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산림·바다·미식·공예품 등 콘텐츠 다채로워
티웨이항공 인천-사가 수·금·일요일 주 3회 운항
규슈 7개 현 중에서 가장 규모가 작은 사가현. 그렇지만 이곳이 품고 있는 콘텐츠는 다채롭기 그지없다. 온천부터 산림, 바다, 신사, 도자기, 올레길, 각종 체험과 볼거리(열기구·차 염색·다도·게이코 공연 등), 맛있는 음식(요부코 오징어·이마리규 등)과 사케까지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 정도다. 마치 보물상자에 든 선물을 꺼내는 것처럼 아무것이나 집고 펼쳐도 당첨이다. 도쿄와 오사카를 다녀왔다면 3번째 일본행은 사가여도 괜찮은 이유들이다.
항공편도 준비돼 있다. 9월8일부터 티웨이항공이 인천-사가 노선(수·금·일요일 주 3회)을 운항 중인데, 평균 탑승률 80%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썩 괜찮다. 비행시간이 1시간 20분인 것도 장점. 게다가 사가공항도 재정비를 마쳐 깔끔한 얼굴로 여행자를 반기고 있다.
티웨이항공 comment
▲9~10월 인천-사가 평균 예약률은 80% 이상 예상
▲료칸과 온천이 선사하는 힐링, 바다와 평야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
▲삼국시대부터 한국(백제)과 교류 활발, 사가 곳곳에 있는 한국 관련 문화를 찾는 재미
▲렌터카 1일 1,000엔 이벤트 등 진행 중, 렌터카 활용으로 저렴하고 편한 여행 가능
모든 여행지가 그러하듯 사가현도 잠깐 훑고 가는 것보다 최소 2박3일 이상 머물면서 여행하는 게 좋다. 사가(Saga)와 다케오(Takeo), 가라쓰(Karatsu), 이마리(Imari), 우레시노(Ureshino), 아리타(Arita), 가시마(Kashima) 등 갈 지역이 많고, 조금씩 표정도 다르다. 렌터카를 활용하면 편한데, 지역 간 이동에 40분~1시간 정도 소요돼 부담이 덜하다. 자유여행도 어렵지 않다. 사가를 베이스로 기차를 이용하면 가라쓰, 다케오, 우레시노 등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사가역을 중심으로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사가에는 카페와 맛집도 꽤 많다.
사가현 관광연맹 comment
▲사가현 첫 여행이라면 가라쓰 추천. 깨끗한 바다와 풍부한 해산물 요리, 한국과 오랜 인연은 덤.
▲사가는 바쁜 일상은 잠시 접어두고, 여유롭고 평화로운 쉼의 시간을 제공할 수 있는 지역.
▲묵은 피로를 풀어주는 고품질의 온천, 오감을 자극하는 먹거리, 아기자기한 축제, 소도시의 소박함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매력적인 여행지
트래비는 9월10일부터 13일까지 3박4일 동안 사가현을 누볐다. 흥미를 느낀 곳이 상당히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더 마음에 와닿는 지역과 공간이 있었다. 첫 번째는 이마리에 있는 오카와치야마(Okawachiyama Village). ‘비밀의 도자기 마을’이라는 별명이 붙은 곳으로 일본 황실과 쇼군, 영주들을 위한 최고급 도자기를 만들던 지역이라고.
마을의 배경이 돼 주는 웅장한 산과 굴뚝, 도자기 갤러리, 개울 등이 어우러져 신비로우면서도 예술적인 인상을 받았다. 흔한 공예품을 파는 곳으로 예단했는데, 상점에 들어간 순간 눈이 뜨였다. 화려하면서도 단정한 도자기들, 내 식탁에 올리고픈 그릇과 잔들에 마음을 뺏겼다.
다음은 ‘다케오 시립도서관’. 도서관과 츠타야(일본 유명 서점 브랜드), 스타벅스가 한 곳에 모여 있는 곳이다. 사진 촬영 가능 장소를 2곳으로 제한해 도서관의 역할을 유지하면서, 츠타야와 스타벅스의 감성은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2013년 4월에 오픈한 이후 다케오신사와 함께 지역의 랜드마크가 됐다. 이곳 때문에 이 지역으로 이사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따스한 주황빛이 감도는 공간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도 있고, 이른 오전 커피 한 잔과 책을 곁들이는 것도 좋겠다.
일본 여행에서 빠트릴 수 없는 게 먹고 마시는 일이다. 한국에서도 다양한 일식을 맛볼 수 있지만, 현지에서 먹는 건 또 다른 차원. 특히, 가라쓰 지역의 오징어회는 일품이다. 탱글탱글한 식감은 기본, 오징어 자체의 단맛이 끝내준다. 설탕물에 넣었다 뺀 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온다. 오징어와 눈을 맞추고 미안한 마음도 잠시, 젓가락은 쉴 틈 없이 움직인다. 한 마리는 부족하고, 두 마리는 먹어야 아쉬움이 덜할 것 같다. 막 조리해주는 오징어 튀김의 고소함도 여전히 입안에 맴돈다.
캐리어 한구석은 지자케(地酒)의 몫이다. 사가는 쌀이 좋기로 유명하다. 료칸이나 호텔에서도 사가 로컬 쌀을 이용해 밥을 지었다고 자랑할 정도다. 쌀 좋고 물 좋으면 술맛도 따라온다. 사가에서는 소주보다는 청주를 추천한다. 일본 3대 이나리 신사 중 한 곳인 유토쿠 이나리 신사(Yutoku Inari Shrine)가 있는 가시마시에서 다양한 양조장을 만날 수 있다. 이번에 찾은 사치히메(Sachihime) 양조장은 호주와 홍콩 사케 어워즈 2023에서 상을 탄 이력이 있다. 준마이(Junmai, 알코올 증류 없이 쌀과 물, 효모, 맥아만으로 만든 사케) 부분에서 금상을 받았는데, 첫인상부터 후미까지 깔끔한 게 매력이다.
사가현의 소소한 체험들이 여행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우레시노 전통예능보존회의 게이코 공연, 게이슈엔의 말차 체험, 차 염색 등이 있다. 거창한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누구나 편하게 참여할 수 있다.
사가현을 아주 빠르게 훑어봤다. 일부분만 나열했는데도 뭔가 풍성하다. 사가현이 그렇다. 생각보다 더 탐험할 게 많은 곳이다. 사가현 이야기는 트래비 11월호까지 쭉 계속된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