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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Aug 17. 2019

왜 몰타야?

몰타에 가게 된 이유

몰타란 나라에 대해 처음 들었던 건 2009년이었다. 과 후배가 몰타로 어학연수를 간다길래 영어 연수하러?라고 되물은 적이 있다. 그런 나라를 들어본 적도 없었고 영어를 쓰는 나라라는 건 더더욱 몰랐던 사실이었다. 예전 영국 통치를 받은 나라라니 영국 근처 어디쯤에 붙어있겠거니 생각했다. 그리고는 까맣게 있고 있었던 그 나라.


다시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던 건 퇴사를 준비하던 2016년이었다. 퇴사 후 독일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가지고 1년간 유럽을 여행할 계획이었고, 7-8월 더운 여름은 한 곳에서 두 달 살기를 할 예정으로 유럽 지도를 살펴보던 중이었다. 그때 몰타란 이름이 눈에 띈 건 운명이었을까. 영국 언저리가 아닌 이탈리아 밑, 교과서에서나 들어봤던 지중해의 한가운데 위치한 섬이라니. 이온음료를 부어 놓은 듯한 파랗고도 투명한 바다, 어학연수, 지중해라는 뭔가 우와- 할 만한 멋있는 단어들은 당장 몰타행을 결심하게 만들었다. 그 좋다는 회사를 관두고 떠난다는데 이 정도의 그럴듯한 명분은 내세워줘야 ‘나 퇴사 잘했소’라는 말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몰타는 내 인생의 한 곳을 차지하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나라
대한민국 모든 아픈 청춘들이 그렇듯 나 역시 쉼 없는 20대를 보냈다. 어느 날 문득 내 청춘은 뭐였을까 돌아보니 학업, 알바, 취업, 직장이 고작 전부였다. 20대의 마지막 한 자락이라도 원 없이 행복함을 느껴보고 싶었고 그 행복에서 가장 절실했던 건 여유였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나라라는 몰타는 빨리빨리 문화에서 자란 내게 둘도 없을 여유를 안겨줬다. 깜빡이는 횡단보도 초록불에 급하게 뛰어야만 직성이 풀렸던 나는 온데간데 사라져 버렸고,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음식이 아무리 나오지 않아도 언제 나오는지 한 번 묻지 않게 되었다. 다음 버스가 언제 올 지 몰라도 정류장을 막 떠나는 버스를 타려 애써 뛰지 않았고 인터넷 속도가 느려도,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기다릴 줄 아는 느긋함이 생겼다. 세상 급하게 살던 내가 거북이처럼 마냥 느려질 줄 누군들 상상했을까.


저렴한 물가
이왕 쉬면서 노는 것, 영어 공부라도 하면서 놀자!라는 생각이었지만 애초에 어학원의 레벨은 크게 중요치 않았다. 학원에 가면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있고 선생님이 있고 그들과 대화하는 게 다 어학 공부 아니겠는가. 그러기에 두 달간 지낼 기숙사의 청결함 따위가 나에겐 더 소중했고 기숙사 가성비가 좋다는 어학원을 등록했다. 등록하고 나니 이게 웬걸. 몰타의 웬만한 어학원이 어학연수국가 중 가장 저렴하다는 필리핀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런 나라를 이제야 알았다니 하면서도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라며 몰타의 물가에 새삼 감탄을 했다. 반면 생활 물가는 크게 저렴한 편은 아니다. 식료품이며 공산품이며 전부 수입이다 보니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하면 조금 비싼 편이다.


헬로, 나이스 투 미츄
20년을 배워도 여전히 더듬거리지만 그렇게라도 구사할 수 있는 언어, 영어. 두 달을 살려면 말은 통해야 할 텐데 내가 할 수 있는 외국어를 쓰는 나라보다 완벽한 나라가 또 어딨을까.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1964년 독립한 몰타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지만 자국민들은 생활에서 몰타어를 우선으로 쓴다. 국민 모두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건 아니고 학력이나 지역, 소득에 따른 편차도 있지만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정도고 우리의 주요 대화 상대인 어학원 선생님이나 관광지의 가게, 레스토랑 등에선 유창하게 구사한다.


가끔 잠이 안 올 때 얼마가 있으면 뭘 할까 하는 그런 상상을 하곤 한다. 백만 원이 생긴다면? 몰타 가는 비행기 티켓 끊어야지! 천만 원이 생긴다면? 몰타에서 여유롭게 세 달 살기 해야지! 1억이 생긴다면? 몰타에서 에어비앤비 하면서 살아야지! 몰타에 중독이라도 된 듯 오로지 몰타에 다시 갈 생각뿐이다. 이 정도면 인생 나라 아닌가?


몰타행을 결심하게 했던 코미노 섬


지명을 제외한 대부분은 영어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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