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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실 May 22. 2017

새로운 시각, 경험 그리고 나를 발견하다. '나'

100일 유럽 여행은 '새로움'과 조우한 시간이다.

100일 유럽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발견들이 가득했다. 그것이 기분 좋은 발견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기도 했다. 


이 일이 있었을 당시, 나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아니, 그보다 나 스스로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일은 서바스라는 단체를 통해서 현지인 집에서 머물면서 문화를 교류할 수 있었다. 유럽으로 떠나기 전에 한국에서 서바스 서울지부장님과 면접을 봤고 통과하여 서바스 회원이 될 수 있었다. 내가 가려고 하는 나라의 리스트들을 회장님께 전달받고 그곳에 나와있는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컨택할 수 있었다. 금쪽같은 기회였다. 방랑하는 여행자로 살고 있는 내게 이 곳에서 사귄 마땅한 친구도 없었고, 외국인의 집에서 살아볼 수도 있는 기회였다. 계획대로라면 시작부터 서바스 요청을 엄청나게 해서 머물 곳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과의 컨택을 차일피일 미뤘다. '해야 하는데... 빨리 해야 하는데...' 하면서 하지 않았다. 아직은 호스텔에 있으면서 조금만 더 늦게 하자고 하던 것이 결국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해서야 실행하게 되었다. PDF 파일을 열어 일일이 개인적으로 메일을 보내야 하는 것이 부담이 되었던 것일까? 왜 인지도 모르게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기 전에 몇 명에게 연락을 보냈다. 일단 보내는 것까지는 나의 역하링니까 그까지만 하고 나면 그다음은 어떻게 되겠지라는 마음이었다. 와, 근데 이게 무슨 일이람. 나는 연락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게 아니라 연락이 올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러니하게 서바스 호스트에게 요청은 한 상태지만 답장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상황이었다.  날씨가 더워 밖으로 나가지 못했던 나는 도미토리 방의 하얀 침구에 누워 눈을 껌벅였다. 




'도대체 나는 뭐하는 인간이람...?

해야 하고, 원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기회가 생겼을 때 왜 이렇게 하기 싫어지는 것일까?'

'내가 원하는 거였잖아. 그렇게 하기로 계획하고 여행 온 거잖아?"




모두가 비운 방에서 홀로 누워 천장을 보면서 드는 생각들을 하나씩 처리해야 했다. 먼저 서바스 요청을 지르기는 했어도 연락이 안오길 바라는 이 마음부터 파헤쳐야 했다. 그렇다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했다. 왜 원하지 않는지, 어떤 점이 싫은 건지 되물었다. 결론은 연락이 오면 모르는 사람 집에 가서 지내야 하고, 영어를 써야 하고 또 잘 지내야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것들이 나에게 부담감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근데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미 변해버린 내 마음이 원했던 일을 여전히 원하는 일이라 여겼다.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영어와 인간관계, 머무는 것 등 모두 잘해야 한다는 내 욕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호스트에게 피해가 되지 않으려면 잘 지내야 하고, 의사소통하기 위해서 내 영어가 답답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한국에서 온 나와 우리나라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부담감. 그냥 평소대로 해도 욕먹을 정도의 성격이나 인성은 아닌데 얼마나 더 잘하고 싶었던 것일까. 부담감은 행동에 브레이크를 건다. 


내 마음이 내켜하지 않는 일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 나은 일이었을까? 하지만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음이 안 내켜하는 일을 누구의 강요도 없는데 울며 겨자먹기로 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내 마음을 이해하고 나니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었다. 어린아이 달래듯 '그래, 하기 싫더라도 딱 한 번만 해보자. 지금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여행이 끝난 후에 가장 아쉬운 일이 될 거야. 다른 것은 몰라도 그건 확실해.'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았다. 그때가 아니면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정말 딱 한번-의 서바스를 경험했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 첫 번째 기억이 너무나도 좋게 남았다. 


그때 나 자신을 이해하지 않았더라면? 싫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무시하고 넘겨버렸다면?

단 한 번의 경험조차 하지 못하고 영영 해보지 못한 일로 남을 것이며,

스스로를 자책 아닌 자책으로 찝찝하게 남아있었을 것이 확실하다. 


혼자 여행을 하며 만나는 낯선 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흘러버리기보다 질문하면서 그 본질을 알아내는 것, 비록 그 과정이 길고 쉽지 않더라도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혼자 여행으로 새로운 나를 발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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