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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실 Aug 09. 2017

여행을 가려는 직장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

휴가를 '쓰다'

엊그제 직장에서 휴가를 냈다. 현 직장에 이직한 후에 근무 기간이 1년이 지나지 않아 연차가 없는 상태라고 한다. 연차와 무급/유급 휴가에 대한 개념이 아직 어렵고 잘 몰랐다. 그래도 휴가를 가라고 해서 감사하게 생각했고 3일을 받았다. 휴가 결재를 받는 중에 이런저런 일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업무 특성상 내가 원할 때 휴가를 쓰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지만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럼에도 며칠 전 그 일은 내가 '휴가 한번 쓰기 참 힘드네'라고 가장 크게 느낀 순간이었다. 여행을 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시간, 돈, 항공권, 숙소 등 모든 것이 준비되더라도 휴가가 없으면 갈 수 없다. 주말에 떠나는 게 아니고선, 직장인에게 여행이란 휴가가 없으면 갈 수 없다.

직장인이 휴가 쓰기란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야자수 나무, 괌


요즘은 안 그런 곳도 있다고 한다. 내가 그런 회사를 다녀본 적은 없지만 휴가 사용에 대해 크게 눈치를 보지 않고 쓰고 싶을 때 쓴다고 한다. 와- 정말 부럽다. 하지만 원래 그게 맞는 게 아닐까? 휴가를 신청할 때마다 공백의 사유란이 거슬려서 무어라 딱히 쓸 말이 없을 땐 '가사'라고 채워 넣는다. 사유를 쓰는 것도 조금 이상한 일이다.

이런 일도 있다고 한다. 내가 겪은 적은 없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행기표를 끊어놨는데 팀장이 안된다고 해서 못 갔다."

"항공권이랑 숙소 취소 수수료를 내고 여행도 못 갔다."


등 안타까운 이유로 휴가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애초에 휴가 날짜를 정할 때 자신의 업무 시즌을 어느 정도 고려해서 결정했을 것이다. 가령 월의 시작이나 끝부분을 피해서 간다던지, 자신의 업무를 당분 한 맡아줄 동료의 스케줄을 고려한다던지 했겠지만 회사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같다. 


그나마 휴가를 쓸 수 있는 게 다행인 걸까? 문체부 관광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휴가를 가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복수응답 가능)에  '직장 내 분위기'로 44. 8% 를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업무가 너무 많다. 대체 인력이 없는 이유도 43. 1% 였다. 차라리 연차에 대해 보상금을 받겠다는 28. 7% 정도였다. 


직장인의 여행은 여러모로 불리한 점이 많다. 첫째로, 적절한 타이밍을 맞춰 눈치를 보고 휴가를 써야 한다. 둘째, 숙박과 항공료 그리고 음식값 등 모든 면에서 껑충 뛰는 물가를 감당해야 한다. 셋째, 어딜 가든 사람들이 많다. 넷째, 때때로 손님 대접을 받기 힘든 상황도 생긴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한창 몰리는 시기다. 식당에서도 손님 대접 못 받고 주인에게 쫓겨나듯 밥을 먹고 나왔다는 경우도 있다. 휴가를 쓴다 해도 남들이 다 쓸 때 쓰면 이런 수모를 겪기도 하나보다. 휴가를 꼭 여름에 써야 하는 게 아니라면, 1년 365일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가장 적합한 때에 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입사 첫 해인 신입사원이 법으로 보장받는 휴가일수는 유럽 국가 기준으로 짧게는 18일에서부터 길게는 30일까지 였고 일본이 10일, 중국이 5일이다. 우리나라는 입사 만 1년이 될 때 연차 15일이 생긴다. 휴가일수부터 휴가를 쓸 수 있는 직장 내 분위기, 업무량, 대체인력 등의 복합적인 이유로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 여름휴가일수가 4. 31일에 불과한 것 같다. 여행을 가기 위해 휴가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는 날이 곧 사라지길 바란다. 









브런치X어라운드X여행X진실


1) 여행에서 혼자 걷기의 중요성

https://brunch.co.kr/@traveltimealone/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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