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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Apr 07. 2020

몰타에 관한 몇 가지 사실

이런 사실 알고 계시나요

1. '바람'이라는 날씨가 있다.
날씨라는 어플에서 늘 보던 해/비/눈/구름.
그리고 유럽, 정확히는 독일에 머물며 처음 봤던 뇌우가 날씨 종류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7-8월 몰타에는 ‘바람’이라는 날씨가 있었다. 정말 뜨겁고 쨍쨍한 햇살 아래 우리나라 가을바람처럼 습하지는 않으면서 온도도 딱 적당한 기분 좋은 바람이 세차게 분다. 타들어갈 것 같은 햇빛의 여름을 버틸 수 있는 이유다. 이런 날씨, 어찌 즐기지 않을 수 있으랴.




2. 국뽕이 절로, 국산차의 위력
의외로 길에서 자주 발견되는 H사 K사의 차들.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에서 90년대에나 탔던 엑x트나 프라x드 등이 많다는 것. 아마 중고차들이 수출된 거겠지. 유럽 어느 국가에서보다 유난히 우리나라 차를 보게 되니 괜히 반갑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고. 참고로 몰타의 도로는 굴곡과 오르막 각도가 심하기도 하고 운전자들도 운전을 험하게 하는 편이다. 운전석도 우리나라와 반대이기 때문에 운전을 할 땐 주의해야 한다.





3. 내가 바로 지중해다
몰타 어느 지역을 가든지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바다가 보인다. 음료에 빨대 꽂듯이 바다에 사다리만 꽂으면 어디든 수영할 수 있는 비치 완성! 바다가 정말 이 정도로 맑아도 되는 거냐며 볼 때마다 감탄이 나오는 곳이다. 학창 시절, 사회과 부도 교과서에서나 숱하게 보던 그 지중해 바다에서 내가 수영을 하고 있다니! 새삼 내가 정말 멀리 와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이 순간의 행복을 고이고이 간직하고 싶다는 명상에 젖어들게 된다.





4. 고양이들을 위한 섬, 몰타
몰타에 가서 가장 놀랐던 사실 중 하나는 바로 이 고양이들 때문이었다. ‘몰타는 사람 인구보다 고양이 수가 더 많아’라는 어학원 선생님의 우스갯소리가 정말 사실이라고 느낄 만큼 고양이들의 천국이었다. (실제로 몰타의 인구는 약 44만, 고양이 수는 약 30만이라고.) 지중해 정중앙이라는 지리적 요건으로 인해 오래전부터 무역업이 성행했던 몰타. 선박에 타고 있던 쥐들이 들어오면서 그 쥐들을 잡기 위해 고양이를 들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쥐를 잡는 고양이가 고마워서일까, 몰타인들 또한 고양이에게 호의적인 듯하다. 길고양이들이 매년 증가하는 건 몰타인들의 노력이 있었을 터. 평소에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내게 몰타는 지옥이 될 뻔했으나 몰타 고양이들, 나에게 도통 관심이 없다. 여유 넘치는 사람들의 성향을 고양이들도 닮은 건지 사람이 지나가든 말든 느릿느릿 묵묵히 자기 갈 길만 갈 뿐이다. 걸어 다니는 고양이는 그나마 부지런한 편. 길에서 발견하는 대부분의 길고양이들은 멍하니 누워 있거나 자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 몰타에서 고양이들과 함께 지낸(?) 덕에 고양이 공포증이 조금은 사라져 돌아왔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몰타는 천국일 것이다.




