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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실 Feb 28. 2017

100일 혼자 여행하며 소매치기 한번도 안 당한 비법

여행 가기 전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유럽만은 아니지만, 낯선 곳을 여행하고자 하는 여행자라면 어김없이 걱정되는 것 중의 하나는 '소매치기'다. 내가 가고자했던 유럽은 워낙 그쪽으론 명성이 자자했다. 여행 전에 가이드북을 집어들었더니 이탈리아의 유명한 떼르미니 역 앞에서 집시들이 몰려들여와 정신없는 틈에 가방이나 가방 속의 중요한 물건이 사라진단다.

아직 내가 겪은 일은 아니지만 여행을 앞두고 있자니 불안하기만 했다. 특히나 평소에 물건을 잘 흘린다거나 덜렁거린다는 말을 자주 듣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걱정될 터!


이탈리아에서 지하철 승차권을 사려고 한 적이 있다. 동전을 넣으려고 하는 찰나, 어떤 남자가 와서 동전을 넣어주는 시늉을 했다. "아, 내가 티켓을 어떻게 사는지 방법을 몰라서 가르쳐주려고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 순간 내가 그 사람에게 동전을 준 것인지, 그가 가져간 것인지 모르게 동전은 이미 그의 손에 있었다. 곧이어 거스름돈과 티켓이 나온 칸으로 그의 손이 나의 손보다 먼저 앞섰다. 티켓은 나를 주고 거스름돈은 자신이 가지고 갔던 소소한 돈벌이를 했던 그를 제외하면 나의 돈이나 물건에 손을 갖다 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조차도 놀랍고 대견스러웠던 소매치기, 강도, 물건 잃어버림 0건의 경이로운 기록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되짚어봤다.





숄더백 메고 현지인처럼 다녀라.

굉장히 주관적인 이유지만 백팩이나 옆으로 메는 작은 크로스백은 여행자처럼 느껴졌다. 내가 이곳에 사는 현지인이라면 어땠을까?로 가방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내가 한국에선 어떤 가방을 주로 들고다녔지? 자고로 어깨에 걸치거나 손으로 들수 있는 작지 않은 크기의 가방들이었다. 유럽 여자들은 어땠는지 모르겠다. 사실 그렇게 유심하게 살펴본 적도 없긴 하다. 결론은 "내가 생각하는 현지인의 가방을 메자"였다. 여행을 시작하고 몇일간 미러리스카메라, 액션 캠 등을 넣을만한 적당한 크기와 가벼운 무게의 가방을 찾고자 했다. 결국 프라하의 쇼핑몰에서 세일 중이던 MANGO에서 찾았다. 더군다나 세일중이길래 이거다 싶어 구매했다. 어깨에 멜 수 있는 숄더백이었는데, 가방을 멘 팔을 내 옆쪽 몸으로 갖다 대면 가방은 나와 딱 붙어있었다. 굳이 힘을 주고 가방을 사수하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가방으로 통하는 출입구는 모두 닫힌 셈이었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의 접근을 차단할 수 있었다.





개인 금고나 캐비닛 이용하기

개인방을 사용하기보다 도미토리 등 다인실에 묶는 날이 많았다. 호스텔 내에 사물함이 있는 곳이 그나마 제일 좋다. 사실 그것도 완벽히 믿을게 못된다는 말도 들었다. 호스텔 안에 사물함에 자물쇠를 해두고 잤음에도 물건이 없어졌다는 후기도 들었다. 완벽히 믿을 수는 없다는 신념을 갖는다. 호텔 방안의 개인금고에 숨겨둔 것도 없어지기도 하고, 사물함에 자물쇠를 꽁꽁 묵여돈 것도 캐비닛 통째로 가져가거나 자물쇠를 끊고 가져갔다는 후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래도 믿을만한 곳은 딱히 없다. 리셉션에 맡기자니 그것도 불안하다. 캐비닛에 넣을 때도 조심할 사항이 있다. 사람들이 많이 없을 때, 나의 귀중품이 무엇인지 모르게 넣을 것. 최소한으로 넣고 빼는 것이 좋다. 내가 물건을 넣고 빼는 사이에 그 캐비닛 안에 무엇이 들었구나 라고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나와 캐비닛을 주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나 살필 것, 그리고 자주 사용해야 하는 것은 차라리 몸에 지닐 것!





언제 어디든 귀중품은 소지하기

나의 숄더백은 밖에서도 유용했지만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카메라 두 개와 여권 등 내 가방의 필수품들은 언제 어디서나 숄더백과 함께였다. 간혹 숙소에 금고나 캐비닛이 없는 곳도 있다. 있다 해도 비용을 내야 하거나 괜히 미심쩍게 생긴 곳은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그럴 땐 어떻게 했을까? 언제 어디서나 들고 다녔다. 나의 든든한 숄더백에 귀중품 전부를 넣고 씻으러갈때도 밥먹으러 갈때도 잘때도 들고다녔다. 특히 샤워하러갈때 가방을 가져가면 간혹 이상하게 볼 수있으니 샤워용품(?)등을 넣고 가는척했다. 가장 걱정되는 순간은 잘때였다. 호스텔에서 1/2/3층 침대 모두 다 자봤으나 1층은 이동이 자유롭단 장점이 있지만 귀중품 보호의 측면에선 높은 층일수록 좋다. 매트리스 밑에 나만의 비밀공간을 만들어 숨겨놓기도 하고 숄더백을 끌어안고 잠들기에도 눈치가 덜 보인다.






현금은 내 몸에 꼭 붙여놓기

다른데 두어봤자 잘 있을까, 누가 가져가진 않았을까 불안하기만 하다. 차라리 24시간 나랑 붙어있는데 나을 것 같았다. 여행을 떠나기 전 한국에서 미리 준비했던 복대스러운 속옷에 지퍼가 달려있었다. 현금은 늘- 그곳에 보관했다. 이미지를 첨부하고 싶지만 차마...






어두운 곳에서 벗어나기

여행 첫날 멋도 모르고 내 동네처럼 프랔프루트 시내를 돌아다닌 적이 있다. 그때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일몰에 깜짝 놀랐다. 와이파이도 안되고, 미리 파악해둔 길도 아닐뿐더러, 지도 조차 없이 모르는 길을 이곳저곳 걷가다 아는 길을 발견하는 소소한 기쁨에 빠져있던 터라 얼른 정신을 차렸다. 이곳이다- 싶은 길을 향해 냅다 뛰었다. 살짝만 어두워져도 그 말인즉슨, 곧 깜깜해진다는 뜻이다. 그곳에선 물론, 다른 곳에서도 햇빛이 사라진다 싶으면 얼른 숙소로 향했다. 간혹 마음먹고 야경 보러 나간 적은 있었지만, 대부분 혼자가 아닌 동행자가 있어야 밤에 밖으로 나갔다. 아무래도 낮보다 밤엔 더 어두컴컴하기도 하고 다양한 범죄의 표적이 되기 더 쉬울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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