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유럽 Day.7] 영어로 대화하기 힘든 상대

나홀로 여행자에게 접근하는 단순한 친절 혹은 관심

by 진실

오늘은 자체적으로 모차르트 데이Mozart day다. 원래 그런 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오늘 하루는 모차르트와 관련된 것을 보고 듣고 느끼기로 했다. 잘츠부르크에서 머무는 날짜르 2박 밖에 잡지 않아서 금방 떠나기 아쉬웠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고자 사전에 모든 일정을 정해두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 초반의 일주일 정도는 미리 예약을 해둔 상태였다. 다음 여행지인 체코 프라하에서는 처음으로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니 내게 허락된 날은 단 하루뿐이었다.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강변을 따라 걸으면 시내가 나온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강변을 따라 장터가 열렸다. 새 상품을 파는 곳도 있었고 아기자기한 수공예품이나 중고제품을 팔기도 했다. 마켓이 거의 끝나갈 때쯤엔 핫도그와 아이스크림 등 먹을거리를 팔기도 했다. 가는 길에 쏠쏠히 구경을 하고 슈퍼마켓인 빌라 BILA에 갔다. 허기가 져서 무엇을 먹을까 둘러보다가 샌드위치와 음료를 골랐다. 총금액이 2.83유로! 환상적이다. 매번 이렇게 끼니를 때우면 식비로는 많이 들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매번 빵만 먹기는 밥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힘든 일이겠지만, 맛도 그냥 그저 그랬다.


처음으로 간 곳은 모차르트 박물관이다. 운 좋게 시간이 맞아서 오전 11시에 빌려주는 오디오 가이드를 받았다. 게트라데스 생가에서 살던 모차르트네 가족이 이사 온 곳이다. 짧은 기록으로는 홀에서 모차르트의 누나가 피아노를 치고 함께 공기총을 재미난 그림이 그려진 과녘에 쏘면서 놀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모차르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그는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 여행을 하면서 그곳에서 얻은 새로움을 자신의 음악에 접목했다고 한다. 모차르트도 여행을 사랑했고, 여행을 통해 음악과 자신이 성장한 것 같다. 모차르트 박물관에서 알게 된 그의 여행지는 독일 뮌헨과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이탈리아, 프랑스 파리, 체코 프라하 등이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잠깐 쉬려고 숙소에 가기로 했다. 다시 마트에 들러서 2L짜리 큰 물과 유럽에 오는 사람들이 흔히 먹는다는 납작한 복숭아, 크로와상을 샀다. 숙소로 가는 잘자흐 강변 옆에 있는 벤치에서 앉아서 빵을 먹었다. 기다란 벤치에 혼자 앉아 있었는데 그때 나타난 한 사람. 내 옆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넸다. 자신의 이름을 Grorg Ferdinand라고 소개한 남자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쯤 돼 보이는 약간의 자유로운 히피처럼 보였다. 자신의 이름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줬다. 자신의 할머니의 옛사랑의 이름과 같다고 했다. 영어로 말하는 거라 정확하게 이해는 하지 못했지만 어릴 적 만났던 할머니과 그 연인은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었단다. 하지만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 다시 만났다는 이야기 같다. 영화 같은 이야기인데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영원한 사랑은 국경이나 시간은 상관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나도 한자로 된 내 이름을 소개했다. 참 진眞, 열매 실實. 영어로는 Truth라고 했다. 원래 계획보다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모차르트 박물관에서 티켓을 살 때 모차르트 생가와 결합된 이용권을 샀기 때문에 나머지 장소도 오늘 꼭 가야 했다. 더위도 식힐 겸 숙소에 쉬었다 나오려고 한 계획이 점차 늦춰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술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혼자 여행하는 내게 술을 좋아하냐고 묻는 의도가 영 꺼림칙하였다. 술을 아예 못 먹는다는 듯 싫어하는 티를 냈다. 그러더니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들어보라며 내 손을 덥석 자신의 목젖에 갖다 댔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오늘 안에 끝내야 할 숙제가 있어서 얼른 가봐야 한다는 핑계로 일어났다. 왠지 가는 게 조금은 미안해서 납작 복숭아 한 팩을 줬다. 사진을 찍자며 부추기는 참에 가지고 있던 고프로로 서로 독사진을 찍어줬다. 고프로를 그에게 넘기면서도 혹시 이걸 가지고 도망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완전한 신뢰가 없었다. 다행히 별일 없이 무사히 숙소로 들어와서 낮잠을 잤다. 혹시 아까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날까 봐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갔다. 다시 숙소 밖으로 나올 계획은 없다고 했기 때문에...


혹시라도 마주칠까 싶어서 선글라스까지 끼고 나왔다. 무사히 생가에 도착했고 찬찬히 둘러보는 데 뒤에서 어떤 사람이 'are you a musician?' 이냐고 했다. 사실 깜짝 놀랐다. 얼른 뒤돌아보니 처음으로 내 또래의 젊은 남자가 말을 걸었다. 내가 모차르트의 전시를 너무 진지하게 본 것일까. 하지만 이런 복잡한 내 마음과 달리 대답은 'no'였다. 철벽에 이런 철벽은 없었을 것이다. 그 친구가 뮤지션이든 아니든 아까 조지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웬일인지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지고 놀래서 단답을 해버렸다. 그리고 끝이었다. 이런 상황일 때마다 부족한 영어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언어에 대한 자신감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긴 하다. 벤치에서 만났던 조지와는 아무렇지 않게 대화해놓고선 이제 와선 다른 사람이라고 말을 못 한다? 이유가 좀 이상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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