벵갈루루 여행기 II
여행 둘째 날. 휴가 때라면 오전 10시는 거뜬히 넘겨서 기상했는데, 인도에 오고 나니 아침 7시면 눈이 저절로 떠졌다. 알람보다 일찍 일어나는 일이 연중행사 같은 나에게는 나름의 희소식이다.
유튜브 속에서 짧지 않은 시간을 침대 위에서 보내고, 샤워를 했다. 사다 놓은 머핀을 전자레인지에 대우고, 한국에서 가져온 카누(Kanu)를 마셨다. 잘 마른빨래를 개어놓고, 숙소를 나온 시간은 아침 11시였다.
나의 여행 습성 중 하나는 한 지역의 중심, 즉 가장 유명한 곳부터 여행해보는 것이었다. 첫 단계부터 숨겨진 명소 중에 명소를 찾으려다 낭패를 본적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잘 알려진 일명 "핫플레이스"에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하기로 했다. 무리하지 않는다. 딱 두 곳만 다녀왔다. 랄바그 공원과 MG로드.
랄바그 공원 Lal Bagh Garden
지루한 공원이나 파크 (같은 건가)는 정말 질색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다녀온 이유는 간단했다. Tripadvisor에서 극찬을 했기 때문.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근처에 지하철역이 있다면 MG Road 역으로 가자. 다섯 정거장 티켓으로 20루피(약 400원)를 냈다. 외부는 역처럼 생기지 않았기에 사용할 일이 있다면 잘 확인해야 한다.
MG로드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인도는 구글맵 활성화가 잘 되어있어, 핸드폰만 있다면 어디서 버스를, 몇 번을 타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참고로, 인도의 모든 버스의 앞자리들은 여성석으로 구별되기 때문에 남성 여행자들은 무조건 뒤에 안거나, 서야 한다. MG로드에서 랄바그 근처 정류장까지 20분 정도 소요된다. 구글맵이 내리라는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정문까지 10분 정도 산책 겸 걸어가다 보면 정문이 보인다. 이곳에서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야 하며, 내국인&외국인 구분 없이 가격은 25루피로 동일하다. 하나 이해가 안 되는 점이라면 카메라를 갖고 들어가는 데에도 돈을 내야 한다. 60루피씩이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다. 인도에서 빈번하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출입구는 총 4개로 들어왔던 입구가 아니라도 어딜 통해서 나갈 수 있다. 안에서 물을 따로 팔지 않으니 들어갈 때 하나 정도 준비하는 게 좋겠다. 크게 한 바퀴를 돌면 약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자연을 만끽했다. 사실 11월은 랄바그 가든에게도 비수기라서 공원 관리를 크게 하지 않았다. 가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형편없었다. 곳곳에 땅을 가꾸워 놓은 채 방치해 놓은 곳이 많았다. 에버랜드의 플라워 페스티벌을 기대했던 나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 그렇다고 관람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거의 모든 관람객이 인도 현지 사람들이라서 랄바그 가든의 인기는 여전하다고 생각했다. 날씨는 참 좋았다.
한 가지 꿀팁을 주자면, 인도에서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본인이든 타인이든 용기 있게 다가가서 사진을 촬영해도 되겠냐고 묻기만 하면 다들 웃으면서 포즈를 잡아준다. 이건 끝날까지 여행하면서 피부로 느꼈던 사실이다. 다들 너무 친절하다. 내가 그들의 친절함까지 카메라에 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랄바그의 랄(Lal)은 힌디어로 붉음 (red)을 뜻하고, 바그(Bagh)는 정원 (garden)을 뜻한다. 쉽게 표기하면 붉은 정원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일부 역사 학자들은 랄(Lal)이 '사랑받는' 다는 형용사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붉은 정원이라고 이해한다고 한다. 인도에서 빨간색은 다산과 번성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색이다. 여성이 결혼할 때 입는 옷도 무조건 붉은색 사리이어야 한다니, 인도인들에 빨간색에 대한 애정은 각별한 것 같다.
사실 이름만 보면 붉은 정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차라리 역사 속에 랄 바그라는 사람이 있었고, 그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라면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다. 하지만, 붉은색은 - 가든을 돌아다니다 보면-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관리가 아무리 안되어 있어도 붉은색이 없는데 붉은 정원이라고 불리게 하다니. 물론, 내가 붉은색에 감흥이 있어서 방문한 건 절때 아니지만, 조금 더 색 다른 걸 경험하고 싶었던 마음에서 나온 아쉬움이 있었다.
걷다가 걷다가 (나는 길을 잃었다) 열다섯 계단 정도를 올라갔다. 시원한 물소리가 들려왔고, 마지막 윗 계단을 밞았을 때 호수는 나를 향해 활짝 웃고 있었다. 동서로 쭉 뻗어있는 호수와, 건강하게 내리쬐는 햇살과 폭포가 만들어낸 하모니였다. 누군가 계단 위로 올라올 때까지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자세하게 보니 폭포는 인공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들 어떠한가, 자연과 기술이 긍정적으로 공생하는 적절한 모습이었다.
자연공원이 있는 도시. 벵갈루루는 제2의 실리콘벨리로 불릴 정도로 산업화/공업화를 거친 IT도시이다. 하지만 그들은 자연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존하려는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인도의 슈퍼마켓이나 카페에 가면 쇼핑백과 빨대 모두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또, 많은 관광지에서도 플라스틱병을 지참하지 못하게 한다. 같은 문맥에서 한국에서 자연과 환경을 아끼려는 노력은 어느 정도일까. 인프라만 잘 갖춰져 있다고 잘 사는 나라일까, 또 우리가 인도에게서 배울 점은 없을까 하며 폭포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많은 여행자들이 여행을 통해 다른 나라의 이로운 점을 피부로 느끼고 돌아와 실천해 준다면 한국 또한 더 건강한 나라가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