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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Apr 12. 2017

퇴사일기 #54. 그냥 보고 싶어 그래

10월 12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1박 2일 짧은 인스부르크 여행에서
오랜만에 1인실 숙소를 잡게 되었다.
이럴 때 듣는 한국 가요가 제맛이지 하며 틀었는데
안타깝게도 와이파이가 안 잡힌다.
꿩 대신 닭으로 최신가요가 아닌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던 노래를 틀었다.
틀자마자 나온 노래는 규현의 '그냥 보고 싶어 그래'.
간주가 시작되는 순간,
쌀쌀한 어느날 회사를 관둘까 말까 고민하며
퇴근 후 명동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우울한 내 모습이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친다.
스스로도 놀라 발매일을 보니 2015년 10월 15일.
너무나 정확히도 일년 전이다.
노래를 들으니 그 생각이 떠올라
괜시리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노래로 기억되는 순간들이 있다.
젝키의 커플을 들으면
초등학교 때 첫사랑이 생각나고,
조성모의 아시나요는
내 질풍노도 사춘기 시절의 전부였으며,
윤하의 오늘 헤어졌어요를 들으면
우울했던 날 위해
홍대 밤거리를 함께 누벼주던 이들이 생각난다.

음악이 사람의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어 준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앞으로 규현의 '그냥 보고 싶어 그래'는
암울했던 그날의 명동이 아닌
화창했던 인스부르크로 기억되겠지.


인스부르크 거리
오래 머물고 싶은 도시 인스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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