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정확히는 2007년 8월.
나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으로부터
차로 두시간 반 가량 떨어진 시골 마을에서
봉사를 하고 있었다.
교육 시설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짓다 만 건물을 깨끗이 꾸며 학교를 만들고
고아원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한국 동요도 가르쳐 주고 문화 교류도 하는,
봉사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내 마음을 행복으로 가득 채우고 온
그런 시간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하루 전,
난 그 곳에서 2주 후의 나에게 엽서를 썼고
2주 후의 나는 그 엽서를 받고서
괜히 벅차올라 혼자 질질 울었더랬다.
그 이후로 여행을 갈 때마다 하는 강제적 버릇.
나에게 엽서 쓰기.
낯선 곳에서 내가 느낀 감동과 감정들을
잊지 말라는 과거의 나에게 맡는
일종의 숙제 검사다.
퇴사 후 여행은 꽤 길었던 이유로다가
나는 미래의 나 대신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
엽서를 썼고 여행지마다 썼던 그 엽서들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1-2주 후,
사진을 통해서 나에게 되돌아왔다.
그걸 읽으며 과거의 나에게 다짐과 영감을 받고
2주 후 또 한참 성장할 나를 위해,
2주 전 오늘의 나는 열심히 엽서를 썼더랬다.
일기와는 또 다른 엽서 쓰기.
여행자라면 특히 퇴사 후 혹은 졸업 후,
혹은 여러 가지 이유로
새로운 시작을 위한 여행자라면
반드시 권하고 싶은 엽서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