지 모르겠다. 오래 전에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라는 책의 부록을 읽었었는데, 현재 일본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은 한국에서 살던 사람들이 넘어가서 일본에 살던 원주민인 아이누족을 북방으로 밀어내고 정착한 사람들이라는 내용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확실히 유사한 부분이 많은데, 마무리를 탄수화물로 하는 것도 이런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메뉴판의 두 번째 장부터는 다음 글에서 이어서 탐구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