5. 존재만으로도 다행인 아시안마트
우리에게 몰타가 생소하듯, 몰타도 우리가 생소하리라. 이 작은 나라에 과연 한국 마트, 아니 아시안 마트가 있을까. 매우 다행히도 정답은 Yes다. 정말 작은 규모지만 라면도 종류별로 많고 두부며 고추장이며 웬만한 식재료는 다 있는 소중한 마트다. 가격이 좀 비싼 건 어쩔 수 없지만 만리타향에서 바다 수영하고 먹는 따뜻하고 얼큰한 라면 맛은 그 어떤 음식보다 꿀맛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


그지라(gzira) 지역의 아시안마트




6. 자나 깨나 공습
축제가 많은 여름철에는 시도 때도 없이 불꽃이 터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팡팡 터지는 불꽃놀이를 상상한다면 금물. 정말 감질맛 나게 찔끔찔끔 하나씩 터진다. 끝났나? 싶으면 또 터지고, 진짜 끝났나 보다 하면 또 터지고. 몇 시간에  걸쳐 갑작스럽게 터지는 이 불꽃놀이에 공습이라는 별칭을 달아주었다. 몰타에 머무는 동안 이 공습에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떠날 때까지 적응하지 못하고 시끄럽다만 연발했다는.


7. 철도가 없다?
우리나라 서울의 절반 정도 되는 크기에 지반이 험한 섬이라 그런지 제주도처럼 철도가 없다. 지상으로 다니는 트램이라도 있을 법 한데 철도는 지상이든 지하든 보이지 않는다. 대중교통수단은 오로지 차인 버스와 택시뿐.




8. 택시 잡기 힘들어요.
우리나라처럼 길에서 손을 흔들며 택시! 를 외친다면 평생 잡을 수 없다. 몰타의 택시 시스템은 무조건 예약이다. 택시 사무소에서 타도 좋고 우버와 같은 기능인 ecabs라는 어플을 이용해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9. 사람들은 느릿 차들은 쌩쌩
세상에서 가장 느린 나라라 소개되는 몰타. 밥을 먹으러 레스토랑을 가도, 일 처리를 위해 관공서를 가도 20-30분은 기본으로 기다리는 시간이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에겐 답답할 노릇. 그런데 이 여유 넘치는 사람들, 차만 타면 거친 드라이버들로 돌변이다. 어찌나 쌩쌩 험하게 달리는지 내가 운전자든 보행자든 늘 조심해야 한다. 운전과 보행 모두 우리나라와 반대로 움직이니 특히나 조심하자.




10. 세계문화유산의 나라
섬 전체가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적들이 훌륭하게 잘 보존되어 있다. 16세기 십자군 전쟁이 끝난 뒤 몰타에 정착한 성 요한 기사단은 몰타에 종교를 입힌 유럽 문화를 뿌리내렸고, 대항해시대가 시작되면서 중동의 문화가 함께 겹겹이 쌓아졌다. 특히 몰타의 수도 발레타는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일한 도시다. 성 요한 기사단이 30년에 걸쳐 완성한 도시답게 정교함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3,000여 년 전 세워진 도시 임디나 역시 역사적 가치가 높은 곳 중 하나다. 귀족들이 거주했다는 이 도시는 따뜻하지만 투박한 느낌의 상아색 건물들이 가득하다. 역사가 잘 보존되어 있을 뿐 만 아니라 자연 경과도 뛰어나  드라마 왕좌의 게임, 영화 트로이의 촬영지로 발탁되기도 했다.




11. 북한의 그분도 왔다 갔다는 
이름도 생소한, 머나먼 곳 이 몰타에서 북한 사람을 만난다면?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북한 노동자들이 이 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1980년대 협정을 맺은 이래로 몰타와 북한은 계속 친선 관계를 유지했고 이러한 관계에 따라 70년대에 후계자로 결정된 김정일이 영어 연수를 위해 약 1년간 몰타를 방문해 몰타 대학 교수에게 영어를 배웠다는 설(?)이 내려오고 있다. 이렇게 친분을 유지했던 북한과 몰타는 2016년 우리나라 외교장관이 처음 몰타를 방문하게 되면서 그 친분이 끊겼다. 북한 노동자들의 비자 연장을 중단하고 신규 비자 허가도 금지한 것. 덕분에 우리는 더 안전하게(?) 몰타를 방문하게 되었고, 몰타를 직항 항공으로도 갈 수 있을 날이 머지않았다.


서핑을 즐기려는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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