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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Aug 27. 2019

왜 몰타야? -2-

몰타에 두 번 가게 된 이유

한나’s story



몰타에서 어학연수를 하는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너무 좋아서 다시 또 오고 싶어요. 재미없고 지겨운 나라. 빨리 돌아가고 싶어요. 나의 경우 당연히 전자였다. 우리나라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한가로움과 비현실적인 지중해 바다 풍경, 직장 생활을 하며 잃어버렸던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값진 시간들 때문에 하루하루 흘러가는 것이 두려울 정도였다.


사실 몰타는 퇴사 후 옵션에 없던 장소였다. 워킹홀리데이 겸 어학연수로 가려했던 호주의 비싼 물가 때문에 필리핀 어학연수를 고민하던 차였다. 그러던 중, 먼저 몰타에 다녀온 실비아의 강력한 추천으로 한국에서 몰타로, 그리고 몰타에서 호주로 가는 루트가 완성됐다. 지구를 거의 한 바퀴 나 도는 비행이었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어디든 내 뜻대로 떠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행복이었다.

몰타 어학연수 생활은 꽤 만족스러웠다. 수업이 끝나면 세계 각 국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나들이를 다니고, 주말엔 유럽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인생 첫 나만의 호사를 누렸다. 저렴한 비용이지만 퀄리티만큼은 나쁘지 않았던 어학원 환경도 마음에 들었다. 기숙사 생활이 불편하긴 해도 다른 나라 친구들과 또 언제 같이 살아보겠나 생각하니 회화 연습은 덤이요, 불편함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꿈같았던 두 달간의 몰타 생활을 뒤로하고 간 호주에서도 어학원을 다녔다. 브리즈번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학원이었다. 시설만큼은 최고였지만 클래스당 넘쳐나는 학생들과 높은 비용은 소수로 수업했던 몰타와 자연스레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호주에서 일을 하며 어학 공부를 하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으나 여유 넘치는 몰타의 환경이 나에게 더 잘 맞는다는 생각에 9개월의 호주 생활 후 다시 몰타로 넘어가게 되었다.


시드니에서 아부다비를 거쳐 로마로, 그리고 다시 몰타로 가는 23시간의 긴 여정은 그리웠던 몰타의 풍경을 상상하는 동안 순식간에 지나갔다. 루카 공항에 발을 딛자마자 코를 감싸는 몰타의 바람 냄새를 맡으니 이 작은 나라 몰타를 또 왔구나 실감이 났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몰타에서의 생활. 새로운 어학원과 기숙사, 그리고 친구들. 내 생활환경만 바뀌었지만 몰타는 바뀐 것 하나 없이 그대로였다. 9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우리나라였다면 뚝딱 바뀌었을 번화가도, 공사에 진전이 있었던 건지 의문이 가는 공사장 터도 시간의 흐름이 없었다.


두 번째 방문은 때로는 현지인처럼 때로는 관광객처럼 더 여유롭게 몰타를 느낄 수 있었다. 해변 카페에서 대낮부터 칵테일을 마시고, 바위 위에 드러누워 한없이 낮잠을 자기도 하고, 낚시하는 아저씨를 멍하니 구경도 하고. 첫 번째 몰타가 나에게 여유를 가르쳐줬다면 두 번째 몰타는 여유를 즐기는 법을 가르쳐줬다.


몰타=여유로 귀결되는 나라.
학창 시절부터 취업, 그리고 직장생활까지 나를 돌아볼 시간 없이 지금껏 달려왔던, 가장 평범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몰타는 세상 가장 낯선 곳일 것이다. 그 낯섦을 여유로 받아들이느냐, 지겨움으로 받아들이느냐는 나의 선택이다. 다음번에 또 간다면 몰타는 내게 어떤 여유를 보여줄까.


몰타 어디서든 볼 수 있은 여유로운 바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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