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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Nov 19. 2021

사부작사부작
걷기만 해도 좋은 '아산'

가을이 깊어지는 길을 걷는다.
나무 마다 제 빛으로 빛나는 단풍잎도 그렇지만,
단풍 물든 잎은 낙엽이 되어 땅에서도 빛난다.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 풍경과 하나 되고 싶다.
그렇게 그저 걷고 싶을 뿐이다.
충남 아산시 늦가을 풍경 속을 걸었다.


곡교천 은행나무길


은행나무 단풍길을 걸어 도착한
현충사


1706년(숙종32) 지역 유생들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정신과 위업을 기리고자 사당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조정에 올렸다. 숙종 임금은 그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현충사를 짓게 했다. 그리고 1707년 숙종 임금은 현충사 현판을 하사했다.


곡교천 은행나무길


현충사로 가는 길은 은행나무 단풍길이기도 하다. 아산 시내를 흐르는 곡교천에 놓인 충무교 북단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이 은행나무 단풍길이다. 약 1km정도 된다. 은행나무 가로수가 줄지어선 뚝방길을 걷는다. 나무에 달린 잎도 바닥에 떨어진 낙엽도, 그 길은 온통 노란 단풍잎이다.


은행나무 단풍길이 끝나는 곳에서 현충사 쪽으로 걷는다. 약 1km 정도 걸으면 현충사가 나온다. 현충사 단풍도 좋지만 우선 충무공이순신기념관에 들러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유물과 그의 일대기 등을 본다.


현충사 단풍숲


경내에는 충무공이 21세 때 혼인하여 32세 때 무과에 급제하기 전까지 살았던 옛 집터와 활터가 있다. 활터의 은행나무 고목 두 그루가 눈길을 붙잡는다. 소나무 우거진 숲도 좋고 단풍나무 붉은 길도 좋다. 연못 물 위에 비친 단풍도 붉다.


현충사 사당 앞에서 바라본 풍경


곡교천 은행나무길
위치: 곡교천 충무교 북단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

현충사 
주소: 충남 아산시 염치읍 현충사길 126
전화: 041-539-4600
운영시간: 매일 09:00 - 18:00 하절기(3월 ~ 10월) 매일 09:00 - 17:00 동절기(11월 ~ 2월) 월요일 휴무
입장료: 무료


현충사곡교천은행나무길

충청남도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502-3




언제나 고향 같은 가을 풍경
외암리민속마을


외암리민속마을은 조선 선조 임금 때 예안 이씨가 정착하면서 생긴 예안 이씨 집성촌으로 시작된 마을이다. 조선시대 충청도 반가의 고택과 초가 돌담 정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외암리민속마을 자체가 중요민속문화재 제236호이며 참판댁, 건재고택, 외암선생 문집판각 등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이 있다.


마을 자체가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초가집 지붕을 보며 돌담길을 걷는 자체가 행복하다. 외암리민속마을은 사계절 다 좋지만 가을에는 넉넉한 고향의 품을 느낄 수 있다.

마을 앞에 시냇물이 흐른다. 냇물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논이다. 논 뒤에 마을 집들이 있고 마을 뒤는 산이다. 전형적인 ‘배산임수’ ‘문전옥답’의 옛 마을 그대로의 풍경이다. 마을 옆 솔숲이 푸르다.



마을 가운데 우뚝 솟은 거대한 나무가 눈길을 끈다. 수령 600년의 이 고목은 이 마을의 터줏대감이다. 돌담과 초가, 기와 담장 안 감나무, 마당 깊은 집 등 가을 외암리 마을은 우리 민족의 집단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고향의 전형이다.

돌담 안 감나무에 달린 감이 붉은 등 같다.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만들어 주는, 한겨울 고향집 화롯불 같다. 문득 김남주 시인의 시가 떠올라 적는다.


'찬서리 나무 끝을 날으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외암민속마을 
주소: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길 42-7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ㆍ청소년ㆍ군인 1,000원




가을이 아름다운
공세리 성당


공세리 성당은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 2005년 한국관광공사에서 우리나라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은 곳이다. 1890년에 성당이 생겼으니 130년이 넘었다.



성당 건물 주변에 300살 넘은 나무들이 있다. 성당 건물 보다 더 큰 나무에, 나무가 드리운 그늘 아래 땅에도 단풍 물든 나뭇잎이 가득하다. 성당 건물 주변을 한 바퀴 도는 길에 ‘십자가의 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낙엽 수북하게 쌓인 그 길을 걸으며 예수의 고난과 죽음을 형상화한 14개의 조형물을 본다. 순교자의 무덤은 주변에 쌓인 낙엽과 함께 엄숙하다. 생을 마감하는 잎이 푸르렀던 젊은 날을 추억하며 마지막 단풍을 피워내고 새봄에 피어날 새잎을 위해 지는 자연의 순리가 엄숙하게 느껴진다.



사실 성당이 있는 자리는 조선시대 초기부터 1762년(영조38)까지 충청도 일대에서 거두어들인 세곡을 보관하던 공세곶 창고가 있었던 곳이다. 300년 넘은 고목은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팍팍한 다리를 쉬게 했을 것이다. 한여름 땡볕,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를 피해 나무 그늘을 찾았던 옛 사람들도 단풍 물든 풍경을 보며 감탄했을 것이다. 오늘 그 나무 앞에 선 여행자처럼.



성당이 있는 언덕 앞이 지금은 다 논이지만 옛날에는 바다였다. 밀물에 물이 차면 성당이 있는 언덕 아래에서 바다가 일렁거렸다.



공세리성당
주소: 충남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성당길 10
전화: 041-533-8181
홈페이지: www.gongseri.or.kr


 
글·사진 장태동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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