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를 중심으로 한 규슈는 장점이 많은 여행지다. 가깝고, 할 것도, 먹을 것도 많다. 후쿠오카만 해도 그렇다. 모츠나베(곱창전골), 고등어회, 미즈타키(닭 전골), 멘타이코(명란젓), 우나기(장어), 돈코츠라멘, 우동 등 시그니처 음식만 해도 술술 나온다. 오호리 공원, 캐널시티, 후쿠오카타워 등 관광지도 꽤 다양한 편이다.
카와바타 상점가
6-135 Kamikawabatamachi, Hakata Ward, Fukuoka, 812-0026 일본
그런데 부족한 게 있다. 느긋함과 자연, 오징어다. 이 아쉬움은 근교 여행지에서 채우면 된다.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가라쓰(Karatsu)’에서. 여행하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한나절만 머무르기엔 너무 아쉬운 여행지라는 것을.
요시즈카 우나기야
2 Chome-8-27 Nakasu, Hakata Ward, Fukuoka, 810-0801 일본
규슈의 명물, 가라쓰
가라쓰는 텐진역에서 1시간20분 정도 거리에 자리한 항구 도시다. 한국, 중국과 교역했으며, 가라쓰성과 나고야성 박물관 등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가라쓰는 여행 콘텐츠가 다양한데, 자연이면 자연, 음식이면 음식, 도자기면 도자기, 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
주요 여행지로는 가라쓰성, 가가미야마 전망대, 마린 펄 요부코, 니지노마쓰바라 등이 있는데, 웬만한 곳은 대중교통으로 다닐 수 있다. 가가미야마 전망대만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가가미 신사
6052-20 Kagami, Karatsu, Saga 847-0022 일본
먼저 가라쓰 전경을 보고 시작하자. 가라쓰만과 가라쓰 도심, 송림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뷰 포인트, 가가미야마 전망대(鏡山展望台, 284m)다. 정상으로 가는 길도 예술인데, 5km 가량 되는 길은 현지에서도 드라이브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계절에 맞는 꽃으로 가득해 갈 때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물한다. 전망대에 앞서 가가미야마 신사를 잠깐 구경하고 가는 것도 괜찮다. 전망대 주차장에서 5~7분 정도만 걸으면 가라쓰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푸른 바다와 함께 긴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장관으로, 보고 또 봐도 놀랄수 밖에 없다.
전망대에서 본 소나무 숲은 일본 3대 송림 중 한 곳인 ‘니지노마쓰바라(虹の松原, 무지개 모양의 소나무 숲)’로, 100만 그루의 소나무가 이어지는 풍경길(약 4.5km)이다. 원래 방풍·방조림으로 활용하기 위해 17세기 초에 조성한 곳이다. 숲 안은 차도라서 걷기에는 무리가 있는데, 50년 전통의 푸드트럭은 찾아가도 괜찮다. 가라쓰에서 명물로 꼽히는 가라쓰 버거가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Mt. Kagamiyama Observation Deck
일본 〒847-0022 Saga, Karatsu, Kagami, 鏡山山頂
조선과 가라쓰의 연결고리
가라쓰의 랜드마크인 가라쓰성(1608년 축성)은 여러모로 가볼 만하다. 천수각에서 보는 풍경뿐 아니라 조선과 가라쓰의 연결고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에는 번제시대(藩制時代)의 여러 자료와 무기, 가라쓰 도자기 등이 전시돼 있다. 다양한 소장품 중에서는 조선-가라쓰 스타일의 도자기에 가장 큰 관심이 갔다. 사진 촬영 금지라 눈으로만 담을 수 있는데 확실히 두 문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카라츠성
8-1 Higashijonai, Karatsu, Saga 847-0016 일본
정교한 모양은 물론 조선백자의 소박한 미와 일본의 감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이 도자기들은 아픈 역사와 관련이 있다. 임진왜란(1592년)과 정유재란(1597년) 때 손재주가 좋은 조선 도공들이 일본으로 대거 끌려갔다. 임진왜란이 도자기 전쟁이라고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이후 일본에 정착한 도공들이 일본에서 도자기를 생산했으며, 일본 도자기 수준 자체를 끌어올렸다. 당시 일본으로 간 조선인 중 이삼평은 지금까지 도조(도자기의 시조)로 받들어지고 있다.
海舟
552-2 Yobukocho Tononoura, Karatsu, Saga 847-0304 일본
이제 점심 식사할 차례, 웬만하면 오징어 회를 추천한다. 후쿠오카에 맛있는 음식이 많지만, 이 오징어 회만큼은 가라쓰 요부코에서 잡히는 오징어가 으뜸이다. 일본 내에서도 유명한 오징어 산지이고, 멀리서도 맛보러 올 정도다. 당일에 잡은 오징어는 유달리 투명하다. 탱글탱글한 식감과 최상의 단맛을 자랑해 한 마리로는 아쉬울 정도다. 회를 먹고 즐기는 오징어 튀김과 곁들임으로 나오는 오징어 슈마이(만두)도 만족감을 더한다.
마지막 코스는 자연이 빚은 예술 작품이다. 마린 펄 요부코의 이카마루 유람선을 타고 가라쓰의 바다를 만끽하다 보면 자연의 산물 ‘나나쓰가마(七ツ釜)’가 눈앞에 나타난다. 나나쓰가마는 현해탄의 거센 파도에 의한 현무암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됐다. 일본의 천연기념물이기도 한 나나스가마는 절벽에 7개의 동굴이 줄지어 있는 주상절리다. 동굴 최대 크기는 입구 폭 3m, 안쪽까지 길이는 110m에 달한다.
나나쓰가마(七ツ釜)
Yakataishi, Karatsu, Saga 847-0135 일본
비현실적인 모습이라 영화 속 CG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수천 년의 시간 동안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나나쓰가마는 가라쓰 여행의 마침표로 적합하다. 이밖에도 요부코 대교, 고래 모양의 섬 등도 볼 수 있다. 참고로 요부코 다카 섬의 해저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를 볼 수 있는 해중전망선 ‘지라’도 있다. 2가지 코스 모두 다 체험하면 가라쓰 바다를 완벽하게 정복한 것과 다름없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