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보다 싸게 한 아이슬란드 여행기_15

유럽 최대 빙하를 볼 수 있는 곳, 스카프 타펠

by Doo

아이슬란드에서 빙하를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지역이 어디일까? 정답은 바로 '스카프 타펠'이다. 스카프 타펠은 링로드를 따라 남부 아이슬란드에 있다. 레이캬비크에서는 차로 3시간 정도 떨어져 있다. 유럽 최대 빙하를 보기 위해 백야인 여름이면 당일치기로도 가능하다. 몇 년 전 개봉했던 영화 <인터스텔라> 촬영을 스카프 타펠에서 했다. 마치 외계행성을 방불케 하는 아이슬란드 자연 덕분에 꽤 많은 헐리우드 영화들이 아이슬란드에서 촬영되곤 한다. 덕분에 영화 마니아들이 사이에서 아이슬란드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fullwidth.9ef0470c.jpg 영화 인터스텔라 촬영지 '스카프타펠'

7월 10일 , 우리 부부는 비크를 떠나 히치하이킹으로 스카프 타펠로 이동했다. 어느 날과 다름없이 도로 위에서 히치를 시도한지 1시간쯤 지났을 무렵, 소형차 한 대가 우리 앞에 섰다. 차에서 내린 중년의 남자는 우리에게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보면서 흔쾌히 타라고 한다. 모닝 정도 돼 보이는 작은 차인데 차 안에는 이미 2명의 일행까지 있었다.

DSCF1066.jpg 우리를 스카프타펠 뿐만 아니라 요쿨살론까지 태워주고 가이드까지 해준 고마운 이탈리아분들
DSCF1182.jpg 스카프타펠 캠핑장

우리 두 명에 커다란 배낭까지 있는데 과연 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어떻게 꾸역꾸역 넣어보니 공간이 생겨 탈 수 있게 되었다. 헐... 이 작은 차 안에 5명이 그리고 우리 배낭과 그분들 짐까지 꽉꽉 채워들어 간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어쨌든 그날도 히치에 성공했고 중년 남자가 먼저 소개를 했다. 자신들은 이태리에서 왔고, 어머니와 할머니를 모시고 여행 중이라고 한다. 우리는 한국에서 왔고, 신혼부부인데 히치하이킹 여행중이라고 하니 중년 남자가 대단하다고 칭찬하면서 행운이 꼭 있을 거라고 우리에게 용기를 심어주었다. 그렇게 그분들과 인연이 되어 당초 목적지인 스카프 타펠을 넘어 요쿨살론까지 그분의 가이드로 편하게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나중에 그 일행분들과 친해져 서로 자기 나라 말로 '예쁘다' 란 단어를 가르쳐주고 우리는 일행 중 할머니한테 한글로 '예쁘다' 단어를 적어주고 쉽게 읽을 수 있게 알파벳으로 발음기호도 적어주었다. 할머니는 연신 좋아하시면서 우리가 알려준 예쁘다 단어를 수십 번 읽고 외우고 계시는 모습이 무척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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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에 없던 요쿨살론까지 잠깐 다녀온 우리는 원래 목적지인 스카프 타펠에 돌아왔다. 우리를 태워준 이태리 일행은 우리를 캠핑장까지 데려다주고 우리는 그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이메일 주소를 주고받으며 감사하다는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우리를 태워 준 이탈리아 일행분들 덕분에 정말 편하게 여행할 수 있어 무척 감사했다. 앞으로 히치를 하면서 이런 좋은분 들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뭐 어쨌든 각자 여행은 계속되어야 하니깐 일단 우리는 오늘 밤은 지낼 장소를 찾아야 한다. 우리가 이날 도착한 캠핑장은 스카프 타펠 캠핑장이다. 스카프 타펠 국립공원 입구에 위치해 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 거의다 여기서 하룻밤 지낸다. 캠핑장은 이미 많은 여행자들이 텐트를 치고 자리 잡아 저녁을 먹기 위해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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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아이슬란드 여행 내내 이렇게 삼시 세 끼를 해결했다>


우리는 적당한 자리를 찾아 텐트를 치고 곧바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배가 부르니 운동할 겸 주변 산책을 했다. 눈 덮인 높은 산들이 캠핑장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저 멀리 빙하가 보인다.


여기서 잠깐 스카프 타펠을 소개하면 스카프 타펠에 있는 빙하는 유럽 최대 규모의 빙하다. 이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빙하 워킹투어'라는 투어상품이 있는데 관광객들에게 무척이나 인기가 좋아 빙하 워킹을 하러 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찾는다. 빙하를 걷는 경험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다. 다만 우리 여행은 투어를 할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멀리 여기까지 왔는데 한 번쯤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지만 아쉽지만 일찌감치 단념했다. 이미 우리는 빙하 워킹 말고도 하이랜드를 걸어서 체험했고 우리 여행 컨셉이 걷는 여행인 만큼 아쉬움은 털고 다음날을 기약한다.

skaftafell-glacier-hike-medium-difficulty-2.jpg 빙하워킹투어

스카프 타펠은 빙하 외에도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높은 산인 '크반나발스흐누퀴르 산'(2110m)이 가까이 있다. 한라산보다 조금 더 높고, 백두산보다 낮은 산인데 정상 부근에는 일 년 내내 눈이 쌓여있는 만년설이다. 사실 2000m대 산은 여름이면 눈이 녹기에 만년설인 산은 드문데 아이슬란드는 위도상이나 기후특성상 북근권에 위치해 있다 보니 유럽의 알프스처럼 만년설이 정상을 덮고 있다. 아무튼 여기는 트레킹과 빙하 워킹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람들이 찾는 유명 관광지다. 우리는 다음날 빙하를 좀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당일 치기 트레킹을 하기로 결정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DSCF1280.jpg 스카프타펠 트레킹할때 우리 와이프

