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국내여행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래비 매거진 Dec 14. 2021

시골 마을 박물관에 숨겨진,
커다란 울림을 주는 이야기

시골 작은 마을에 두 개의 박물관이 커다란 울림을 주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하나는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이다. 길이 200m, 직경 1m 정도 되는 거대한 줄을 많은 사람들이 힘과 마음을 모아 당기며 줄다리기를 했다. 500여 년 동안 내려오고 있는 전통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또 하나는 필경사(심훈기념관)다. 일제강점기, 일제에 항거하고 광복을 염원하는 마음을 시, 소설, 영화 등을 통해 예술혼으로 불태웠던 심훈이 그의 대표작 <상록수>를 쓴 집이다. 필경사 옆 심훈기념관에서 그의 생애와 흔적을 보았다.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


충남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리 49-1. 기지시리줄다리기박물관에 가면 가장 먼저 봐야할 게 있다. 본관 건물 앞에 있는 ‘큰줄전시관’이다. 전시관 안에는 기지시줄다기리에 사용하는 거대한 줄이 보관돼있다. 실제 줄다리기에 사용하는 줄은 암줄 수줄 각각 100m 정도 되는데, 이곳에 보관된 줄은 60m 정도다. 반 가까이 준 크기인데도 그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큰줄전시관에 전시된 줄. 암수줄이 비녀목(비녀장)으로 연결됐다.


박물관 본관으로 들어가 기지시줄다리기에 대한 역사와 정보를 알아본다. 줄다리기에 사용하는 줄을 만드는 과정을 미니어처로 재현했다.


기지시줄다리기를 재현한 작은 모형


줄을 만드는 첫 번 째 과정은 짚을 모으는 것이다. 다음은 잔줄꼬기다. 큰 줄을 만들기 위해 잔줄을 만든다. 25m의 작은 줄 4개를 이어 100m 줄을 만든다. 이때 100m 줄을 210개 만들어야 한다.


줄을 만드는 줄틀


다음 과정은 100m 길이의 잔줄 70가닥을 엮어 중줄 3가닥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의 손으로는 할 수 없어 줄틀을 이용한다. 중줄 3가닥을 줄틀을 이용해서 직경 1m 정도의 큰줄을 만든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큰줄을 사람이 직접 당길 수가 없어서 곁줄을 만들어 큰줄에 연결하고 곁줄에 젖줄을 단다. 사람이 직접 잡고 당기는 줄은 젖줄이다. 완성된 줄의 모양은 지네를 닮았다.



기지시 줄다리기에 깃든 옛날이야기


줄의 모양이 지네를 닮은 이유는 기지시줄다리기에 깃든 옛날이야기에 숨어있다. 박물관 자료에 따르면 기지시리의 지형이 지네를 닮았는데 지네 다리를 잡아당겨 지네가 힘을 못 쓰게 해야 마을에 재앙이 없고 풍년이 든다는 설에서 줄다리기가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곁줄 및 젖줄 달기


옛날에 한 선비가 매번 과거에 낙방하여 귀향해야 했는데 한 번은 기지시리에 있는 국수봉에 올라 쉬다가 잠이 들었다. 잠깐 자는 사이 꿈에 구렁이와 지네가 나타나 싸우다가 둘이 죽었는데, 그때 색동옷을 입은 여자가 나타나 춤을 추며 ‘이곳에서 해마다 당제를 지내고 줄다리기를 해야 과거에 급제한다.’는 이야기를 남겼다는 설도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기지시줄다리기 축제가 열리지 않았다. 내년 일정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만일 기지시줄다리기 축제가 다시 열린다면 꼭 가보시라.


큰줄전시관에 전시된 줄. 실제 보다 작게 만들었지만 크기가 엄청나다.


줄을 만든 곳에서 줄다리기 하는 곳까지 길이 200m, 지름 1m의 줄을 수많은 사람들이 들고 옮기는 것 자체가 장엄한 의식이다. 태평소와 꽹과리, 징, 장고, 북치배의 신명나는 가락에 맞춰 줄을 다 옮기고 나서 시작 되는 줄다리기, 500년 역사의 그 유장하고 장쾌한 역사의 현장을 꼭 보시라.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
주소: 충남 당진시 송악읍 안틀모시길 11 박물관신축사무실
운영시간: 화~일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
입장료: 무료
전화: 041-350-4929
홈페이지: http://gijisijuldaligi.dangjin.go.kr/



심훈의 필경사(심훈기념관)


일제강점기, 일제에 항거하고 광복을 염원하는 마음을 시, 소설, 영화 등을 통해 예술혼으로 불태웠던 심훈의 흔적이 송악읍 부곡리 필경사에 남아 있다.


심훈이 글을 쓰던 집, 필경사


심훈은 1932년 일제의 탄압으로 부모님이 살고 있던 충남 당진으로 이사를 한다. 1933년에 <영원의 미소>, 1934년 <직녀성>을 쓰는 등 창작에 몰두한다. 그리고 그해에 손수 설계한 집을 짓는다. 건물 일부에 베란다를 만들고 그곳에 화분을 놓을 수 있게 만든 것은 당시에는 흔히 볼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러면서도 황토벽과 나무 기둥, 초가지붕 등 집 안팎의 대부분은 당시 우리나라 시골집의 전형을 갖추었다. 이렇게 지은 집에 심훈은 필경사라는 이름을 지었다. ‘필경’은 붓으로 마음을 갈고 일군다는 뜻이다. 1935년 그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상록수>를 이 집에서 썼다.


심훈 기념관 조형물
심훈기념관 전시물. 글을 쓰고 있는 심훈 조형물


필경, 논밭을 일구듯이 붓으로 사람의 마음을 일구겠다는 그는 자신의 마음은 물론, 항일과 광복을 위한 민중의 마음을 일구고자 했던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2000년 8월15일 심훈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 했다.


심훈이 감옥에서 어머니께 쓴 글 원고 사본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에 와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서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드리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서 산산 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 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둘처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시비에 새겨진 심훈의 시 <그날이 오면>-


심훈기념관
주소: 충남 당진시 송악읍 상록수길 105
관람시간: 하절기(3월~10월) : 오전9시 ~ 오후6시/ 동절기(11월~2월) : 오전9시 ~ 오후5시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추석,설날 당일
전화: 041-360-6883
홈페이지: http://www.dangjin.go.kr/prog/tursmCn/tour/sub03_03_01/view.do?cntno=54



글·사진 장태동 트래비 객원기자



매거진의 이전글 A로의 초대 '강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