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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Feb 21. 2022

다시 빛나다,양주 회암사지

수백 년 동안 존재조차 잊혔다가 수십 년 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양주 회암사지. 2022년 1월 13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르며 양주 회암사지의 존재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키워드를 통해 양주 회암사지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자.



키워드 1
양주시립 회암사지 박물관


양주 회암사지를 방문한다면 입구에 위치한 ‘양주시립 회암사지 박물관’부터 찾는 게 순서다. 복원 디오라마와 출토 유물 등 풍부한 자료를 통해 양주 회암사지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양주 회암사지에 존재했던 회암사는 고려 중기 이전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14세기 공민왕의 왕사를 돌보던 나옹이 중창했으며, 조선 개국 후에도 왕실 사찰로 역할했다. 고려와 조선을 이으며 회암사의 위용은 실로 대단했다. 태조 이성계는 왕위를 물려주고 스승으로 삼았던 무학대사와 회암사에 머물렀으며, 세종의 형인 효령대군은 각별한 관심으로 회암사 중창에 나섰다.



회암사는 규모 또한 어마어마했다. 건물 수만 262칸에 이르렀고, 수행하는 승려의 수는 3,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는 영원하지 않았다. 회암사는 명종 대에 유생들에 의해 강제로 폐사된다. 어린 명종을 대신해 수렴청정 한 문정왕후는 불교를 장려하며 회암사를 중창했지만 그녀가 죽자 회암사의 목숨도 다하게 됐다.
 


키워드 2
청동 금탁


양주 회암사지는 보존 상태가 양호한 폐사지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강제에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유생들이 절을 강제로 없앤 까닭에 장소의 변형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양주 회암사지에서는 1997년부터 2015년까지 12차에 걸친 발굴조사가 있었다.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된 건물지는 70개소 이상. 35개소 이상의 건물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구들시설이 확인됐다. 구조 및 배치, 처리기법 등이 거의 완벽한 최대 온돌 유적의 발견이었다. 10만여 점 이상의 유물도 쏟아져 나왔다. 출토된 유물 중 용·봉황무늬 기와와 용두·토수·잡상 등의 장식기와, 관요에서 제작된 도자기 등은 왕실 사찰인 회암사의 위엄을 드러냈다.



양주 회암사지 출토 유물 중 높은 학술적 가치를 지닌 것은 ‘청동 금탁’이다. 금탁은 처마 끝에 다는 작은 종, 풍경이다. 풍경은 당시 풍탁이라 불렸는데 회암사의 풍탁은 특별히 금탁이라 칭해졌다. 청동 금탁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이곳 박물관에 전시한 청동 금탁은 모조품이나 회암사의 면면을 이해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청동 금탁은 크기부터 남다르다. 직경이 무려 31.7cm다. 이렇게 큰 풍경을 처마 끝에 매달아 놓으려면 건물의 규모 또한 어마어마해야 할 터다. 금탁을 단 보광전(회암사 본전)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청동 금탁 상단에는 ‘王師妙嚴尊者(왕사묘엄존자), 朝鮮國王(조선국왕), 王顯妃(왕현비), 世子(세자)’라는 명칭과 ‘洪武(홍무) 27년(태조 3년)’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명칭은 순서대로 무학대사, 태조 이성계, 신덕왕후 강씨, 이방석이다. 태조 이성계에 앞서 무학대사가 언급된 점은 흥미롭다. 하단에는 불심으로 조선이 흥하길 바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키워드 3
양주 회암사지 사리탑


계단식으로 조성된 양주 회암사지는 8개의 단지로 구성된다. 박물관에서 복원 디오라마를 감상한 후 이곳을 찾으면 휑하기만 한 부지에 건물이 솟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물론 상상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1단지부터 8단지까지 오르면 끝단 오른쪽에 제법 모습을 갖춘 탑이 눈에 들어온다.



양주 회암사지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재 중 하나인 ‘양주 회암사지 사리탑’이다. 회암사의 존재가 사라지며 탑 또한 무너져 방치됐으나 광복 직후 회암사 스님과 주민들에 의해 복원됐다. 현재의 모습을 갖춘 건 1999년 발굴 및 해체 복원조사와 2012년 보존처리를 통해서다.



양주 회암사지 사리탑은 1464년 효령대군이 원각법회를 열며 건립한 진신사리탑이다. 이 땅에서 진신사리가 봉안된 것으로 알려진 탑은 대략 10기. 석종형, 석탑형, 팔각원당형의 세 가지 유형이 확인된다. 팔각원당형에 해당하는 양주 회암사지 사리탑은 조선 전기 사리탑의 양식을 살피는 기준점이 되고 있으며, 학술적·조형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6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2130호로 승격 지정됐다.


양주회암사지

경기도 양주시 회암동 18



키워드 4
회암사


양주 회암사지에서 회암사로 가는 길은 급격한 오르막이다. 500m에 지나지 않는 짧은 거리이나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 절까지 걸어 오를 심산이라면 단단한 마음이 필요하다.



회암사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길 281


‘회암사’는 천보산을 등에 업고 단아한 자태를 뽐내며 자리하고 있다. 새로이 지은 사찰 건물이 조금은 생소하지만 주변 풍경과 조화로이 어우러져 있다. 회암사는 지공, 나옹, 무학 승려의 부도와 비를 중수하며 1821년 옛 터 오른쪽에 자그마하게 지은 사찰이다. 지공, 나옹, 무학은 고려에서 조선을 이으며 회암사를 창건, 중창한 주요 인물. 현재의 회암사가 과거의 회암사를 잇고 있다는 의미다.


무학대사 비


무학대사비

경기도 양주시 회암동 산8-1


지공, 나옹, 무학 승려의 부도와 비는 조사전 옆 산자락에 모여 있다. 회암사지 선각왕사비(보물 제387호), 무학대사탑(보물 제388호), 무학대사탑 앞 쌍사자석등(보물 제389호)은 물론 지공선사 부도 및 석등(경기도 유형문화재 제49호), 나옹선사 부도 및 석등(경기도 유형문화재 제50호), 무학대사비(경기도 유형문화재 제51호), 양주 회암사 지공선사부도비(경기도 문화재자료 제135호) 등 지정된 문화재만 해도 상당하다.


부도비

양주회암사지부도탑

경기도 양주시 회암동 산14-3


양주시립 회암사지 박물관
주소: 경기 양주시 회암사길 11
입장료: 어른 2,000원
관람시간: 3~10월 09:00~18:00, 11~2월 09:00~17:00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휴무
문의: 031-8082-4170~8



글·사진 이진경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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