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현실을 부정하고픈 순간이 있다.
가령 내일이 개학인데 일기가 가득 밀렸다던지,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했는데 차였다던지,
기대했던 채용이나 시험의 불합격 통지를 봤다던지,
긴 연휴의 마지막 날이라던지,
의도치 않은 긴 이별을 할 때라던지.
아무리 현실을 부정한다 한들
시간은 우릴 기다려주지 않으며,
타임슬립이 있다 한들 미래는 우리가 바꿀 수 없다.
미래는 지금 현재의 내가 만들면 되니까.
밤을 새서라도 일기를 쓰면 되고,
실컷 울고 툴툴 털어내면 되고,
칼을 갈고 다시 준비하면 되고,
여유를 가지고 다음 날을 맞이하면 되고,
좋은 날을 추억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면 된다.
현실을 부정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두려움의 미래가 성큼성큼 다가오기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