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 55km 군 시절 행군 떠올리게 했던 하이랜드 하이킹
아이슬란드 가면 가장 해보고 싶었던 활동은 바로 하이렌드 히이킹!
하이킹(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지구별 같지 않은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내는 하이랜드 하이킹을 꼭 해보고 싶을 것이다. 그런 하이랜드 하이킹을 우린 하고 왔다.
그것도 아주 군대 행군보다 힘들게 말이다.
하이랜드는 아이슬란드 내륙에 있으며 6월부터 9월까지 여름에만
갈 수 있는 특수한 지역이다. 들어가는 길이 비포장의 험한 길이고 중간중간 계곡을
건너야 해서 이륜차는 진입이 금지되어 있고 오직 4륜 차인 오프로드 차들만
들어갈 수 있다.
우리는 지난 6월 30일 레이캬비크를 떠나 히치하이킹을 통해 하이랜드 시작점인
'란드만나로우가르' 도착했다. 목표는 종착지인 '소스뫼르크' 까지 55km 구간을 5일에
걸쳐 하이킹할 예정이다.
사실 나는 하이랜드의 멋진 풍경만 생각하고 무턱대고 시작한 하이킹을 시작했다.
그러나 모든 짐을 자신이 직접 짊어지고 산길을 타야 했기에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었고
고달프던 하이킹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하이킹인 히밀라야 트레킹과 비교하자면
히말라야 트레킹은 중간중간 마을과 룻지가 있어 자신의 체력에 맞춰
일정이 가능하고 무거운 짐은 포터를 고용하면 되기에 체력적으로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하이랜드 하이킹은 띄엄띄엄 있는 몇 개 안 되는 산장들과 모든 짐을 자신이 직접 짊어지고
산길을 걸어야 했기에 히말라야 보다 난이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체력적으로 더 힘들었다.
특히 첫날이 가장 힘들었다. 5일 치 식량까지 준비하니 가뜩이나
무거운 배낭은 더욱 무거워져서 내 어깨를 짓눌렀다. 아마 내 배낭의 무게는 어림잡아
25kg 이상 나갔을 것이다. 참고로 군대 행군할 때 군장의 무게는 20kg 정도이니
내가 얼마나 무거운 배낭을 메고 무식하게 하이킹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첫날 구간은 오르막의 연속이다.
해발 1000m 넘어가자 온 세상이 눈 덥힌 대지와 산밖에 안 보이는 겨울왕국이 펼쳐졌다.
끝없이 어이진길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기에 더욱 힘들다. 그렇게 눈길을 무겁게 즈려 밟고
가는데 눈이 수북이 쌓인덕에 발이 푹푹 빠져서 걷는 것조차 쉽지 않다. 등산화는 이미 젖어버려 양말까지
축축하게 젖었다. 이 찜찜한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조차 없다.
기상조건도 안 좋아 눈과 비가 내렸다. 나의 티셔츠는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재킷을 벗고 싶지만
체온 유지를 위해 두꺼운 재킷을 벗을 순 없었다. 이런 환경 속에 벗었다간 급격하게 체온이
떨어지면 큰일이니깐! 썩 좋지 않은 상황 속에 '아 이러다가 조난당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아찔한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미 고갈된 체력이지만 악착같이 걸어 간신히 첫날 목적지였던
산장에 도착했다. 오후 1시에 출발해서 저녁 8시에 도착했으니 7시간을 트레킹 한셈
체력소모가 컸던지라 도착하자마자 뜨거운 라면 국물에 밥 말아먹고 텐트를 쳤다.
그리고 최대한 따뜻하게 자기 위해 옷을 껴입고 침낭 안에는 핫팩을 넣었다. 침낭 안에 들어간
우리는 곧바로 그렇게 기절해버렸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아침으로 전투식량을 하나 까면서 둘째 날 하이킹을 준비했다.
그래도 첫날을 제외하곤 나머지 3일은 비교적 순탄한 길이 이어져 나름 할만했다.
(무거운 배낭 메는 것 빼고는-_-) 하이랜드를 홍보하는 사진에서 나오던 그람 같은 풍경이 펼쳐진
것도 둘째 날부터다. 중간에 등산화를 벗고 몇 차례 계곡을 건너는 익사이팅한 구간도 있었다.
그렇게 하루 평균 13km 걸었다. 묵묵히 묵묵히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나는 왜 이런
고행을 사서 하는가?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말이다.-_- 우리 와이프는 이런 힘든
고행길에도 나보다 더 묵묵히 앞만 보고 갈 뿐이다. 하이킹이 끝나고 물어봤다
왜 이렇게 빨리 걷냐고 그러자 와이프님 말씀 '그저 빨리 끝내고 싶어서...... -_-'
와이프도 어지간히 힘들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못난 남편 덕에 힘든 하이킹을 하게 돼서
괜히 미안해지네 가면 멋지다고 꼬신 게 나인데 말이다 -_-
어쨌든 4박 5일간 하이랜드 하이킹을 무사히 마치고 종착지인 소스뫼르크에 드디어 도착했다.
볼케이노 산장이란 곳에서 캠핑을 했는데 그날 산장에서 제공하는 저녁 뷔페를 보고 정신줄을
놓치고 말았다.
두툼하고 먹음직스러운 소고기,
윤기가 좔좔 흐르는 소시지 볶음밥,
맛있어 보이는 빵들과 따듯한 수프까지....
5일 동안 라면과 전투식량으로 때우다가 화려하게 차려진 음식들을 보니 본능은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켜 버렸다. 침을 꿀꺽 삼키면서 '그래 5일 동안 산에서 고생했으니 우리는 이런 음식 먹을
자격 있어' 애써 자기 합리화하며 무려 9000크로나 (9만 원, 한 명당 45,000원)나 되는
뷔페 가격을 신용카드로 긁어버렸다. (비싼 아이슬란드 물가ㅜㅜ)
생애 가장 비싸게
지불하고 먹는 뷔페....
그날 저녁 우리는 배 터지게
먹었다는 후문 후훗 -_-v
- 하이랜드 트레킹은 여러 코스가 있다.
우리가 했던 소스뫼르크까지 55km 코스가 가장 많은 하이커들이 찾는 구간이고
란드만나로우가르에서 당일치기 코스부터 4박 5일 코스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으니 자신의 시간과 체력에 맞춰 하이킹을 즐기면 된다. (첨부파일로 하이랜드 맵 첨부)
- 하이랜드는 산장이 띄엄띄엄 있는 편이라 2일 이상 트레킹 시에는
비상식량을 챙겨야 하며, 급작스런 날씨 변화에 맞춰 의상과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
- 첫날 구간은 1,100m까지 올라가는 오르막 구간이고 정상 부근에는 눈으로 뒤덮여 있어
있어 아이젠과 방수용 등산화 있으면 매우 유용하다.
- 생각보다 만만하게 볼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아니어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 하이랜드 하이킹은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 란드만나로우가르 캠핑장 가격은 1인 1 텐트 기준 1700크로나 (17,000원)
- 소스뫼르크까지 55km 하이킹을 마치고 체력이 허락한다면 25km 떨어진
스코가 포스까지 하이킹 코스가 있으니 참고
- 소스뫼르크에서 1번 도로로 빠져나가려면 셀레랜드 포스까지 가야 하는데
걸어서는 못 간다. 중간에 강이 가로막고 있어 건너서는 못 가고 오로지 오프로드
전용 버스로만 그 강을 건널 수 있다.
- 소스뫼르크에서 1번 도로 입구인 셀레랜드포스까지 버스 가격은 4,500크로나
(한화 45,000원 2017년 7월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