스카프 타펠 트레킹

다음날 아침, 밤새 비가 내렸다. 텐트 안에서 자면 걱정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비 올 때이다. 혹여나 텐트 안에 물이 들어오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지만 다행히 우리의 텐트는 방수 기능이 좋다. 밤새 내린 비는 아침이 되니 일단 그친 거 같다. 하지만 날씨는 흐려서 언제 다시 비가 올지 모르는 날씨다. 날씨는 흐리지만 그래도 우리는 예정대로 빙하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반나절 코스 트레킹을 시작했다.

DSCF1202.jpg 빙하를 보면서 점심식사를 하고 쉬고 있는 트레커들

초반 트레킹 코스는 길이 잘 닦여 있어 걷기 한결 수월했다. 20분 정도 걸으니 빙하를 볼 수 있는 뷰포인트 안내표지판이 나타났다. 우리는 안내 표지판의 방향을 보고 좁은 오솔길로 이어진 숲길을 1시간가량 올라갔다. 올라가 보니 완만한 경사의 초원지대가 나타났다. 이쯤 올라와서 보니 탁 트인 시야에 스카프 타펠과 주변 일대가 하눈에 들어온다. 10분쯤 쉬고 계속 걷다가 드디어 빙하를 가끼어서 볼 수 있는 뷰포인트에 도착~ 여기서 보니 유럽 최대의 빙하라 불리는 규모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정말 거대하다.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것도 거대한 빙하의 극히 일부라고 한다. 대자연의 엄청난 스케일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 빙하들이 저 멀리 산꼭대기에서부터 수백 년이란 시간을 지나 지금도 조금씩 아래로 움직이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이라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100년 전에 비해 빙하가 눈에 띄게 많이 녹았다고 한다. 100년 전 스카프 타펠 빙하와 지금 현재 빙하를 비교한 사진이 있는데 확실이 많이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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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영향으로 빙하가 많이 녹아 호수가 생겼다>


지구 온난화. 우리는 일상에서 체감이 잘 안 온다. TV나 책을 통해 지구 온난화의 문제점은 익히 들어왔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정말 이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닌 이상 무관심하게 지나친다. 그런데 아이슬란드 와서 실제로 이 거대한 빙하가 100년 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모습을 보면서 지구 온난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비로소 깨닫게 됐다. 그날 하루 나는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고심했다. 지금 이대로 지속된다면 100년 후에는 빙하가 더욱더 줄어들 것이고 그로 인한 환경적 재앙은 고스란히 우리 인간이 받아야 한다. 스카프 타펠 빙하뿐만 아니다.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고, 북극곰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아프리카 최고봉 킬라만자로 빙하도 2026년 경이면 볼 수가 없다고 한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이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구가 병들면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건 우리다. 그래서 환경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바로 현대인들의 가장 큰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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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프 타펠을 떠나며, 다시 길 위에 서있는 우리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길 위에 서있다. 여기서 한 3일 정도 지냈다. 이제 다음 여행지인 요쿨살론으로 이동하기 위해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고 있다. 이른 아침(8시)이라 차들이 몇 대 안 지나간다. 너무 일찍 움직였나 보다. 새벽부터 비가 많이 와서 서둘러 텐트를 거두고 떠날 채비를 한 게 너무 일찍 나온 듯하다. 차가 안 지나가니 달리 방법이 없다. 비는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한다. 비를 피해볼 겸 근처에 작은집 하나 보여 그쪽으로 갔다. 근데 그 작은집이 공항이란다. 헐.....; 파킹 돼 있는 경비행기 몇 대가 있는 걸 보고 공항이란 걸 믿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인기척 소리에 작은집에 살고 있는 여자 한 명이 나왔다. 그 여자는 우리를 보고 흠칫 놀랐지만 이내 밝은 표정으로 우리한테 인사를 했다.


여자 : 굿모닝?! 어떤 일로 왔니?

우리 : 아 우리는 그냥 잠깐 지나가는 여행자인데

비가 와서 잠깐 비 좀 피할 겸 왔어 잠깐 여기 있어도 되니?

여자 : 물론~ 그럼 편하게 있다가~


인심 좋은 그녀 덕분에 우리는 30분가량 그 작은집에서 가만히 앉아 멍 때리고 있었다. 언제 또 차를 얻타고 갈 수 있으려나... 한참을 그렇게 멍 때리다 다시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리고 장소를 바꿔 다시 히치를 시도했다. 그리고 10분 뒤, 콜림비아 친구가 모는 작은 경차 한대가 우리 앞에 섰다. 그 차에는 또 다른 여행자인 체코에서 온 여자가 타고 있었다. 그 체코 여자도 우리처럼 히치하이커다.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히치를 성공했고 콜롬비아 친구와 체코에서 온 여자와 함께 일행이 되어 요쿨살론으로 떠났다.


여행은 그런 거 같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국적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피부 색깔도 다르고
성별도 다름에도
그저 '같은 여행자'라는
이유 하나로 친구가 될 수 있는 게.
이건 오직 여행이 아니면
이런 일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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